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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통일벼 안종성(安鍾成) 박사] '밥한끼 소원’ 의 추억安鍾成박사, 벼 아연부족병 규명 큰보람
지금 생산과잉시대 맞아 '다수확’ 허망감
  • 배병휴 [이코노미톡뉴스 회장]
  • 승인 2017.05.1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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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종성(安鍾成) 박사. <사진=이코노미톡뉴스>

[이코노미톡뉴스=배병휴 회장] 다수확 쌀 품종개량 연구와 보급에 일생을 바친 과학자의 최근 심경이 ‘밥 한끼가 소원이던 시절’에 대한 추억이다. 평생 대학과 연구소에서 쌀을 연구하여 쌀 자급을 이룩한 녹색혁명을 지켜보고 환호했었지만 지금은 세월이 무정하게 변하여 쌀이 남아돌아 정부와 농민들이 걱정하니 허망감을 감출 수 없다는 이야기다.

옛날이야기… ‘박정희 혁명시대’

안종성(安鍾成) 박사는 고대 농대에서 농화학을 전공한 후 건국대 농학박사, 일본 동경 RISSKO 대 수문학 박사로 대학과 원자력청, 농진청, 원자력연구소 등에서 쌀 관련 연구에 몰두했던 농학자다.
1960년대 ‘박정희 혁명시대’이니 벌써 옛날이야기다. 요즘 젊은 세대가 들으면 너무나 케케묵은 이야기로 ‘들으나 마나’라고 고개를 돌릴 지경이다. 그때 5.16 정부는 보릿고개를 타도하여 5천년 가난을 추방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배고픈 국민들 입장에서는 “군 출신들이 무슨 수로 밥을 먹여 주겠다는 말이냐”고 반신반의했다.
이 무렵 ‘기적의 쌀’이라는 통일벼가 나와 단군 이래 처음으로 주곡 자급(自給)을 이룩했노라고 발표됐다.

▲ '수도의 아연결핍에 관한 연구’ 논문집.

실로 통일벼(IR-667)은 기적의 쌀로 불릴 만큼 획기적인 다수확이었다. 그러나 통일벼를 보급하는 과정에 치명적인 병리현상이 나타났다. 벼 잎이 붉게 물드는 ‘적고현상’이 나타나고 벼 알이 익기도 전에 땅에 떨어지는 ‘탈립현상’이 나타났으니 난리였다. 농민들이 낫과 괭이를 들고 면사무소를 찾아가 거칠게 항의하니 농정당국이 당황하여 대처방안에 골몰할 수밖에 없었다.
이 무렵 안종성 박사는 필리핀에 있는 국제쌀연구소(IRRI)로 연구유학을 떠나 이 연구소가 육종에 성공한 다수확 벼(IR-8)의 생리영양 결핍현상 연구에 참여, 원인규명에 성공했다.
적고현상의 원인이란 바로 아연(Zn) 결핍 현상이었다. 당시 안 박사는 연구소 내 그린 하우스에서 실제 벼를 재배하며 적고현상 등의 진단기준을 작성하고 포장실험 등을 거쳐 식물체는 아연이 20PPM, 토양은 2PPM 이하일 때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규명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통일벼 영양병리 규명 쌀자급 혁명

▲ 벼의 북새병(아연 결핍현상) 발생현상과 진단결과

필리핀 국제쌀연구소는 1960년, 포드 및 록펠러재단이 동남아 각국의 식량증산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하여 다수확 품종인 IR-8 육종에 성공했다. 이는 태풍에 강하고 볏잎이 넓어 태양광을 많이 흡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삭이 큰 것이 특징이라 동남아의 ‘녹색혁명’을 가져오게 됐노라고 했다.
그런데 실제 각국으로 보급하는 과정에 ‘적고현상’과 ‘탈립현상’이 나타나 야단일 때 안 박사의 연구가 결실을 보았으니 얼마나 큰 성과인가.
안 박사는 1971년 귀국하자마자 원자력청 방사선농학연구소에서 농업진흥청 농업연구관으로 자리를 옮겨 국제쌀연구소에서의 ‘적고현상’ 연구경험을 통일벼 보급에 적용시키는 연구에 착수했다.
통일벼(IR-667)은 ‘유가라’ 일본형 벼 품종과 대만의 대중재래 1호와 교잡하고 이를 다시 IR-8과 교집시킨 3원교배로 개발한 다수확 품종이다. 이 때문에 국제쌀연구소가 개발한 IR-8은 통일벼의 할머니로 볼 수 있다.
안 박사는 통일벼의 ‘적고현상’과 ‘탈립현상’ 원인규명을 위해 전국적인 시료 채취에 나서 △ 냉기가 찬 물이 오래도록 머물고 있는 논 △ 수소이온 농도가 높은 논 △ 유기물이 많은 논 △ 배수가 잘 안 되는 논 △ 간척지와 시멘트 공장이 주위에 있는 논 등을 모조리 뒤져 아연부족 현상이 원인임을 밝혀냈다.
이 연구결과 ‘아연비료’가 탄생했다. 안 박사는 논 10㏊당 아연비료를 3kg씩 투여하거나 아연비료를 탄 물에 모를 담갔다가 모심기를 하면 이 같은 병리현상을 예방할 수 있다는 처방까지 제시했다. 사상 처음으로 ‘아연비료’가 인정되어 농가에 보급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안 박사는 통일벼 병리현상 연구 5년만인 1975년 사상 처음으로 쌀 자급을 이룩해 냈으며 1976년에는 단위면적당 쌀 수확량이 세계 2위를 기록할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 다수확 벼의 생리영양 결핍현상을 연구하는 안 박사.

벼 아연결핍 연구결과 의학계 응용

안 박사는 통일벼 육성 보급 유공으로 대통령이 내린 제1회 연구상을 수상하고 국제쌀학술대회 발표기회도 갖게 됐다. 특히 유엔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지원 국제 방문과학자로 선정되어 캐나다, 미국, 일본 등 대학, 연구소 등을 순회하며 발표하기도 했다.
안 박사는 통일벼 관련 벼 생리영양 결핍현상 연구 성과가 의학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자부한다. 의학계에서는 인체에 아연이 부족할 때 성 호르몬 생성에 지장을 주거나 유아의 성장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는 연구로 아연이 식물이나 인간의 대사 작용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인정, 아연이 포함된 종합영양제가 보급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암 저널에 간암예방에 아연섭취가 효과적이라는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중앙일보 2014.4.5. 보도)
이에 따르면 지난 90년 초부터 유럽 10개국, 23개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진행해온 ‘유럽 암 영양 코호트 조사’결과 혈중 아연농도가 가장 낮은 그룹이 가장 높은 그룹에 비해 간암 발병률이 64%나 높게 나타났다는 요지다. 이는 곧 혈중 아연이 적을수록 간암위험이 높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보도와 관련 국립암센터 오진경 교수는 “아연은 간암 발병에 관여하는 다양한 효소 반응에 영향을 미친다. 아연 부족시 효소와 항산화 작용이 저하돼 암 발생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논평했다.
또 고대 구로병원 유수연 임상 영양사는 기름, 설탕, 알코올 등은 아연 함량이 매우 낮고 아연이 많은 음식은 붉은 살코기, 굴, 조개 등 해산물, 채소, 과일, 도정하지 않은 곡류 등을 꼽았다. 또 흰 쌀밥 대신에 현미, 콩 등 잡곡밥을 권장했다.
반면에 오진경 교수는 음식 대신에 영양 보충제로 아연을 섭취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왜냐하면 아연을 어느 정도 섭취해야 암 예방에 효과적인지는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옛날 눈으로 보면 ‘천벌받을 일들’

평생 연구업적 기록과 함께 ‘밥 한끼 소원이던 시절’의 원고를 펼쳐 보인 안종성 박사는 쌀이 남아돌고 국민 비만(肥滿)시대를 맞아 아침밥 먹기운동 등 각종 쌀소비 촉친책을 보고 체중감량을 위한 다이어트 열풍을 보면 다품종 쌀 개발 연구업적도 빛을 잃지 않았느냐 싶어 울적한 심정에 젖는다고 했다.
통일벼 연구상 받고 각종 표창장도 받았지만 너무나 만감이 교차되고 일종의 죄인의식마저 감출 수 없다고도 고백했다.
올해도 정부는 쌀 재배면적을 감축하고 논 활용도를 다양하면서 고품종 쌀 개발을 촉진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바 있다. 또 쌀소비 촉진책으로 쌀가공산업 활성화, 쌀가루 유통활성화, 비식용 활용체계 강화 등을 제시했고 쌀 재고 감축방안으로 복지용 쌀, 가공용 쌀 공급확대 및 사료용 공급도 늘려 초량물량 30만 톤을 2019년까지 적정수준으로 균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들 방침이 얼마큼 목표효과를 나타낼는지는 의문이다. 매년 쌀소비촉진책과 과잉재고 축소계획을 발표했지만 실효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해외 무상원조, 대북쌀 지원 방침도 불쑥불쑥 튀어나오고 사료용 공급량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거리낌 없이 나오는 시절이다.
‘밥 한끼가 소원이던 시절’의 옛날 사람들 생각으로는 천벌 받을 노릇이다. 쌀이 남는다는데 밥은 안 먹고 국수와 육식으로 비만해 졌다가 다시 다이어트 하고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소나 돼지 등 사료용으로 처분하자고 쉽게 말하니 하늘이 진노하지 않을런가.

배병휴 [이코노미톡뉴스 회장]  econotalki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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