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 것, 살릴 것 과감히 선택해야

[이코노미톡]

어디서부터 어떻게
산업혁명 다시 시작할까
버릴 것, 살릴 것 과감히 선택해야

글/전성자 (한국소비자교육원장)

혼란, 혼잡, 혼돈의 비가(悲歌)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 우리의 국가경영 목표다. 그 이상 더 좋은 제도와 이념이 지금 지구상엔 또 없다고 알고 있는 우리다. 이 세상에서 제일 바른 이념 위에 바로 된 경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나라라고 믿고 있다. 그런 믿음 위에 나라를 경영했기 때문에 세계가 부러워하는 압축 성장을 이루어 냈다고도 믿고 있다. 우리의 교조(敎條) 같은 것이다.
회의가 생겼다. 좋은 제도와 체제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우리의 운영능력이 서투른 것인가? 믿음은 옳은데 그 체계 경영을 잘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 동안 신나게 운영하더니 벌써 지쳤는지 경제는 흐트러지고 정치는 변덕스러우며 위험해 보이기까지 하는 걸보면....
정치는 혼잡스럽고, 경제는 혼미하고 사회는 혼란하고 교육은 혼돈 중이다. 다들 어찌할 줄 모르는 것 같다. 이런 불안은 정치가 요사스러운 때일수록 더 심하다. 불안 할 때는 사회가 더 큰 판단 실수를 더 범하곤 한다.
그런 실수를 한 사회는 다시 새 리더가 나와 시스템 대 개조를 단행하고도 한 10년 이상을 죽을 고생을 해야 벗어나는 것 같아 보인다. 미국의 리먼 쇼크나 우리의 IMF 환란이 그랬고,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그랬다. 한번 무너지면 회복에 그 정도의 시간, 비용, 고생은 치러야 하는 것 같다.
지금, 우리는 또 심한 비극들을 여기저기서 경험하는 중이다.

말뫼의 눈물 야사

여기저기 공장이 문을 닫고 이런저런 공업단지들이 공동화되고 있단다. 빈 주거단지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고 영남 공업지대 일부엔 한국산 러스트 벨트(녹슨 공장지대)가 형성되기 시작하고 있단다.
이런 경제 내리막을 이야기 할 때면 “말뫼의 눈물” 야사를 상기한다. 말뫼는 스웨덴 북부 해변도시다. 이 도시에 있던 대형 크레인을 현대중공업이 2002년 울산으로 가져오던 때 상실감에 눈물 흘렸던 슬픈 야사를 이름이다. 말뫼(Malmo)시의 화려하던 조선업체 코쿰스(Kockums)사가 기울고, 이를 다시 이어 받았던 BWS사 마저 파산하자 마지막 내놓은 자산 ‘코쿰스 크레인’이 팔려 나가던 날의 슬픈 비가(悲歌)를 말한다. 현대중공업은 해체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이 크레인을 1달러에 사들여 울산으로 옮겨 왔다. 한국에 와서 300억을 넘게 평가되던 이 크레인은 1973년경 건조된 1,500톤급 항만용 대형 크레인이다. 문처럼 생겨 문형 크레인, 크다 해서 “골리앗 크레인”으로도 불린다. 말뫼서만 70척 이상의 선박 건조에 사용되었다.
이 크레인이 뜯겨 울산으로 떠날 때 많은 시민들이 항구에 나와 눈물로 송별했고 스웨덴 국영방송은 장송곡과 함께 ‘말뫼가 울었다’며 조선업의 종언을 보도한데서 연원했다. 20세기 초 스웨덴은 세계 조선업계의 고봉이었으며 이 사건은 세계 조선 산업의 중심이 바뀌었다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지금 말뫼의 눈물을 소개 하는 것은 우리가 이어 “창원의 눈물”을 상징적으로 흘려야 할 때가 되나 두려워서다. 큰 공장들이 여기저기서 비명을 고하고 있는 형편이라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함이기도 하다.

말뫼의 역전 신화

▲ 울산 현대중공업에 있는 ‘ 골리앗 크레인’ . 2002년 스웨덴 말뫼시의 폐쇄된 조선소에서 단돈 1달러에 사들인 것을 지난 2007년에 세계 최대 크레인 성능 1600톤으로 100톤 증대시켰다. <사진= 현대중공업 >

1980년초까지만 해도 세계 조선업의 번영의 표상이며 당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코쿰스 크레인이 울산에 팔려 온지 6년 뒤(2008년) 이 시설은 성동산업이 270억 원에 다시 사들여 창원에서 선박건조에 투입되었다. 우리 조선산업이 호황일 때이다.
우리 조선업도 세계 경쟁력이 약화되자 이를 다시 경매로 내 놓았다. 여러 차례 유찰 끝에 30억 원까지 떨어졌지만 원매자를 찾지 못해 사방으로 찾다가 루마니아의 한 조선소에 헐값에 팔렸단다. ‘말뫼의 눈물’이 “창원의 눈물”이란 야사로 개작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다시 읽는 말뫼 스토리는 비극 엔딩이 아니었다. 조선소가 문 닫자 도시인구의 10%, 2만7천여명이 거리로 내몰렸다. 그 후 말뫼는 모든 시스템과 경제구조를 대개조하여 새로운 말뫼 신화를 써 냈다.
개조정책이 중요했다. 스웨덴은 우선 말뫼와 덴마크 코펜하겐을 바닷길로 잇는 7.8㎞의 대교를 건설했다. 대규모 공공투자로 해고 노동자들의 삶부터 챙겼다. 조선업 연명을 위해 썼던 재원을 과감하게 신재생에너지와 정보기술(IT), 바이오 등 신산업 분야에 집중투입 했다. 이 덕에 말뫼는 유럽을 대표하는 생태 도시로 탈바꿈했다.
그 결과 스웨덴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1990년 2만 9794달러에서 지난해 4만 8966달러로 늘어났다. 산업구조의 고도화와 성장을 모두 이뤄낸 셈이다.
말뫼는 스토리텔링을 계속해 “말뫼의 대박”역전 드라마를 써낸 것이다.

지금을 살고 있는 산자의 의무

경제는 순환한다. 우리 어른들은 물에 잠길 때도 있고 뜰 때도 있다고 하셨다. 지금 우리는 자칫 잠기려는 게제다. 이때 말뫼 신화를 찾아 읽는 것은 우리도 이를 거울삼아 대 반전 드라마를 쓰자는 각오를 다지기 위해서다. 더 내려가면 어려워진다. 지금 다잡지 않으면 회복력을 잃을 수 있다. 시급하고 과감하게 결정해야 한다.
버릴 것과 살릴 것을 빨리 결정하자. 안 되는 거 쥐고 있으면 더 어려워 질 따름이다. 버릴 건 과감하게 버리자. 그러나 좀 더 정밀하게 분석해 알아보고 결정해야 한다. 지금 좀 어렵다고 버릴 게 아니라, 버려야 할 것들을 단호하게 버리자. 과거 IMF환란 때처럼 버리지 않아도 될 걸 미리 겁내고 내다 버리는 바보짓은 하지 말자. 아기 목욕물 버린다며 아기까지 버리는 우 말이다.
경제 구조를 대 개조해야 한다. 낡은 운영 시스템과 구조를 대 개조하여야 한다. 혁명적 개조의 시대가 오리라고 우리도 감지하고 있다. 그러면 그런 대혁명에 맞게 조향장치와 연계시스템과 네트워크를 재설정해야 한다. 경제학자들은 리세트(reset)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산업도 재배치해야 한다. 시민 철학도 개조해야한다. 우리만의 산업 혁명을 사회 합의로 이루어 내야 할 것이다. “울산의 기쁨” “항원의 대박” “거제의 기적” 같은 우리만의 송가를 다시 읊을 때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지금을 살고 있는 산자의 의무이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10호 (2017년 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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