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경찰청장·이광구 우리은행장·백복인 KT&G 사장 “연관 없다”

[이코노미톡 최서윤 기자] 특검이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통해 인사청탁을 한 정황이 담긴 파일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은행과 KT&G가 주목 받고 있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특검이 확보한 ‘우병우 민정수석 청탁용 인사파일’이란 제목의 파일에는 경찰청장·우리은행장·KT&G 사장 후보의 인사파일과 함께 ‘민정수석실로 보내라’는 최 씨의 자필이 적힌 포스트잇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파일들은 지난해 7월께 작성된 것으로, 최 씨가 추천한 후보가 민정수석실에 전달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직접적으로 이름이 거론된 이철성 경찰청장은 20일 ‘경찰청장 인사 보도 관련 입장’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적극 부인하고 나섰다. 이 청장은 “이번 경찰청장 인사 보도와 관련해 전혀 아는 바 없으며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면서 “특검에서 사실관계를 신속하고 명확하게 밝혀서 경찰조직과 개인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경찰청장에 임명된 이 청장은 순경으로 시작해 치안총감을 거치며 경찰의 모든 계급을 경험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국민대 행정학과, 연세대 행정대학원을 나와 1982년 순경 공채로 경찰에 입문한 뒤 서울 영등포경찰서장, 경남지방경찰청장, 대통령비서실 사회안전비서관 등으로 근무하며 경찰 내 두터운 신임을 얻은 인물로 평가 받았다.

▲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사진=경제풍월DB).

실명이 거론되지 않은 이광구 우리은행장도 적극 반박했다. 우리은행은 이날 해명자료를 내고 “지난해 7월은 우리은행장 임기가 6개월 이상 남아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후보자가 비선라인을 통해 은행장이 되고자 인사청탁을 시도한 정황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당시는 현직 은행장을 중심으로 전 임직원이 혼연일체가 돼 우리은행 민영화를 성공시키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었던 시기인 점을 고려할 때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이러한 인사청탁 시도와는 무관한 현직 우리은행장이 민간주주로 구성된 이사회를 통해 민선 1기 은행장으로 선임됐으므로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당부 드린다”고 덧붙였다.

최근 연임된 이 행장은 ‘우리은행 민영화’의 공로를 인정 받았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51.06% 가운데 29%를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동양생명, 키움증권, 사모펀드 IMM PE 등 과점주주에 매각해 4전5기 끝에 민영화에 성공했다. 앞서 1월 우리은행 사외이사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6명의 차기 행장 후보자에 대한 면접을 진행한 끝에 이광구 행장과 이동건 그룹장, 김승규 전 우리금융지주 부사장 등 3명을 차기 행장 후보로 선정한 바 있다.

이 행장의 경우 취임 초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인 ‘서금회’ 활동을 했다는 점이 아킬레스건으로 꼽히기도 했다. 서금회에는 이덕훈 한국수출입은행장을 포함해 정연대 코스콤 사장, 김병헌 KB손해보험 사장, 황영섭 전 신한캐피탈 사장, 박지우 KB캐피탈 사장, 이현 키움투자자산운용 대표이사, 정은상 전 GS자산운용 전무, 김윤태 전 KDB산업은행 부행장 등이 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행장은 서금회 특혜를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 행장 연임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실명이 거론되지 않은 KT&G 관계자도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회사는 알고 있지 못하며 2016년 7월 당시 대표이사였던 백복인 현 사장은 인사청탁 파일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KT&G는 최근 전현직 사장들이 재판에 넘겨졌다가 무죄를 받은 바 있어 내부의 조심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된다. 또 전현직 사장들이 현 정부에 협조적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해당 파일에는 이들의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이 남겨져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 KT&G가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진행 중인 서울 홍대의 상상마당(사진=경제풍월DB).

백복인 현 KT&G 사장은 2015년 10월부터 사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백 사장은 1993년 KT&G의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에 입사했다. 2002년 KT&G가 민영화의 문을 연 이래 첫 공채 출신 CEO다. 1993년 입사 이후 마케팅, 전략기획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갖고 있다.

민영진 전 KT&G 사장이 비자금 조성과 금품수수 혐의로 2015년 7월에 물러나면서 백 사장이 사장 공모에 지원했다. 그간 내부인사에서 사장을 발탁해온 KT&G가 당시 외부인사도 응모할 수 있도록 하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도 일기도 했다. 그러다 내부인사인 백 사장이 단독후보로 추천되면서 논란은 수그러들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최순실 측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강제모금하면서 KT&G에는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백 사장의 경우 2015년 7월, 담뱃값 경고 그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는 등 현 정부 정책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때문에 민 전 사장이 검찰 수사로 사표를 내면서 청와대 등은 공석인 사장 자리에 백 사장이 아니라 다른 후보를 원했다는 주장도 있다.

백 사장이 사장에 선임된 이후 2016년 2월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으면서 검찰이 압수수색에 들어가자 KT&G 내부는 다시 뒤숭숭해졌다. 2016년 7월에는 백 사장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재판이 진행 중이라 입지가 다소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백복인 사장은 지난 2일 배임수재 등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민 전 사장도 17일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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