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맥주 맥아 함유 70% 이상… 블라인드 테스트 하면 선호 맥주 못 맞춰

오비맥주 프리미어OB·하이트진로 MAX·롯데주류 클라우드 맥아 함유 100%

국산맥주에 붙는 세금, 경쟁력 하락 원인으로 지적… 주세법 등 개정해야

[이코노미톡 최서윤 기자] 수년 전 ‘한국 맥주는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다’는 외국 언론의 칼럼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는 한 때 한국 맥주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우리 맥주는 정말 맛이 없을까?

국산 맥주의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오비맥주(대표 김도훈)는 이 같은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오비맥주 뿐 아니라 2위인 하이트진로와 3위인 롯데주류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맥주업체들은 점점 커지는 수입맥주와의 시장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산맥주와 수입맥주와의 공정경쟁을 위해 정책적인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 22일 서울 삼성동 오비맥주 본사에서는 맥주 소비자들과 함께 하는 간담회가 열렸다. ‘인생술집’을 연상케 한 이날 간담회에서 맥주에 대한 여러 오해와 진실을 들을 수 있었다.

▲ 오비맥주 김소희 차장이 22일 열린 간담회에서 맥주 문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경제풍월).

◇ ‘슈퍼푸드’ 보리로 만든 맥주, 하루 한 잔은 건강에 좋다.

맥주는 보리의 영양분을 그대로 섭취할 수 있는 음료다. 효모가 발효하면서 알코올(알콜)과 탄산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청국장, 된장, 김치와 같은 천연발효식품으로 분류된다. 맥주효모는 건강식품보조제로도 판매된다.

맥주는 알코올과 탄수화물로 이뤄져 있다. 지방은 전혀 없고 극소량의 단백질이 포함됐다. 도수가 높을수록 칼로리도 높아진다. 알코올 도수가 평균 4~5도인 맥주는 소주보다 칼로리가 낮다. 맥주 다이어트가 가능한 이유다. 연구 결과, 복부 비만의 원인은 맥주와 함께 먹는 고열량의 안주 혹은 한 번에 5~6잔씩 마시는 폭음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맥주의 홉(HOP)에는 에스트로겐이 들어 있다. 이는 폐경기 여성의 혈압 증상을 완화 시키는 효능을 보인다. 홉의 폴리페놀 성분은 궤양을 유발하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의 독성을 감소시키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뿐 아니라 맥주에 포함된 미네랄과 마그네슘, 칼슘은 심장질환 등을 예방한다. 홉에 들어 있는 루플린은 결핵균의 성장을 막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대시대 때는 맥주가 의약품으로 사용된 기록이 있다.

◇ 블라인드 테스트 했더니… 5가지 맥주 중 2가지도 못 맞춰.

이날 참석자들은 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했다. 대상은 국산 맥주인 오비, 하이트와 외국 맥주인 밀러(미국), 하이네켄(네덜란드), 아사이(일본)다. 블라인드 테스트는 국산 맥주가 싱겁고 맛이 없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시작했다.

5가지 중 2가지만 맞춰보기로 했다. 하지만 참석자 중 한 사람도 두 개를 맞춘 사람은 없었다. 한 개를 맞추기도 쉽지 않았다. 오비맥주는 1만7000명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다. 그간 수많은 사람이 5가지 중 2가지도 찾지 못했다. 평소 특정 브랜드의 맥주만 고수한다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주류라는 특성으로 인해 한 번 맛을 보면 미각이 둔해진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이 같은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는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칠성사이다 등 탄산음료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똑같은 잔에 다른 브랜드의 콜라를 따른 뒤 맞춰 보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평소 자신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맞추지 못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 오비맥주 프리미어OB, 하이트진로 MAX, 롯데주류 클라우드.

◇ 국산 맥주의 맥아 함량이 10%? 최하 70%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잘못 알고 있는 맥주에 대한 상식 중 하나가 국산 맥주의 맥아 함량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국산 맥주가 맛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로 원료를 조금 쓴다고 주장했다.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국산 맥주 중 프리미어OB, 맥스, 클라우드 등은 맥아 100%다. 카스라이트는 87%고, 드라이피니시d·스타우트는 80% 이상 함유하고 있다. 하이트도 70% 이상이다. 백미와 보리를 섞어 만든 대동강 맥주의 맥아 함량이 70%다. 맥주 회사들은 맥아 함량 표시에 나서며 억울함(?)을 풀기에 이르렀다.

맥아 10% 함량은 일본 맥주다. 국산 맥주 중에는 없다. 일본 맥주가 수입되면서 적잖은 오해가 생겼다. 이 같은 오해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발생 이후인 지난 1999년 주세법 개정안과 연관이 있다. 국내에서 맥주가 처음 제조된 1933년부터 이전까지는 일본 기준에 따라 맥아 함량 66.7% 이상이면 맥주로 분류됐다.

일본은 주세에 차등을 두고 있다. 66.7% 이상은 맥주로 분류해 세금을 많이 걷는다. 반면, 66.7% 미만은 구간별(0~25%, 25~50%, 50~67.7%)로 세금이 줄어든다. 맥주와 비슷한 맛을 내면서도 맥아 함량이 적은 ‘발포주’는 세금을 적게 낸다. 맥아 10%가 들어간 일본 맥주가 수입되면서 1999년 정부는 주세법 개정안을 발의하게 됐다.

◇ 1999년 주세법 개정… 맥주 가격의 절반 이상은 세금

본지가 확인한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당시 정부는 주세법 개정과 관련, WTO(세계무역기구) 권고에 따라 주세 체계를 개편하고 다양한 주종 개발을 위해 주류 제조방법에 대한 제한을 완화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맞춰 맥아 함량이 10% 이상이면 맥주로 분류하도록 시행령이 개정됐다.

이전까지는 맥아 함량이 최초 제조 기준인 66.7%(50%까지 내려갔다)를 맥주로 분류해 세금을 매겼다. 하지만 맥아 함량이 66.7% 미만인 수입맥주가 들어오면서 세수 확보가 어려워졌다. 결국 법이 개정됐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10%는 맥아 함유량이 아니라 과세를 위한 기준점이다. 해당법 개정으로 인해 많은 소비자들은 10%가 맥아 함유량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게 됐다고 오비맥주는 밝혔다.

국세청 등에 따르면 국내 주세율은 노르웨이, 일본에 이어 세 번째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에서도 상위권이다. 외국은 알코올의 양과 도수에 따라 세금을 매긴다. 우리나라는 막걸리, 약주, 소주 등 술의 종류에 따라 세금을 다르게 책정한다. 맥주의 경우 출고가에 72%의 주세와 이에 대한 교육세 30%가 포함된다. 맥주 한 병의 공장 출고가를 1000원으로 가정했을 때 주세는 720원, 교육세는 216원이다. 여기에 출고가와 주세, 교육세의 10%를 뗀 부가가치세 193.6원이 더해지면 맥주의 판매가격은 2129.6원이 된다. 세금이 맥주 원가를 넘는 것이다.

반면, 수입맥주는 신고가를 기준으로 주세가 부과된다. 수입신고가는 판매자가 임의로 신고 가능하다. 수입신고가를 낮춰 신고하면 그만큼 주세가 줄어들어 판매가를 조절 할 수 있다. 때문에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와의 공정 경쟁을 위해 관련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앞서 19대 국회에서는 맥아 함량 70% 이상을 맥주로 분류하는 내용의 주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가 회기 만료로 폐기되기도 했다.

▲ 오비맥주에서 판매 중인 카스, 호가든, 스텔라 아르투아 등 맥주.

◇ 맛없다는 한국 맥주, 외국에 역수출… 홍콩에선 점유율 1위.

맥주에 대한 고정관념은 플라시보 혹은 노시보 효과를 떠올리게 한다. 분명 맥아 함유량은 70% 이상인데 마시기 전부터 맥아 함유량이 10%라고 생각하고 마시면 맥주가 맛없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국산맥주와 외산맥주의 차이를 맞춘 사람이 별로 없었다는 점만 봐도 고정관념을 무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흥미로운 점은 국산 맥주의 역수출이다. 한류와 함께 치맥(치킨+맥주)이 인기를 끌면서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서는 국산 맥주의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5년 맥주 수출액은 8466만 달러(한화 약 930억원)였다.

국내에 들어오는 수입맥주의 3배인 국산맥주는 외국으로 수출된다. 특히 홍콩(41.6%), 중국(22.9%), 이라크,(8.6%) 싱가포르(8.0%), 미국(4.4%) 등지에서 국산 맥주의 인지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비맥주만 해도 40종류의 맥주가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 30여개 국가로 수출된다.

한국 맥주는 홍콩에서 인기가 높다. 홍콩 맥주시장에는 1700여 종류의 맥주가 들어가 있어 전 세계 맥주의 각축장으로 불린다. 오비맥주는 2007년부터 홍콩 맥주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를 진행한 OB맥주 김소희 차장은 “일본에서 맥주를 마시면 메이드 인 코리아를 볼 수 있다. 일본 사람들도 한국 맥주를 많이 마신다는 얘기”라며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최고 맥주가 대한민국에서도 나올 수 있다.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맥주를 마시는 것이 최근 추세인 만큼 건전한 맥주 문화를 정착시키고 국산 맥주는 맛없다는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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