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나미술관, 유현미의 '수(數)의 시선' 展

[이코노미톡뉴스=왕진오 기자] 화이트큐브에 붓으로 멋지게 채색된 이미지가 아닌 '0'과 '1'과 같은 디지털 이미지인 숫자가 가득하다.

▲ 사비나미술관 유현미의 '수(數)의 시선'전 설치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마치 그림을 감상하기보다는 사이언스파크의 미로를 탐험할 것 같은 분위기 탓에 발길을 옮기는 것이 녹록치 않다.

크고 작은 숫자가 가득한 이 공간은 작가 유현미(53)가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 전관에 펼쳐 놓은 '수(數)의 시선’이라는 전시의 디스플레이 모습이다.

유 작가는 알파벳 숫자를 통해 정신적이고 유기적인 세계에 대한 상상력을 드로잉으로 표현해 보여준다. 미술관 공간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화폭이 된 것이다.

마치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1898∼1967)가 친숙하고 일상적인 사물을 예기치 않은 공간에 나란히 두거나 크기를 왜곡시키고 논리를 뒤집어 이미지의 반란을 일으킨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 유현미, '248'. 120 x 180cm, 잉크젯 프린트, 2014.

작가는 지난 10여 년간 공간과 사물을 회화로 전환시켜 보는 이로 하여금 현실과 가상의 세계, 사진과 그림, 평면과 입체 사이를 오가며 보는 것에 대한 인식의 혼돈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을 선보였다.

일상적 공간을 3차원적이면서도 2차원적이고 4차원적이란 느낌을 갖도록 연출하는 것이 작업의 핵심 요소이다. 그림이 된 현실 속으로 들어가 작가의 작품의 내용과 형식을 관객이 경험할 수 있게 된다.

▲ 유현미, 'Drawing for 433'. 190 x 126cm, 잉크젯 프린트, 2017

또한 '숫자'를 주제로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사진 및 영상, 설치 작품은 숫자의 필요와 과잉, 상징과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게 한다.

수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재해석한 유 작가의 작품 속에 나타난 공간과 숫자는 일상의 어떤 언어보다 더 세상의 많은 의미와 상징을 담은 광범위하지만 정확하고, 철학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전시는 4월 1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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