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셋째 아들인 김동선 씨의 '술집 난동' 동영상(사진=KBS뉴스).

검찰, 한화 김승연 회장 3남 김동선에 징역 1년 구형. 3월 8일 선고.

[이코노미톡 최서윤 기자] “평소 주량이 어떻게 되나요?” 변호인이 물었습니다. “평소 주량은 소주 한두 병입니다. 정확한 양은 기억 안 나는데 그날 양주 한 병 반 정도 마신 듯합니다.” 피고인이 답했습니다.

이 피고인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셋째 아들인 김동선(28) 전 한화건설 팀장입니다. 22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0단독 이종우 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김 전 팀장은 자신의 평소 주량을 ‘소주 한 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 전 팀장은 지난 1월 5일 강남의 한 술집에서 종업원을 폭행하고 기물을 파손한 것도 모자라 순찰차 안에서도 시트를 찢으며 난동을 부렸습니다. 이 때문에 공용물건 손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는 이날 공판에서 자신에 대한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사과했습니다.

김 전 팀장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피해자분들에게 죄송하고 다시는 이런 일을 일으키지 않도록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고, 신고 받고 출동했다가 봉변을 당한 경찰들에게도 “진심으로 죄송하다. 가능하면 나중에 직접 찾아뵙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양주병을 들었지만 그 행동으로 인해 실제 다친 사람은 없고 양주병도 바로 내려놓지 않았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는 “잘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앞서 자신의 본적을 묻는 판사의 질문에도 “정확히 잘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친절한 판사는 충남 천안 OO리 본적을 대신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 '술집 난동' 사건으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 김동선 씨의 모습이 담긴 CCTV 동영상(사진=KBS뉴스).

김 전 팀장은 음주 난동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가족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는 “가족들에게도 죄송하다.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경솔하고 무책임한 행동이었다”고 반성했습니다. 아버지인 김승연 회장은 아들의 술집 난동 소식을 전해 듣고 크게 격노하며 반성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전 팀장은 7년 전인 2010년에도 호텔 술집에서 여종업원을 추행하고 술집 직원을 폭행해 입건된 바 있습니다. 2007년 김승연 회장과 차남인 김동원 현 한화생명 상무가 연관된 이른바 ‘보복 폭행’ 사건으로 한화그룹이 곤혹을 치른 이후였습니다. 특히 이번 공판에서는 김 전 팀장이 지난해 7월경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받은 사실이 추가 공개되면서 ‘상습적’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습니다.

검찰은 김 전 팀장에 대해 징역 1년을 구형했습니다. 피해자와 합의 과정에서 한화그룹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긴 했지만 피해자와 합의를 끝냈고, 순찰차 파손에 대한 수리비 28만6천 원도 공탁한 상황이라 다소 무거워 보일 수 있는 형량이었습니다.

검찰은 이날 반대신문도 하지 않고 구형 이유에 대한 별다른 설명도 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경찰은 김 전 팀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이유로 과거에도 비슷한 전력이 있고 경찰서에서도 난동을 부리는 등 죄질이 불량한 점을 들었습니다. 검찰도 같은 이유일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입니다. 최근 공개된 술집 난동 동영상을 보면 김 전 팀장이 종업원에게 폭행을 가하는 모습과 함께 경찰관 앞에서 반성의 기미 없이 하품을 하는 모습으로 적잖은 논란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 소주의 도수는 17도 정도다. 하이트진로 참이슬 17.8, 롯데주류 처음처럼 17.5, 무학 좋은데이 16.9(사진=경제풍월).

김 전 팀장은 이날 자신의 주량을 소주 한두 병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중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주의 도수는 17도 정도입니다(하이트진로 참이슬 17.8, 롯데주류 처음처럼 17.5, 무학 좋은데이 16.9).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다고 해도 그가 밝힌 주량은 귀를 의심케 했습니다. 자신의 평소 술버릇과 주량을 알고도 많이 마셨다면 이는 더욱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설상가상으로 특검이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삼성으로부터 대가성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김 전 팀장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러모로 구설에 오른 상황입니다. 승마선수 출신인 김 전 팀장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마장마술 단체전에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와 함께 출전해 금메달을 딴 기록이 있습니다.

그는 이날 최후진술에서 “생각해 보면 부끄럽고 아무리 술을 마셨다고 한들 절대 있을 수 없는 안 좋은 행동이었다”며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많이 반성하고 열심히 살겠다”고 고개 숙여 거듭 사과했습니다. 김 전 팀장에 대한 판결은 다음달 8일 선고됩니다.

주취폭력은 사회악으로 분류됩니다. 김 전 팀장 외에도 최근 대한항공 기내에서 난동을 부린 두정물산 임병선 사장의 아들 임범준(35) 씨와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의 장남 장선익(35) 이사 등 이른바 ‘금수저’들이 주취폭력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었습니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합니다. 김 전 팀장의 이날 반성이 심신미약을 가장한 꼼수가 아닌 진심이길 바라는 건 무리일까요?

▲ 2014년 10월, 한화갤러리아 승마단 소속 선수인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오른쪽)이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김 전 팀장 옆은 최순실 딸 정유라 씨(사진=한화그룹).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