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천간, 땅위 지지가 만나요

[이코노미톡]

정유년(丁酉年)은 왜
뜨거운 붉은 닭의 해인가
하늘의 천간, 땅위 지지가 만나요

글/ 장홍열(한국기업평가원 회장)

사람이 한평생을 평소에는 무관심하게 살아가다가도 해가 바뀔 때나 자기가 세상에 태어난 날에는 곧잘 의미를 부여(附與)하는 버릇을 갖고 있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상을 한번 눈여겨본다.
사람은 누구나 해(太陽)의 운행에 따른 태양력(太陽曆)과 달(月)의 운행에 따른 태음력(太陰曆)에 따라 삶을 살아간다. 세계사적 책력(冊曆)으로 가늠하는 우리나라의 음력(陰曆), 중국력(中國曆), 그리스력, 유대력을 독자적으로 가지고 살아가는 나라는 태음, 태양력을 함께 쓰면서 독특한 생활풍습을 갖고 있다.

태음, 태양력의 조화

우리나라가 태양력과 함께 쓰고 있는 태음력은 재미도 있고 유머(humor)가 넘치면서 옛날 조상 대대로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으로 칭송받는 이유에 걸 맞는 독특한 예절, 풍속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 일본제국주의 지배 때 음력이 괄시를 받았다. 그 폐해가 생각보다 우리의 정신세계를 오랫동안 괴롭혔던 경험을 갖고 있다.
때가 음력 정초(正初)라 옛날 조상들 때부터 즐겨 쓰고 있는 태음력에 기초한 음양오행(陰陽五行)에 따라 한해, 한해가 갖는 의미를 한번 생각해 보았다.
우리 인간에게 이름이 있듯이 우리가 살아가는데도 하늘의 운행에 맞춘 해(年)의 이름이 있다.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살기가 바쁘니까 별 관심을 갖지 않고 살아간다. 한 해가 바뀔 때마다 그해의 이름은 하늘의 운행을 나타내는 10개의 천간(千干)과 땅에 사는 인간을 이롭게 하는 12동물인 지지(地支)의 조합에 따라 순서대로 짝지어서 정해진다.
10개의 천간은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다. 12개의 지지는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味), 신(申), 유(酉), 술(戌), 해(亥)다.
10개의 천간은 10년에 한번 12개의 지지는 12년에 한 번씩 순환한다. 사람의 한평생 60갑자란 말은 천간 10개와 지지 12개를 순서대로 조합하여 만든 60개의 간지다. 그것이 바로 갑자, 을축, 병인, 정묘… 임신, 계유, 갑술 순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사람이 태어나 세상 떠날 때까지 간직하라고 한 번씩 주어지는 간지(干支)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띠라고 한다.
쥐띠, 소띠, 호랑이띠, 토끼띠 등 12개의 띠가 있다. 12년 차마다 같은 띠를 갖고 태어나기 때문에 그 후손을 띠동갑이라고 하는 것이다.
각종 신문마다 역술인들이 써주는 오늘의 운세 편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운세는 태양력과는 관계가 없고 태음력에 기초한 것이기 때문에 음력생시를 잘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시대까지만 해도 집안 어른들 특히 어머니, 할머니들은 자손들의 음력 생시를 철저히 기억하고 있다. 이 생시(生時)가 태어나는 날부터 평생 자기 운명을 지배한다고 믿는다. 좋은날 길일(吉日)을 택(擇)할 때는 이 생시의 날짜와 시간을 본바탕으로 하여 정한다.

환갑(還甲)의 유래

우리는 초·중고 시절 수학시간에 배운 최소공배수 원리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앞에 예를 든 천간 10개와 지지 12의 조합은 단순하게 120개의 간지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10과 12의 최소공배수가 60이라는 사실에 묘수(妙手)가 나온다. 최소공배수란 여러 수의 공통적인 배수 중에서 가장 작은 수라는 것을 우리는 배워서 알고 있다.
이 원리에 따라 10의 배수는 10, 20, 30~40, 50, 60, 70…이라고 하면 12의 배수는 12, 24, 36~48, 60, 72…가 된다. 두 수의 공통인 배수 중 가장 작은 수가 60이다.
금년 2017년은 음력으로 정유년(丁酉)년이다. 이 정유년이 같은 이름의 해로 돌아오기까지 정확이 60년이 걸린다. 여기서 환갑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만 60세의 생일(61세)에 자신이 태어난 60갑자를 다시 맞이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60갑자를 색깔과 상징 동물로 조합하여 표현하면서 자손들이 모여 축하를 하고 즐기는 환갑잔치라는 좋은 풍습을 간직해 왔다.
100세 시대가 눈앞에 다가오면서 환갑의 의미도 많이 퇴색해 지고 있다. 지금부터는 환갑나이가 지나면 10년 단위로 7순(七旬), 8순(八旬) 아흔(望100년) 생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한다.

붉은 닭의 해

동양의 오행설에 의해 표현되는 천간의 색깔은 이렇다.
갑·을(甲·乙)은 파란색, 병·정(丙 ·丁)은 빨간색, 무·기(戊·己)는 노란색, 경·신(庚·辛)은 흰색, 임·계(壬·癸)는 검은색으로 나타낸다.
동물을 상징하는 12개의 지지는 다음과 같다.
자(子)는 쥐, 축(丑)은 소, 인(寅)은 호랑이, 묘(卯)는 토끼, 진(辰)은 용, 사(巳)는 뱀, 오(午)는 말, 미(未)는 양, 신(申)은 원숭이, 유(酉)는 닭, 술(戌)은 개, 해(亥)는 돼지를 말한다.
이를 근거로 한해, 한해를 상징하는 이름이 역학상 나오는 것이다. 지난해 병신년(丙申年)은 빨간색을 의미하는 병과 신을 상징하는 원숭이가 만났기 때문에 빨간 원숭이해를 보냈다고 하는 것이다. 금년 정유년(丁酉年)은 빨간색을 의미하는 정과 닭을 상징하는 유가 만났기 때문에 붉은 닭의 해가 되는 것이다. 정유년 시작은 역학상 정확히 이야기해서 양력 1월 28일 음력 정월초하루 설날부터 라고 하겠다.
최소한 이런 원리인 하늘의 운행을 의미하는 천간 10개와 인간에 이로운 동물인 지지 12개의 깊은 뜻을 알고 국내 일간지에 하루도 빠짐없이 띠동갑별로 게재되고 있는 오늘의 자신운세를 심심할 때 짚어보면서 남은여생을 즐기는 것도 복 받은 인생이라고 하겠다. 정말로 사람다운 사람의 향기가 그리운 계절이고 시간이다. 새해에도 건강 잘 챙기면서 복 많이 받기를 기원합니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10호 (2017년 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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