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타 미할코프 감독, 1999년 러시아 작품
줄리아 오몬드, 올레그 멘쉬코브, 리처드 해리스

▲ 노래하는 안드레이 (우)▲“당신에게 청혼합니다”. <사진=필자 캡쳐> * Info. 니키타 미할코프 감독, 1999년 러시아 작품 / 줄리아 오몬드, 올레그 멘쉬코브, 리처드 해리스

[이코노미톡뉴스] 일찍이 앤소니 퀸은 “남자가 10대나 20대 젊은 나이에는 3~ 40대 여인을 만나면 귀여움을 받으며 사랑을 받을 수 있고, 30대에는 풋풋한 10대 소녀를 사귀면 존경을 받으며 사랑을 얻을 수 있으며, 40대와 50대에는 2~30대 성숙한 여인을 사귀면 탄탄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사랑을 얻을 수 있지만, 60대가 되서 젊은 여인과 살면 구박을 받으므로 동년배의 여인을 만나 친구처럼 사랑을 받으며 살아야한다”고 그의 자서전에서 쓴 적이 있다.
워낙 여성편력이 뛰어나고 70나이에도 딸을 얻은 사람의 말이긴 하지만 일리가 전혀 없는것도 아니란 생각이 든다.
이 영화는 스무살 나이에 연상의 여인을 만나 홍역처럼, 열병처럼 사랑을 앓다가 판단력도, 자제력도 다 잃고 자신의 미래를 불살라버린 고집불통 러시아 사관후보생과 연하의 철부지 청년에 대한 연정을 20년간 고이 간직해온 미국여인의 국경을 넘은 애틋한 사랑이야기다.
따라서 영어와 러시아어 두가지언어가 동시에 사용된다.
1905년 육군훈련소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앤드류에게 그의 모친 제인은 편지를 쓴다. “이제야 너에게 알려줄게 있다. 나는 1885년 사업을 위해 러시아에 갔단다....”
그리고 모스크바로 가는 기차에서 사관학교 생도인 안드레이 톨스토이를 만나게 되는데, 오페라 동아리 멤버인 그가 <세빌리아의 이발사>의 한 귀절을 노래하면서 모차르트는 이영화의 연결고리가 된다.

▲ "사랑해요 사랑해줘요" (우)▲장군과 함께. <사진=필자 캡쳐>

모스크바에 도착한 제인 캐러한은 매클래컨을 만나 “아버지”하고 부르는데, 그는 시베리아의 타이거를 벌목할 기계를 발명하고 제작에 필요한 자금을 황태자에게서 얻기 위해 그의 측근인 사관학교 교장 래들로프 장군에게 제인을 접근시킨다.
장군을 만난 제인은 그가 미남이라고 추켜세우며 그의 환심을 사고, 기차에서 놓고 간 사진을 안드레이에게 전해주면서 둘은 두 번째 만난다.
무도회날 제인과 춤을 춘 폴리엡스키는 제인이야기를 하며 안드레이를 놀려먹고, 이미 제인에게 깊숙이 빠져버린 안드레이는 질투심에 폴리엡스키에게 결투를 신청, 부상을 입는다. 위험을 무릅쓰고 중대장은 이사실을 은폐하지만 안드레이는 수치심에 자퇴를 결심한다.
폴리엡스키는 제인을 찾아와 결투건을 얘기하며 안드레이가 자퇴하지 않도록 그를 설득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의 눈을 봤어요. 긴장하며 질투심을 감추고 당신을 바라보는 눈을, 그리고 당신이 그를 보는 것도”
제인은 안드레이의 볼에 키스해주면서 그가 자퇴하지 않도록 설복시키고 그는 제인의 방문에 행복해 한다.
제인과 함께 사순절 축제를 즐기면서 만취했던 장군은 제인에게 청혼하기 위해 가는 길에 우연히 만난 안드레이에게 함께 가자면서 그에게 청혼의 시를 대신 읽어달라고 요청한다.
장군의 청혼상대가 제인임을 알게 된 안드레이는 실망하지만, 장군의 청혼시를 읽다가 그만 자신의 제인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며 청혼한다. “열차칸에서 당신을 처음 봤을 때부터 나는 당신에게 첫눈에 반했습니다. 다음달 임관하면 박봉이지만 당신을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제인은 장군에게 “황당하군요. 그 생도와 열차칸에서 만났었는데.. 어린애 같군요”
장군은 불같이 화를 내면서 안드레이를 사기꾼이라고 매도하지만 오페라공연에 그가 주역이라 어쩌지도 못하고, 외출허가를 받고 집에 온 안드레이는 뜻밖에 제인이 와서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제인은 고백할게 있다면서 자신은 매클래컨의 딸이 아니고 그의 일을 성사시키는데 도움이 될 장군의 환심을 사기위해 왔노라며, 그의 청혼에 대해 자신은 결혼할 자격이 없는 여자라고 말한다.

▲ 죄수 이송 (우)▲“나를 거부하는구나”. <사진=필자 캡쳐>

“이거 당신 침대에요? 이리오세요” 카메라가 천천히 달리인하며 안드레이의 놀란 얼굴로 다가간다. 제인이 옷을 벗고 있는 것이다.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아요” “용서해 줘요 가겠어요” 다시 옷을 입고 나가려할 때 안드레이가 졸도하자 달려온 제인은 “그 누구도 당신만큼 내마음을 사로잡은 사람은 없었어요 사랑해요. 사랑해줘요”
둘은 부둥켜안고 사랑을 나눈다. “나를 사랑해요? 영어로 말해줘요” “yes”“아름다운 내남자 당신을 평생 기다렸어요. 당신이 어디 있는줄도 모르고”

오페라공연날 안드레이는 신이 나서 열창을 하고 황태자와 관객 모두들 만족해하는 가운데 1막이 끝나고, 장군이 제인에게 어제 외박한거 알고 있다며 안드레이와의 관계를 따지자 제인은 어떻게 스무살 철부지를 장군과 비교할 수 있느냐고 말하는데, 안드레이가 우연히 엿 듣게 된 것을 알아챈다.
제인은 안드레이를 쫓아가서 순전히 일 때문에 장군에게 그렇게 말한 것이라며 “사랑과는 무관한 위선일 뿐이에요”믿어 달라하지만, 안드레이는 문을 걸어 잠근 채 듣지도 않고 창문으로 뛰어내려 빗속을 달려 나간다. 제인은 안드레이가 안에서 듣고 있는 줄 알고 “사랑해요 당신만을”하며 흐느낀다.
동료들에게 이끌려 간신히 공연장에 돌아온 안드레이는 제인 옆에 장군이 앉아 있는 것을 보면서 충동적으로 첼로 활을 빼앗아 무대에서 뛰어내려 장군을 후려갈기고, 폴리엡스키가 달려들어 그를 바닥에 제압하며 “진정해 대체 어쩌자고 그랬어?” 대소동 속에 제인은 “내가 해명할게요” 소리치지만 사람들에게 떠밀려 가고 만다.
“행복이란 얼마나 변덕스러운가? 난생처음 사랑에 빠진 나는 그게 영원하리라고 믿었단다. 난 모든 걸 해명할 수 있으리라고 믿었어”
그러나 신문은 황태자 암살기도를 장군이 막았다고 썼으며 이를 항의하는 제인에게 장군은 “당신이 그를 유혹해서 그의 장래를 망친거잖소”노골적으로 비난한다.
제인은 감옥으로 면회를 갔지만 거절당하고 유죄판결을 받은 안드레이는 쇠사슬을 끌며 역으로 이송된다. 역으로 달려간 제인은 끝내 그와 대면하지 못한 채 죄수들은 기차에 탑승하고, 플랫홈으로 달려들어간 후보생 동료들은 출발하는 기차를 따라가며 안드레이를 전송한다. <세빌리아의 이빌사>의 한귀절을 노래하며 떠나는 안드레이는 외친다.
“형제들이여 모두 잘있어 너희를 사랑해 ”
기차가 떠난 뒤 자욱한 연기속에 부둥켜안고 울고 있는 동료들은 정말 가슴 찐하게 뜨거운 우정이 전해지는 명장면이다.

제인은 시베리아로 유형간 안드레이를 만나기 위해 매클라켄과 결혼하고 벌목기계가 완성된 10년 후 기계를 따라 시베리아로 간다. 하루하루를 속죄하듯 살아온 제인은 수소문 끝에 그가 추방되어 살고 있는 캠프를 알아내고 가슴 졸이며 그를 만나러 간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찻잔은 바로 전까지 누군가 있었음에 틀림없지만 집안에 사람은 안보이고, 곳간문을 여니 문 뒤에는 하녀 두냐샤가 낫을 들고 아이들과 숨어있다.
또다시 제인에게 안드레이를 빼앗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두냐샤는 발견되면 바로 그녀를 공격할 것이다. 그러나 제인은 문을 닫고나와 두냐샤와 안드레이가 함께 찍은 사진을 보고 그둘이 결혼한 것을 알았고, 전에 기차에서 그가 놓고 갔던 사진을 보면서 제인은 눈물을 흘린다.
안드레이가 자신과의 만남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한 제인은 결국 그를 만나지 못한 채 떠난다.
뒤늦게 너무나 보고픈 마음에 지름길로 산길을 구르며 뛰어 내려간 안드레이는 제인을 따라잡지 못하고 먼빛으로 제인이 마차를 몰고 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천천히 담배에 불을 붙인다. 이윽고 마차는 능선 너머로 사라진다.
시베리아의 가을은 그렇게 10년만의 둘의 만남을 허락하지 않았다.
20년만에 아들에게 아버지가 누구인가를 편지로 전한 제인은 아들을 찾아오고, 안드레이의 옹고집을 그대로 닮은 앤드류는 모차르트가 위대한 작곡가라고 끝까지 버틴다.

▲ 박윤행 전KBS PD, 파리특파원, 경주대 사진영상학과 교수 역임

원제 <시베리아의 이발사>란 뜻은 시베리아의 울창한 타이거삼림을 이발하듯 벌목하는 벌목기계이름이지만, 안드레이가 출연했던 모차르트의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의 운을 따온 것이다.
니키타 미할코프감독은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저력있는 명감독으로, 작품구상 10년만에 수천명의 엑스트라와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하여 러시아의 전통과 문화, 인간미와 해학을 웅장한 스펙터클 화면속에 두시간 반에 걸쳐 꼼꼼히 풀어놓아 볼거리와 재미와 감동을 한꺼번에 선사하고 있다.
또한 에드워드 아르테미에프의 물이 흐르는 듯, 바람결에 나무들이 흔들리는 듯 유려한 음악은 명장면을 더욱 생생하게 살아나게 하며 오랫동안 귓가에 맴돌게 한다.
정말 ‘사람일이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명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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