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濟州 海女文化)

[이코노미톡]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제주 해녀문화
(濟州 海女文化)

글/ 장홍열(한국기업평가원 회장)

한국의 무형문화유산(無形文化遺産)인 제주해녀문화가 지난해 11월 30일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유네스코(UNESCO) 제11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19번째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 공식 등재됐다는 낭보(朗報)를 접하고 제주해녀들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번에 등재된 공식 영어명은 ‘Culture of Jeju Haenyeo(Women Divers)’다. 유네스코가 인정하는 세계유일 “여성다이버 타이틀”의 영광이다.
그동안 정부는 제주해녀를 2012년 4월 국내 무형문화유산 목록에 공식적으로 올려 2013년 12월에는 유네스코 등재 대상으로 선정했다.
2014년 3월 문화재청과 제주도, 외교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기관이 상호 협력하여 “제주해녀문화”의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했다. 그리고 2년 8개월 만에 이룩한 성과다.
인류무형문화유산 선정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에 의거해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대표목록 또는 긴급목록에 각국의 무형유산을 등재하는 제도다.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 유네스코로부터 무형유산의 보호를 위한 재정, 기술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무형유산의 국·내외적 가치를 제고하는 효과를 얻는데 있다.

▲ 제주 온평리에서 작업하는 해녀들.(사진=김다운.제공=문화재청)

제주해녀의 역사추론(推論)

제주해녀에 관련된 공식기록을 한번 찾아보았다.
제주해녀는 제주도에서만의 독특한 문화를 갖고 오랜 세월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최초의 공식기록은 고구려 문자왕 13년(503년) 삼국사기 고구려 본기에 전복에서 나온 진주를 뜻하는 “가(珂)라는 어패(魚貝)가 섭라(涉羅: 탐라국의 또 다른 이름)에서 생산된다”는 구절이 나온다.
제주에서 야명주(夜明珠)인 진주를 진상했다는 기록도 있다. 그 당시에도 바다에서 일하는 해녀와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고 유추(類推)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 후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 조선 초기 탐라군의 관리로 부임한 윤응균이 해녀의 나체(裸體)조업을 금한다는 금지령의 기록, 조선 인조 때 제주목사의 남, 녀가 어울려 바다에서 조업하는 것을 금한다는 기록, 1601년 제주도어사(御使)로 파견됐던 김상헌(1570~1652)의 남사록(南錄)에 나오는 전복이야기, 1608년 광해군일기에도 힘들게 전복 잡는 이야기, 조선 숙종 때 문인으로 1706~1711년 제주도에 유배됐던 김춘택의 잠녀설(潛女說) 등을 종합해볼 때 제주해녀문화는 꽤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유네스코가 내린 제주해녀의 정의

국내에서 처음에는 잠녀(潛女)라고 불렀다. 잠녀란 해녀(海女)를 뜻하는 또 다른 말이다. 제주해녀문화는 제주도 해녀의 일과 생활풍습 등을 총칭한다.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문화로 자리매김한다.
유네스코가 이번에 공식적으로 내린 제주해녀문화는 다섯 가지로 정의됐다. 첫째, 잠수장비 없이 바다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물질문화. 두 번째, 해녀의 안녕을 빌고, 공동체의 연대의식을 강화하는 잠수굿. 세 번째, 바다로 나가는 배위에서 부르는 노동요 “해녀노래.” 네 번째, 어머니에서 딸로, 시어머니에서 며느리로 세대간 전승되는 무형무산으로서의 여성역할. 다섯 째, 제주도민 대부분이 알고 있는 지역공동체의 정체성 등이다.

제주해녀들의 당당한 여성상(女性像)의 성취

제주해녀는 특정집안에서 가업처럼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의(自意)에 의해서 어렸을 때부터 수련을 통해 길러지며 유녀시절부터 헤엄치기와 무자맥질을 배워 15~16세가 되면 독립된 해녀가 된다. 마을 단위의 어촌계를 통해 공동체를 이루며 해녀회나 잠수회를 조직해서 입어시기(入漁時期), 공동채취(共同採取), 입어관행(入漁慣行)을 자치적으로 결정하고 수행한다.
또한 마을단위로 영등굿과 잠수굿을 치른다. 영등굿은 2009년에 남사당놀이, 강강술래, 영산재, 처용무와 함께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바 있으며 해녀 스스로 자신들의 권리를 증진하고 바다에서의 안전과 풍어를 비는 전통적 신앙으로 전승 지속되고 있는 인류의 자산임을 공증 받았다.
잠수굿 역시 제주해녀 공동체의 연대의식 강화에 한 몫을 하고 있는 우리의 무형자산이다.
산소통 없이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들어 해산물을 채취하는 여성은 전 세계적으로 보면 제주해녀와 일본에서 잠녀(潛女)라고 하는 아마(海女) 뿐이다.
그동안 제주해녀는 사회적으로 평가를 받지 못해왔다. 단순 물질하는 여자에서 세계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재평가 받게 되었다. 그동안 괄시나 무시당하던 가치평가에서 높은 자부심과 자긍심을 갖게 되어 다시 태어나는 영광을 얻게 되었다고 하겠다.
정유(丁酉)년 새해 새벽을 알리는 붉은 닭의 해를 맞이한다. 제주에서만이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바다의 어멍(엄마) 해녀가 물속에서 머리를 내밀면서 한꺼번에 가쁜 숨 몰아쉬는 숨비소리 “호오이”가 귓전에 들리는 듯하다.
이를 뒷받침한 제주여성들의 건승을 빌면서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9호 (2017년 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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