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시장·반기업정서 속 횡령, 배임위험
경영권 승계, 방어수단 미약 전전긍긍

[이코노미톡]

문화예술, 스포츠육성 후원
‘돈가진 죄인’ 사회공헌
반시장·반기업정서 속 횡령, 배임위험
경영권 승계, 방어수단 미약 전전긍긍

▲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2010년 5월 경남 창원에서 열린 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에서 이번 런던 올림픽 사격 2관왕을 차지한 진종오 선수를 격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한화그룹>

정치와 사회의 눈으로 보면 재벌그룹은 ‘돈 가진 죄인’ 쯤으로 진단된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재벌경영은 번창 일로로 불균형과 양극화의 주범처럼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재벌경영으로 보면 글로벌 시대 세계 최강자들의 시장에 나가 온갖 기량과 경험을 앞세워 무한경쟁 해야 한다.

사회적 기여 최선 다해도 낙제점 평가

재벌경영의 도전과 성취는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가 갈리지만 국내 정치와 사회의 반기업, 반시장 정서가 발목을 잡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각종 선거철이나 정권교체가 다가오면 재벌은 정치와 가까이 하기도, 멀리하기도 위험천만이라 생각하며 눈치와 처세에 전전긍긍하는 경험을 쌓았다. 과거 부정한 정치자금을 건넸다가 벌을 받고 달라는 정치자금을 거절했다가 벌 받은 쓴 경험도 있었다.
선거법과 정치자금법 등이 ‘돈 안 쓰는 정치’를 제도화 한 이후에는 보험금 성격의 정치헌금은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반면에 투명, 정도, 윤리경영에다 오너의 사익편취 등을 엄격히 규제하여 잠시 부주의하면 횡령, 배임에다 뇌물죄를 범할 위험을 안고 있다.
재벌경영은 국가와 사회, 지역개발 및 일자리 창출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보여 주고 학술, 문화예술, 스포츠 육성 후원에도 열성을 쏟아왔다. 그렇지만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국민의 호감도(好感度) 조사결과를 보면 낙제점(落第點)을 면치 못한다.
재벌이나 대기업 경영이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한 것은 평가하지만 투명, 윤리경영이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 면에서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일반 국민의 인식이다. 경제계의 고뇌와 번민이 여기에 있다.
대·중소기업을 막론하고 기업은 나름대로 국가와 사회에 대한 공헌을 사명으로 여겨 최선을 다해 왔다고 자부하지만 국민들의 평가가 낙제점이니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기업과 재벌경영의 경우 시장과 자본이 개방된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국내 정치와 사회의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으면서 각종 국제 투기자본의 공세 속에 경영권 안정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호소한다. 이 때문에 경영권 방어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차등의결권’, ‘황금주’, ‘포이즌 필’ 등 제도적 장치를 주장하고 있지만 국회의 입법지원은 요원한 실정이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 관련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가 바로 ‘뇌물공여죄’ 혐의라는 사실이 경제계 입장에서는 충격이다. 최순실과 박 대통령을 ‘경제적 공동체’로 인식하고 뇌물 수수자를 대통령으로 본 인식도 논란의 대상이지만 박 대통령을 뇌물죄로 옭아매기 위해 재벌총수를 먼저 구속하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 ▲양궁을 지원하는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왼쪽사진)과 정의선 부회장(오른쪽).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대를 이은 전폭적 지원으로 한국 양궁선수단은 누적 금메달 2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7개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경제계, 올림픽 메달획득 후원

지난해 리우올림픽 한국 선수단이 금메달 9개,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 도합 21개 메달을 획득, 종합 8위를 기록했다. 전경련이 당시 경제계의 올림픽 후원 실적을 종합, 우리 선수단의 의(衣), 식(食), 주(住) 및 사기 진작을 위한 기(氣)와 기(技)에 이르기까지 5색(色)으로 지원했다고 발표했다. (경제풍월 2016.9, 메달획득 5색 지원)
경제계는 국가와 사회공헌 차원에서 역대 올림픽 선수단을 후원해 왔지만 지난해 리우올림픽의 경우 참가 28개 경기 종목 가운데 10개 종목 협회장을 경제계가 맡아 연간 예산 157억 원을 지원했다. 또 경기종목 가운데 프로팀이 없는 육상, 양궁 등 14개 종목의 경우 기업이 아마추어 선수단 25개를 운영함으로써 선수들을 양성했다.
기업별 리우올림픽 선수단 지원은 △ 삼성, 육상·승마·탁구·레슬링·베드민턴·태권도 △ 현대차, 양궁·럭비·여자축구 △ SK, 펜싱·핸드볼·수영 △ 한화, 사격·승마·골프 △ 포스코, 체조 △ 롯데, CJ, 삼양인터내셔널, 미래에셋, 골프 △ 한진, 탁구 △ LS, 싸이클 등.

의료부문… 삼성물산, 코오롱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림픽 개·폐회식 참석 선수단의 정장을 공급하여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베스트 5로 선정했다. 코오롱은 양궁과 골프 선수복을 지원했다. 이는 코오롱이 개발한 친환경 항균 모기 기피 소재인 ‘모스락’을 이용한 복장으로 선수들이 현지의 모기 장애를 극복할 수 있었다.
대한항공은 올림픽 선수단이 착용할 수 있는 컨테이너 2개 분량의 복장을 무상으로 수송 서비스 했다.

7첩 밥상에 아파트 숙소 임대까지

삼성은 한국 선수단 총괄지원 코리아 하우스에 급식지원센터를 마련, 한식을 공급했다. 현대차는 인근 식당을 빌리고 상파울루에서 한식 조리사를 초빙하여 선수단이 언제든지 한식을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도시락을 경기장과 선수단으로 배달 서비스 했다.
SK는 펜싱 경기장 인근에 40평 아파트 1채를 임대하여 예선이 끝난 선수들이 휴식하다가 저녁 경기에 출전토록 지원했다.
현대차는 양궁 경기장 인근에 휴게실, 물리치료실, 샤워시설을 갖춘 리무진 트레일러를 배치하여 선수단의 컨디션 유지를 지원했다.
삼양인터내셔널은 골프대회가 열리는 코스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아파트 2채를 숙소로 마련, 제공했다.

현대차 양궁, SK 펜싱, KT 사격, 포스코 체조지원

현대차는 양궁 지원 30년 역사를 기록해 왔지만 리우올림픽의 경우 신차개발 R&D 기술을 양궁장비 개발 및 훈련에 적용, 지원했다. 현대·기아차 연구개발 센터와 양궁협회가 협업을 통해 육안으로는 알 수 없는 활 내부의 균열을 확인할 수 있는 ‘활 비파괴 검사’를 실시하고 선수의 손에 꼭 맞는 맞춤형 그립, 불량화살 분류에 도움을 주는 ‘슈팅 머신’으로 후원했다.
펜싱 금메달 박상영 선수 뒤에는 SK 펜싱 드림팀이 있었다. SK는 리우올림픽에 대비, 영상 분석관, 의무 트레이너 등 7명이 코치진을 구성하고 연간 2억5천만 원의 운영비를 지원하고 3천만 원 상당의 영상분석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도 구입했다.
KT는 진종오 선수 지원을 위해 스위스 총기회사 모리니(Morni)와 함께 2년에 걸쳐 권총을 제작했다. KT 사격단은 진종오와 모리니가 색상, 방아쇠, 손잡이 등 전 부분을 상의하여 개발했다고 설명한다. 또 수입에 의존하던 실탄을 구하기 위해 영국, 독일, 중국 등 실탄공장을 찾아가 선수에게 최적화된 실탄을 공급했다.
KT는 스포츠개발원과 여자 하키 대표팀의 GPS센서 훈련 장비 9천만 원 상당도 지원했다.
포스코는 국가대표 체조 선수단 후원으로 초당 7만 장을 찍을 수 있는 초고속 카메라를 이용한 영상분석으로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운 근육 움직임 파악, 착지실패 요인 규명 등의 기술훈련을 지원했다.

뇌파훈련, 마인드 컨트롤 등 심리지원

사격이나 양궁 등 조준 종목은 선수들의 심리와 성격진단으로 경기력 향상 방안을 찾는다. 양궁팀은 리우올림픽에 대비, 실리콘 밸리의 ‘뉴로 피드백’ 뇌파훈련기술을 도입했다. 양궁선수들이 활을 쏠 때의 모든 동작을 세분화해 뇌파를 측정, 행동별 집중 및 이완도를 분석하여 가장 집중력이 높은 상태를 피드백 해 이를 훈련에 반영했다.
KT는 음악을 들으면서 운동하면 효율이 높아진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노스페이스와 함께 근거리 무선통신 기반 NFC 기술을 접목한 운동복을 개발하여 선수단에 제공했다. 스마트폰을 NFC 태그가 부착된 이 운동복에 갖다 대면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어 마인드 컨트롤 효과를 얻는다.
전경련 이용우 사회본부장은 이 같은 경제계의 메달획득 후원은 각 사가 특성을 살린 ‘맞춤형 스마트 내조’로 진화하고 있다고 해석하고 기업이 단순한 스포츠 후원을 넘어 선수단의 마인드 컨트롤까지 지원함으로써 종합적인 발전기반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10호 (2017년 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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