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톡=왕진오 기자] 옛 조선시대 왕실에 쓰일 그림을 책임졌던 도화서(圖畫署)자리 인근에 600년 만에 새롭게 전시공간이 생겼다.

▲ 김성복, '바람이 불어도 가야한다'. 화강석, 127 x 60 x 110cm, 2017.

서울 종로구 인사동 조계사 일주문 옆에 자리한 '올미아트스페이스'란 이름의 현대 미술을 아우르는 공간이 바로 그곳이다.

3월 1일 첫 발을 내딛는 공간이 '목인석심((木人石心)'이란 제목으로 개관기념전을 펼친다. 김선두·박항률·석철주·오원배·이석주·황주리 등 6명의 회화작가와 김성복·한진섭 등 2명의 조각가의 20여점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인다.

올미아트스페이스 황순미 대표는 "공간의 위치가 옛날 조선시대 가장 화려한 미술문화의 꽃을 피웠던 도화서·도화원의 특별한 기운이 감도는 곳이란 점에 감회가 새롭다. 예술가들의 터전이었던 전통을 현대에 새롭게 현현할 수 있도록, 한국 현대미술의 역량을 고취시킬 수 있는 전시들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 석철주, '신몽유도원도17-5'. 캔바스에 아크릴릭과 젤, 162 x 130cm, 2017.

한편, 개관전시를 꾸린 미술평론가 김윤섭(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미술사 박사)은 “전시제목의 ‘목인석심(木人石心)’은 ‘나무나 돌처럼 마음이 굳고, 의지가 강하여 세속에 휩쓸리지 않는 사람’이란 옛 사자성어에서 차용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는 ‘나무뿌리와 같은 굳은 의지와 바위와 같은 숭고한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예술가의 길의 비유한 것”이라며, “이번 중견 초대작가의 작품들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 중견작가의 연륜과 깊이가 돋보이는 통찰력을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선두는 한국의 전통적인 채색기법으로 현대적인 미감을 절묘하게 표현하는 대표적인 작가이다. 특히 고유의 단순미학으로 포착한 남도지방의 향토색 짙은 서정성이 백미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박항률은 특유의 파스텔 톤이 지닌 부드러움으로 전하는 명상적인 면모가 일품이다. 마치 한 가지 화두를 잡고 참선에 든 어느 수행자가 맞이한 새벽 아침의 정갈함이 풍겨난다.

▲ 황주리, '식물학'. 캔버스에 아크릴릭, 130 x 162cm, 2016.

석철주는 일관되게 ‘신몽유도원도’라는 동일한 제목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는 제목대로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시리즈이다. 지워나가는 독창적인 필법으로 구현해낸 ‘심상풍경의 이상향’인 셈이다.

오원배는 오랜 시간동안 ‘인간’을 연구해오고 있다. 겉의 형상이 아닌, 인간 내면심리에 관한 통찰이다. 이번전시에도 얼굴가면을 모티브로 한 세 점의 드로잉 시리즈를 선보인다.

한편 이석주는 ‘사유적 공간’이란 제목처럼, 이성과 감성이 교차하는 경계를 포착한다. 무한히 질주할 것 같은 백마(白馬)와 인간적 사고의 틀을 정립해온 고서(古書)를 대비시켜 묘한 긴장감을 유발시킨 작품이 눈길을 끈다.

황주리는 줄곧 ‘식물학’이란 제목을 고수하면서, ‘문학적인 일상의 일기’를 보여준다. 마치 제각각의 식물줄기마다 독립된 생명력을 지녔듯, 그 식물의 창에 비친 인간세상사는 서로 다른 사연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이야기들의 공약수는 바로 ‘사랑’이다.

▲ 한진섭, '보금자리'. 대리석, 30 x 29 x 64cm, 2011.

입체부문의 김성복은 인간이 지닌 굳건한 의지를 ‘사천왕상을 연상시키는 걷는 사람’에 비유했다.

한진섭은 모자상(母子像) 작품으로 따뜻한 감성의 인간애를 전해준다. 거칠고 투박하며 차가운 돌덩어리에 따뜻한 숨결이 새롭게 스미듯, 아무리 무료한 일상이라도 예술가의 열정과 만나면 ‘특별한 이름’으로 승화된다. 전시는 3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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