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 종편 내부가 덫에 걸렸나

[이코노미톡]

요즘 신문, 종편들…
촛불 과장, 태극기 묵살
보수언론, 종편 내부가 덫에 걸렸나

글/ 宋貞淑(송정숙) 편집위원 (전 장관,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동창생 하나가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왔다.
그런데 그 전화가 처음부터 다짜고짜 시비조였다.
“이럴 수가 있는 거냐, 신문기자라는 게 사건이 일어나면 육하원칙에 의해 정당하게 보도하는 것이 원칙이 아니냐, 백만이 넘는 시민이 나서서 그것도 태극기를 들고 얼어붙은 거리를 헤매며 무엇인가 주장하면 적어도 그 사실을 보도해야 하는 것 아니냐,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 지방에서 일당 주고 버스 동원해서 실어 나르는 촛불 세력은 숫자를 부풀려가며 민심이라고 대서특필하면서, 이게 신문이냐 뭐냐, 당신도 신문기자 출신이니 책임 있는 답변 좀 해봐라”

▲ 사진=경제풍월DB

동원된 촛불 확대보도, 태극기 민심 묵살이냐

시퍼렇게 흥분한 목소리가 퍼붓듯이 들려왔다.
이제는 으레 그렇거니 하면서 그것을 거론하기조차 지친 내게다가 이렇게 새삼스럽게 퍼붓는 동창생 전화를 받으니까 좀 황당하고 할 말이 없었다.
다만, 보통의 평범한 시민도 그렇게 분노하는 지경에 이르렀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얼떨결에 실컷 당하기만 하고 나서 새삼스럽게 곰곰 생각해 보았다.
그렇다 정말 그렇다.
지방 번호판의 고속버스가 남산 언저리며 양재역 네거리 같은, 지방에서 올라오는 초입의 길목마다 수백 대가 늘어서고 거기서 내린 배낭부대들이 똑같은 물병에 똑같은 깔개를 배낭 주머니에 꽂고 김밥 봉투를 든 채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역으로 끝도 없이 들어간다. 집회장소인 광화문을 향하는 동원된 「촛불」이다. 언론들은 이들을 무작정 정당화하고 미화한다.
그런데 자발적으로 노구(老軀)를 이끌고 도심을 향해 죽을힘을 다해 몰려들어 도로를 메우고 광장에 퍼질러 앉는 태극기 민심은 왜 그렇게 묵살하고 축소하려는 것일까.
하물며 그들은 자신들의 부모거나 조부모들이다. 이 나라가, 이 위대하게 발전을 이룩해온 나라가 잘못되어 또다시 불행의 늪에 빠지게 될까봐 삼일만세 외치듯 거리에 나선 친지와 육친뻘의 어른신네들에게 왜 언론은 그렇게 잔혹하고 불손한 것일까.
그분들은 오늘의 언론들이 존재하는 기반이었다. 언론들의 지속 성장과 발전을 지원하고 성원하며 더불어 함께 해온 착하고 너그러운 이웃들이다.
이 태극기 세력이 없으면 그들 언론들은 뿌리가 흔들려 고사(枯死)할 수밖에 없는 나무들인 셈이다.

억장 무너지는 소리… 요즘 신문, 방송들

불법과 불근신과 부정의 세력이 배후에서 조종하는 것이 역력한 세력을 과장하여 옹호하기 위해서 진상과 진실을 외면하는 일에 이렇게 오래 이렇게 부당하게 야합하는 일을 언론은 왜 그렇게 지속하는 것일까.
그리하여 마침내 평범하고 건강하고 진지하며 정의로운 우국 세력인 「동창생」들이 분노하여 영하의 도로 위를 부들부들 떨며 헤매게 만드는가. 그것을 알은체도 하지 않는 것으로 더욱 분노하게 만들어 수십 년 전의 동창생을 찾아 항의전화를 걸게 왜 하는가.
참으로 모를 일이다.
너무 답답해서 많은 정보를 다루고 사회의 여러 면을 섭렵한 저명한 인사인 지인에게 질문해 보았다.
오늘의 이런 언론현상은 어떻게 해서 일어난 일인 것 같은가,라고.
복잡하고 난처한 얼굴로 마주 보던 그는 한숨 쉬듯이 토해냈다.
『…요즘 신문사 편집국은 차장 이하가 다 좌파로 넘어갔고 그 배후에서 종북이 조종한답니다. 그래서 그런 겁니다.』
이게 무슨 억장이 무너질 소리인가. 대체 그걸 대답이라고 하는 것인가. 이렇게 대책 없이 암담한 답변을, 나라 일을 바로 세워야한다고 동분서주하는 성숙한 사회인사가 내놓을 수가 있는가. 아무려면 그렇겠는가. 딱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는 내게 그는 덧붙였다.
그렇다고 보지 않고는 자신도 분석이 안 되는 현상입니다, 라고.
옆에서 이런 대화를 지켜보던 다른 지인이 이렇게 자기 의견을 말했다.
『박근혜정부가 무사히 가면 종편방송이 재 허가를 받을 수 없게 된답니다. 보수 언론들의 속셈은 그런 것이고, 여당 안에서 친박 비박으로 내전을 일으키다가 탈당하고 달아난 패들은 원수를 갚기로 이를 갈고 있지요. 그들과 야당, 좌파 종북들이 이해가 맞아떨어진 거지요. 나라야 거덜이 나든 말든 사원(私怨)으로 뭉쳐진 세력들이 손을 잡은 것이지요.
웃기는 것은 그들 스스로, 특히 보수 언론이나 여당 속의 원수 갚기 세력들은,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가 제풀에 놀라버린 것 같다는 것입니다.』
이 의견의 후반부가 그럴 듯해 보인다.

보수언론 내부가 이상한 덫에 빠졌나

▲ 주요 일간지들.

혹시 보수 언론들은 내부적으로 이상한 덫에 빠진 것은 아닐까?
「다 빨개진 차장 이하」를 잘 활용해서 앞으로 당하게 될 불이익에 대비하고 보자는 생각에 그들에게 동조해 어떻게 해볼까 했는데, 그들에게 아예 점령을 당해 버린 것 같은 덫에 빠진 것은 아닐까. 가로 늦게 이건 아니다싶어서 멈춰보려고 해도, 일은 이미 잘못되어, 폭로협박을 당하며 빼도 박도 못하게 하는, 그런 덫에 걸린 것은 아닐까. 모든 폭력의 생리가 그렇듯이 내 칼도 남의 칼집에 들어가면 어쩔 수가 없는 경지에 이른 것은 아닐까.
아무거나 막무가내로 나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전형적인 폭력 세력에.
시중에 알려진 〈김미영의 61가지 최순실 사건 오보 총정리〉라는 것이 있다. 조목조목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바로잡은 매우 명쾌한 정리의 내역을 지니고 있다.
이 중에 웃지 못 할 오보의 예가 하나 나온다. 추미애 더불어 민주당 대표가 했다는 오보다.
요즘 이상하게 꺼떡거리는 발걸음이 더욱 심해진 그가
『박 대통령이 미용을 위해 2000억 원 이상을 썼다는 새로운 사실이 오늘 드러났다.』며 국민은 일자리와 희망을 잃고 있는데 대통령은 피부건강과 미용을 위해 온갖 주사를 맞고 여기에 국민 혈세를 썼다니 얼마나 통탄할 일이냐고 마구 거품을 품으며 자료를 휘둘렀다. 그런데 이것은 자기들 당의 한 의원이 청와대 전체가 의약품 구입비로 쓴 내역 2천여만 원의 명세서를 오해해서 들고 흔들어 보이며 그렇게 외친 모양이다.
최대 야당의 당수라는 사람이 저지른 호기 치고는 너무 코미디하고, 무식하고, 경박하고, 무책임하다. 상식적으로도 2천억 원이라는 수적 규모는 수리(數理)의 차원이 다르다. 2천만 원과 2천억을 혼동한다는 것은 너무너무 무지한 행태다. 의도적으로 그랬다면 그것은 꼭 무지한 폭력배의 수법과 그대로 닮았다.
꺼떡거리는 걸음으로 아무렇게나 내뱉는 말버릇이 아니라면 이런 발언을 언필칭 그들의 상투적 인용어인 「국민」앞에 내던질 수 없다. 예사로 국민을 모독할 수 있는 용의가 그들에게 갖춰져 있음을 증명할 뿐이다.
기질적으로, 조직적으로 폭력배의 체질이 엿보이는 참 희한한 현상이다.
그런데 요즘의 언론들이 뽑는 헤드라인들은 그 폭력적 체질과 너무 유사하다. 야비하고 천박하고 시의(猜疑) 가득하고 무책임하다. 우리에게 외경감을 품은 나라가 있다면 실망하기 좋고 경쟁국이라면 통쾌해 하고 우호적이거나 투자를 염의했던 나라라면 경계심이 생겨 망설이게 할 그런 제목들을 희희낙락 즐기고 있다.
『대한민국아 제발 좀 잘못 되어라. 얼른얼른 좀 잘못되어라!!』
하는 고사를 연합해서 함께 지내는 사람들처럼 야당과 종북과 여당의 탈당파들과 많은 언론들이 합세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나 언론이란 정도를 가야 한다. 때로는 자기 살을 베어내는 한이 있어도 정도를 가야 살아남는다. 멸치 봉지가 되어 구멍가게에 팔려가는 파지(破紙)가 되는 한이 있어도 독자를 찾아가는 것이 활자다. 그들은 정도를 등에 지고 세상을 떠돈다.
영원히 떠돈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10호 (2017년 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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