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으로 넘어가 자취감출 뻔한 최상급 청자

[이코노미톡=왕진오 기자]

[연속기획(2)] 재벌가 소장 국가 지정문화재

이건희 소유 국보 제169호
‘청자 양각죽절문 병’

▲ 국보 제169호 ‘청자 양각죽절문 병(靑磁陽刻竹節文甁)’. <사진=문화재청>

일본으로 넘어가 자취감출 뻔한 최상급 청자

일본으로 밀반출되어 영원히 자취를 감출 뻔 했던 최상급 청자인 국보 제169호 ‘청자 양각죽절문 병(靑磁陽刻竹節文甁)’.
12세기 고려시대 비색청자인 ‘청자 양각죽절문 병’은 국보로 지정되기 이전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뀔 정도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1940년대 중반 한국 도자기에 혈안이 됐던 일본인 이토 마끼오가 청자금채입상감대접과 백자향로를 비롯한 5점을 당시 금액 30만 원을 받고 광산으로 부자가 된 사업가 최창학에게 팔면서 애호가들 사이에 거래 물품으로 등장했다.
이후 수년이 흐른 뒤 인천에 거주하던 일본 소장가 스지스게가 소장하던 청자는 무산철산을 인수해 운영하던 이희섭에게 팔렸고 골동상 장석구에게 넘어가게 됐다.
당시 고미술품에 매료된 초대 서울시장 김형민이 구입한 청자는 1973년 고미술 애호가였던 남양유업 창업자 홍두영(1925∼2010) 사장에게 2천 5백만 원에 팔렸다.
당시 거래를 주선했던 골동상 신기한 씨는 “초대 서울시장을 지냈던 김형민씨가 해방 직후 구입했다고 하는데, 가보처럼 소장하며 애지중지하던 병이다. 그러던 중 사정이 생겨 내가 관여하게 됐는데, 구입자를 물색하다가 떠오른 이가 남양유업의 홍두영 사장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초기에 ‘이 물건은 반드시 국보로 지정될 것이니까 꼭 사시오’하고 누차 예기했지만 홍 사장은 처음에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오랜 시간을 두고 협상을 통해 새 주인을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 국보 제169호 ‘청자 양각죽절문 병(靑磁陽刻竹節文甁)’

발견당시부터 국보로 지정 예견된 귀한 청자

골동상의 주장대로 이 청자병은 홍두영 사장에게 넘어간 후 2년도 되지 않아 ‘국보’로 지정됐다. 이후 당시 고미술품 애호가였던 호암 이병철(1910∼1987)이 구매를 했고 현재는 삼성 이건희 회장 소유의 국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당시 골동상 장석구는 금속유물 감식 전문가였던 김동현 씨로부터 고구려 ‘신묘명 금동 무량수삼존불상’, ‘청자 양각죽절문 병’ 등 다수의 명품을 구매했다.
김동현 씨는 국보와 보물급 유물 400여 점을 1987년 당시 7억 원에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회장에게 매각한 인물이다. 하지만 국보 제169호 ‘청자 양각죽절문 병’을 제외한 나머지 유물은 현재 소재지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1974년 7월 9일 국보로 지정된 이 청자는 현재 호암미술관에 소장되어있으며, 삼성미술관 리움이 관리를 맡고 있다.

▲ 국보 제169호 ‘청자 양각죽절문 병(靑磁陽刻竹節文甁)’

국보 제169호 ‘청자 양각죽절문 병(靑磁陽刻竹節文甁)’

12세기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청자병인 ‘청자 양각죽절문 병’은 높이 33.8㎝, 입지름 8.4㎝, 밑지름 13.5㎝이다.
죽제병(竹製甁)을 본떠 만든 청자 병으로 양감이 안정되고 유려하게 흘러내린 곡면의 모양새가 아름다운 비색청자이다. 아가리는 나팔처럼 넓게 벌어졌고, 목은 길며 몸통 아랫부분은 풍만하다.
목에서 몸통 아랫부분까지 대나무를 양각했고, 대나무 마디는 두 줄의 음각 선으로 표현했다. 광택이 좋고 맑은 연록색계의 유약이 고르게 발라져있으나, 일부 산화번조(酸化燔造)되어 갈색조를 띠고 있다.
아가리에서 아랫부분까지 부드럽고 유연하게 내려 온 아름다운 곡선이 운치가 있으며 몸통 아랫부분의 풍만함이 안정감을 주고 있다.
대나무를 모아 만든 형태로, 밑에서 위로 뻗은 대나무는 어깨부위를 지나며 두 줄기가 한 줄기로 합쳐져 매우 좁고 긴 목을 이룬다. 눈에 띄지 않지만 긴 목 부분의 번잡함을 능숙하게 처리했다.
비색고려청자를 재현한 강진청자는 2006년 청와대에 납품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청자주병은 국보 169호 청자양각죽절문병을 재현한 청자죽절문주병 10점과 청자상감운학문주병 10점으로 모두 높이 25cm 가 되는 작품이다.
앞서 청자는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만찬용 식기와 국빈 선물로 청자상감용봉국화문개합 200세트가 청와대에 납품됐을 정도로 지금도 명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11호 (2017년 3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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