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수 글로벌정치연구소장 인터뷰.

[이코노미톡 최서윤 기자] 2016년 11월 8일. 미국에서는 두 눈을 의심케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도널드 존 트럼프(70. Donald John Trump) 대통령의 당선이었다. 많은 사람들과 언론은 힐러리 로댐 클린턴(69. Hillary Rodham Clinton) 전 장관의 승리를 점쳤다. 결과는 예상을 깼다. 트럼프는 ‘미국우선주의’를 앞세웠다.

한국의 재계는 물론, 올해 대선을 앞둔 정치권도 트럼프 정책에 만발의 대비를 해야 한다. 우리는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까? 유창선 글로벌정치연구소장에게서 그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유 소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통령은 반드시 트럼프와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유창수 소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경제풍월).

다음은 유창수 소장과의 일문일답.

- 지난해 10월 ‘유창수의 글로벌 정치 토크’라는 책을 냈다.

미국 대통령선거 연구에 관한 책이다. 미국인들은 정치 경쟁, 시민의 동등한 참여, 시민의 정부 통제를 장려하는 제도에 큰 자부심이 있다. 반대자가 공개적으로 집권자를 비난하고, 선거에 지면 평화적으로 권력을 넘겨주는 민주주의 과정은 200년 넘게 지속돼 왔다. 한·미 관계는 남북 분단 시기는 물론, 통일 이후에도 군사적·외교적으로 지속돼야 한다. 통일 한국의 경우 오히려 지정학적 위상으로 한·미 관계가 더욱 공고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우리 국민들에게 미국 대선은 민주주의의 선진화된 모델을 경험하는 정치학습의 장이기도 하다. 미국의 선거제도에서 민주적이며 효율적인 우리만의 선거 모델을 개발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집필하게 됐다.

-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가 아닌 힐러리 당선을 예측했다. 언론도 그렇고.

미국은 초강대국이다. 1789년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을 시작으로 45대 대통령인 트럼프까지 어떤 시스템을 갖고 있기에 시대마다 필요한 국가 리더가 배출됐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었다. 미국 주류 언론과 전 세계 언론이 힐러리가 대통령이 될 거라고 봤다. 나도 그랬고. 막상 결과는 반대였다. 미국 국민들은 바꾸고 싶었던 거다. 이번을 정권 교체의 적절한 타이밍으로 본 거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는 진보로 분류되는 민주당 소속이다. 8년을 집권했다. 미국에서는 1945년 2차 세계대전 종식 이후 한 정당에서 3번 연속으로 대선을 이긴 적이 한 번 뿐이다.

- 오바마는 재임 중에도, 재임 이후에도 각종 여론조사 결과 국민들이 좋아하는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그래서 더욱 선거 결과가 의외다.

오바마는 경제·외교·안보·사회 등에서 진보 정책을 폈다. 정확히 말하면 미국 언론이 오바마를 좋아했다. 말도 잘 하고, 똑똑하고, 매너 좋고. 정작 미국의 밑바닥 민심인 중산층은 오바마 정책을 높게 평가하지 않았던 거다. 또 하나는 대통령이 아무리 잘해도 한 정당에서 3번 연속 대선을 이길 수가 없다. 국민들의 피로도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1945년 이후 역사상 한 정당에서 3번 연속 승리한 경우는 정말 인기가 많았던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의 바통을 이어받은 조지 부시(George Bush)가 유일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원샷 선거다. 투표용지를 보면 굉장히 길다. 11월 8일 대선 때 미국은 대통령 뿐 아니라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연방 상원과 하원 의원, 주지사 등을 한꺼번에 찍었다. 대통령 뿐 아니라 상·하원 등을 모두 뽑는 선거였던 거다. 미국 민심은 진보좌파인 민주당보다 보수우파인 공화당을 선택했다. 선거 결과를 보면 대통령 뿐 아니라 상·하원, 주지사 등을 모두 공화당이 휩쓸었다. 이런 기조 속에서 트럼프가 된 거다.

- 오바마 개인 인기도와 무관하게 정당의 선택은 달랐다는 말인가?

그렇다. 미국 국민들은 정권교체를 원한 거다. 전부 물갈이가 된 선거였다. 1989년 냉전이 종식됐다. 독일 베를린 장벽이 붕괴됐고, 동구권 공산주의가 무너졌다. 1991년에 소련(현 러시아)이 해체됐다. 미국은 세계 질서를 주도 했고, 전 세계는 자본주의화 됐다. 냉전이 끝나고 25년 이상이 흘렀다. 공산주의가 무너지자 빈부격차가 심해졌다. 미국 중산층들은 삶이 팍팍해졌다고 생각했다. 결정타가 2008년 리먼 브라더스 금융위기였다. 이 때 중산층이 상당수 몰락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산층 재건을 약속했고, 당선이 됐다. 그런데 약속을 못 지켰다. 격차는 더 벌어지고 경제는 저성장했다. 그러다보니 미국 내, 특히 백인 중산층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안 좋았던 거다. 수치와 체감도는 분명 다르다. 트럼프와 힐러리의 역대 최대 진흙탕 선거도 문제였다. 그나마 트럼프는 솔직해 보인 반면, 힐러리는 포커페이스로 보인 것이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이 밖에 힐러리의 지지층 이탈, 미국 국민들의 언론에 대한 불신도 한몫 했다. 미국은 진보 매체가 많다. 동성연애 합법화 등 너무 진보좌파 쪽으로 치우쳤던 정책들도 미국 기독교인들에게 반감을 샀다.

- 트럼프가 당선되고 반(反)이민정책에 대한 반발이 심하다. 독일 유력 주간지 슈피겔은 ‘자유의 여신상’을 참수하는 트럼프 그림을 표지에 실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트럼프의 정책기조가 신고립주의, 자국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다. 미국은 이민국가다. 인구의 30%는 소수민족이다. 백인은 70%다. 반이민정책이라고 하나 엄밀히 말하면 반불법이민정책이다. 이민자를 못 오게 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이민을 막겠다는 거다. 미국인들의 상당수는 자신들의 일자리, 특히 생산직을 히스패닉과 불법이민자들이 빼앗는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지금 전 세계적으로 테러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거다. 2001년 세계무역센터인 쌍둥이빌딩이 무너졌다. 참혹했던 9.11 테러 이후 15년 동안 많은 테러가 많았다. 프랑스 파리와 독일에서도 테러가 일어났다. 최근까지도 이슬람 과격단체와 연계된 테러가 발생했다. 그러다보니 미국 국민들은 이민자들을 선별해야 한다고 생각한 거다.

▲ 유창수 소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경제풍월).

- 한국 정부도 할랄산업을 육성한다고 했다가 교계 등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무슬림 테러의 우려도 제기됐고. 이혜훈 의원 등도 이슬람을 바로 알아야 한다며 반대했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이 이번에 총리 4선에 도전한다. 메르켈은 시리아 난민을 대거 받기로 해서 보수층 지지가 왔다 갔다 한다. 미국과 유럽 국민들은 테러를 우려하고 있다. 정확하게 트럼프는 이민을 막는 것이 아니라 불법이민을 차단하겠다는 거다. 잠재적 테러가 의심되는 국가의 사람들이 유입되는 것을 원천봉쇄하려는 거다. 지금 트럼프는 본인 공약대로 하는 거다. 이를 합리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인종, 종교 때문에 특정 세력들이 미국을 방문하거나 이민 오는 것을 선별 하는 것은 미국 헌법에 위배된다는 주장을 편다. 한국에서도 할랄산업 육성을 반대한 것은 이 같은 테러주의자들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테러안전국이 아니다.

- 트럼프는 북한 미사일 위협에 추가적인 제재를 가하겠다고 했다.

과거 조지 W 부시는 북한과 이란을 ‘악의 축’이라고 했다. 오바마는 ‘전략적 인내’라고 했다. 오바마는 사실상 북한의 핵 개발을 용인한 거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무책임했다. 트럼프는 북한 핵을 미국 자국에 대한 가장 큰 안보 위협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미국 내 외교·안보 라인을 보면 매파들이 많다. 강성들이 많다는 얘기다. 미국 매티스 국방장관이 세계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왔다.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북핵 문제를 용인하지 않겠다, 북한이 핵 보유를 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신호를 보낸 거다. 트럼프가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하니까 북한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북한의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지 않나. 때문에 우리나라 차기 대통령은 한반도 외교·안보를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보수우파 쪽 외교·안보 사상은 인권 부분도 많이 생각한다. 따라서 북한 인권 문제도 많이 거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거다.

-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트럼프의 자국보호정책으로 인해 올해 국내 경기는 안 좋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신보호주의 바람이 불고 있다. 외환위기 때보다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한민국 GDP(국민총생산)는 세계 11위다. 그런데 외국에 비해 무역의존도가 굉장히 높다. GDP의 80~90%를 무역에 의존하고 있다. 무역장벽이 높아지면 그만큼 더 힘들어진다. 무역이 더 잘 되려면 환율은 물론, 세계 경제가 안정화 돼야 한다. 트럼프는 나프타(북미자유무역협정)를 재협상한다고 했고,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도 탈퇴한다고 했다. 한미FTA도 재검토 한다고 했으니 우리나라로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반드시 트럼프와 말이 잘 통할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 트럼프가 주창하는 정책을 호응하고, 정책이 맞지 않으면 설득하고 신뢰를 줄 수 있는 사람이 19대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 유창수 소장의 이력은?

미국에서 트로이 고등학교, 옥시덴털 칼리지를 졸업하고 일본 와세다대 국제부에서 수학했다. 연세대 경영대학원 석사를 마치고 LG전자, 한국 썬마이크로시스템즈에서 일했다. 2006년 프로젝터 전자칠판 등을 유통·생산하는 유환아이텍을 창업해 현재 대표로 있다. 지난해 새누리당 청년최고위원을 지냈다. 한국 해비타트 코리아 협력위원, 한국청년해외친선단 대표, 청년창업아카데미 대표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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