[이코노미톡뉴스=방경하 기자]

허름한 임종이었다

곡기를 놓자 장기까지 죄 적출 당한
폐차들의 집단 묘원
삼우제도 다 지나고
그렇게 끝인 줄 알았다

소임 다하고 웅크린 위태로운 능선
주검으로 겹쌓은 비장한 철산은
되레 농도의 고름새가 살아있는 패턴

질감과 형형 색감이 장악한
죽어서 되 핀 쇠꽃 동산이었구나

뭉큰한 쇳내가 자욱한 유택

참새들이 짓눌린 더미 위에 앉아
꿈틀대는 적막을 쪼고 있다

<저자 류병구(柳炳九)>

외대 불어과 졸업, 성균관대 유교철학 석·박사,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가천의과대 윤리학 교수 정년퇴임. 월간 문학 시부문 등단, 시집 달빛 한줌에 이어 쇠꽃이 필때 출간.
제1부 화전 웃기, 제2부 쇠꽃이 필 때, 제3부 하지감자꽃, 제4부 애기사과나무 분재 등 69편. 쇠꽃이란 폐차장에서 볼 수 있는 붉은색 녹을 말한다.
마경덕 시인은 류병구 시인의 시는 색감이 맑고 밝지만 촉감은 소박한 천연소재인 무명의 질감이라고 풀이했다. 또 류 시인의 내면에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가르침이 컸다고 소개했다. 할아버지는 충북의 3대 학자로 아들을 대신하여 손자를 예의염치가 분명한 인간이 되도록 가르쳤다고 한다. 또 강직한 성품의 아버지도 류 시인에게는 종교이자 스승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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