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돌출발언, 당론과 너무 달라

[이코노미톡]

한나라 정체성 흔들린다
햇볕정책 당내 혼선
손학규 돌출발언, 당론과 너무 달라

글/ 南時旭(남시욱) 편집위원 (언론인· 세종대 석좌교수)

혼란 부른 손학규 돌출발언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지명경쟁이 차츰 열기를 띠면서 당내에서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혼선이 빚어져 국민들에게 심한 혼란을 주고 있다. 당내 혼선은 2월 들어 경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총재가 햇볕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뜻을 명백히 하자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이에 반기를 들고 자신은 햇볕정책을 계승·발전시키겠다고 맞섬으로써 표면화 되었다.
더욱 주목할 것은 손 지사가 지난 2월 8일 기자회견에서 “한나라당이 평화세력으로 거듭나야 정권을 획득할 자격이 있다”고 밝히면서 “대승적 차원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 점이다. 그는 이 같은 정책방향의 의미를 묻는 기자 질문에 대해 자신은 “정파를 떠나 햇볕정책을 처음부터 일관되게 지지해 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손 지사의 태도에 대해 당내 원로들은 “햇볕정책이 실패했다는 당론에 배치되는 주장을 한다면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서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는 비판하고 있는데 반해 일부 소장파는 “햇볕정책은 풀어가는 접근 방법이 잘못되었지 방향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고 그를 옹호하고 있다.
이렇게 되니 일반국민들은 도대체 햇볕정책은 계속되어야 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심한 혼란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우리는 우선 그 햇볕정책의 실체부터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역대 정권의 대북정책

손 지사가 말하는 ‘햇볕정책’은 그 원조라 할 김대중(DJ) 정부의 대북정책과 이를 보완·계승했다는 노무현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햇볕정책과 그 이전의 역대 정부들이 추진한 대북정책과 어떻게 다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승만 정부를 제외한 역대의 모든 정부, 즉 박정희정부 이래 모두가 대북 대결정책 아닌 평화공존정책을 선택했고 그 구체적 추진방법으로서 북한과의 교류협력정책을 펴 왔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박정희정권의 대북온건정책은 집권중반기인 70년 8월 박 대통령의 ‘평화통일구상선언’과 72년의 7·4남북공동성명에서 비롯되었다.
80년대에 들어서는 대북 경제지원정책도 병행 추진되어 전두환, 노태우 정권 아래서 84년 남북경제회담 개최, 90년 남북교류협력법 제정, 91년 역사적인 남북기본합의서 체결로 이어졌다. 이중에서도 남북기본합의서는 각 분야의 광범한 남북 교류협력정책을 규정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한반도평화의 마그나 카르타’이다.
김영삼 정권은 출범 즉시 북한에 쌀을 지원하고 비전향장기수인 이인모 노인의 북송까지 단행하면서 열심히 대북협력정책을 밀어붙여 김일성과의 정상회담도 합의했다가 그의 사망으로 불발에 그쳤다. 이 모두가 대북접촉과 지원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꾀하려는, 즉 ‘강풍’ 대신 ‘햇볕’을 쪼여 북한을 변화시킴으로써 평화공존과 평화통일을 모색하자는 정책이다.
다시 말하면, 평화공존 및 교류협력 정책은 결코 DJ의 발명품도, 전매특허품도 아니다.

햇볕정책은 왜 바꾸어야 하나

다만 역대정부의 대북 평화정책과 DJ의 햇볕정책의 차이점은 있다. DJ의 정책은 이전 정부와 달리 경제지원의 효과를 맹신해서 김정일 정권에게 일방적·무조건적 지원을 계속한데 특징이 있다.
DJ는 뒷돈까지 건네면서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서둘러 말썽 많은 6·15공동선언에 서명하느라고 우리가 소중하게 지켜야 할 남북기본합의서를 사실상 휴지로 만들고 말았다. 그 결과 DJ 개인은 노벨평화상을 탔지만 변한 것은 김정일 체제가 아니고, 남한사회였다.
지금 대한민국은 햇볕정책과 이를 지지하는 친북좌파세력의 득세로 여러 분야에서 국가안보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 9년간 남쪽으로부터 8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경제지원을 받은 북한의 김정일 정권은 우리가 보낸 달러로 미사일과 핵무기를 개발하더니 이제는 대통령선거에 까지 개입해서 자기 입맛에 맞는 정부를 세우겠다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남북협력 원칙 되살려야 한다

지금 한나라당이 해야 할 일은 실패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정부의 햇볕정책을 계승·발전 운운할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자신들(그리고 그 전신인 신한국당 및 민자당) 스스로가 주장하고 지지해 왔던 대북 교류협력정책을 계승·발전시키는 일이다. 그래야 국정을 책임지는 공당으로서 일관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자면 자신들이 집권당이었을 때 추진했던 대북정책이 어떤 것이었는지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김영삼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와 번영을 지향하는 장래의 ‘한민족공동체’ 통일을 이룩하는 방안으로 과감한 대북경협과 인도적 지원을 추진하면서도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비롯한 모든 남북간의 합의사항은 반드시 존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당시에는 북한의 인권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김대중 노무현식 햇볕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되 자신들이 과거부터 추진하고 지지했던 대북 평화공존 및 교류협력정책을 앞으로도 지속시키기 위해 합목적적이고 효과적인 대북정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손 지사가 말한 이른바 ‘평화세력’으로 국민 앞에 다가서는 길이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91호(2007년 3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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