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영합, 소영웅주의 모두 안돼

한국 탄핵정국 너머
박근혜 정책 뒤집기
인기영합, 소영웅주의 모두 안돼

글/최준항 뉴질랜드 전 민주평통 위원

한국의 2016년은 북 핵·미사일 도발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위중한 국가적 이슈로 시끄러운 가운데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중대한 북 핵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동맹국인 미국은 ‘America First’를 외친 트럼프의 당선으로 신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에 따라 한반도 주변환경의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은 ‘최순실 게이트’라는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 연루가 도화선이 되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친 촛불 민심이 폭발하였다.

대외적 국가신인도 추락 심각

12. 9 국회에서 탄핵 소추를 의결함으로써 대통령 권한 정지와 국무총리의 권한 대행이 이루어졌고, 탄핵 문제는 헌법재판소의 확정 판결을 기다리게 되었다. 탄핵 사유를 많이 열거(13가지) 함으로써 공방전이 벌어지고 헌재 판결에 꽤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여진다. 그 과정에서 탄핵 찬·반의 국론 분열과 국력 낭비가 심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중단’ ‘사드 배치 결정’ ‘위안부 합의’ 등 안보정책 결정과 외교를 과감하게 잘 한 점도 있다. 그러나 독선과 불통으로 국가관리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되지 않았고, 정파와 사적 이익을 넘는 큰 정치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보이지 못하였다. 결과론이지만 국가 지도자를 잘못 뽑은 것이다. 통치자는 능력과 덕성, 과업을 수행하는 탁월성, 각 분야의 인재를 망라해서 쓰는 인사 기용성, 정당한 국가 목적을 위해 주어진 조건과 상황을 통제하는 역량, 미래를 전망하는 통찰력 등을 두루 갖추어야 하는데 박 대통령은 이러한 조건에 한참 미흡하다고 생각된다. 지나친 인물 평가인지 모르지만 속된 말로 ‘깜량’이 못 된 사람이 인기 몰이로 국가의 통치자가 되어 이 어이없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고 여겨진다.
이번의 불행한 사태는 대외적으로 국가 신인도를 크게 추락시켰고 국내적으로 경제·안보는 벼랑 끝에 서게 되었다. 경제는 2%대 성장을 넘지 못하고 일자리는 더 만들어지지 않는다. 저출산으로 경제활동 인구는 줄어들고 ‘노인지옥’의 상황이 다가 오고 있다. 사회계층 간 격차는 커져 양극화 현상을 초래하고 대중의 불만과 불안은 커져 혁명적 변혁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탄핵 민심을 타고 정국의 주도권을 쥔 야권은 ‘박근혜 정책이라면 다 뒤집겠다(ABP= Anything But Park)고 나서고 있다. 정치 지도자로서 너무나 정략적이고 위험한 발상이다. 그 동안 ‘국회 선진화법’으로 경제구조·노동·행정·교육 등 정부의 정책 추진이 발목 잡혀 왔는데, 앞으로 야권은 사드 배치, 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 위안부 합의까지 깨겠다고 한다. 외교 관계의 기본 축이 흔들릴 일이다.

외교교섭 앞서 군사대비 선행해야

100%는 아니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최선의 방위체계다. 야당은 북 핵 문제를 외교교섭으로 해결하자고 한다. 북한과의 대화와 외교 교섭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전에 군사 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군사 대비 없는 외교 교섭은 협상이 아니라 굴복에 불과하다. 야당이 집권해서 만약 사드를 철회한다면 한·미 동맹에 균열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 미군을 보호할 사드가 없다면 미군이 주둔할 수 없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미군이 철수한다면 현실적으로 한국의 안보는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한·일 정보 보호협정도 북 핵 대응 차원에서 서로가 필요해 체결되었다고 본다. 상대방이 있는 외국과의 협정은 쉽게 뒤집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 국가 간 합의를 정권이 바뀌었다고 번복한다면 국제무대에서 한국은 믿을 수 없는 나라로 추락해 버릴 것이다. 대권 후보군의 정치인이 극렬 지지층의 표를 의식해 그와 같이 중요한 안보 문제를 가볍게 내 뱉을 일이 아니다. 1년이나 지난 위안부 합의도 이제 와서 파기한다면 한·일 관계 자체가 흔들릴 것이다. 나라가 바로 간다는 것, 바로 가게 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새삼 느끼게 한다. 정치인들의 대오각성이 필요하고 국가관이 확고한 지도자를 선택하는 주권자들의 의식이 옳고 발라야 함을 절실히 느낀다.
이제 우리는 국가 시스템을 개조할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기득권층의 부패, 정경유착이 심한 관행 등이 이대로는 안 된다는 데 모두가 동의한다. 10월에 한국을 방문하였을 때 ‘김영란법’ 시행이 조그만 변화의 시발점이 되고 있음을 보았다. 변화를 바라는 열망은 보수와 진보, 청년과 장년을 가리지 않는다. 이렇게 온 나라에 개혁 공감대가 형성되었을 때 이 호기를 놓치지 말고 낡은 제도와 시스템을 뜯어 고쳐야 한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개헌, 선거법 개정, 정치개혁 소망

많은 분야의 개혁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우선 국회의 역사적 사명은 개헌이다. 이 참에 각 정당은 당리 당략을 계산하지 말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 정치 개혁에 앞장 설 일이다. 차기 대선 전에 현행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고 선거법도 개정해야 한다. 지금까지 대통령 당선자가 개헌을 공약했더라도 권력을 잡은 뒤에는 생각이 바뀐다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다. 다음으로 국가 경쟁력 특히 공공부문의 경쟁력이 지극히 낮음으로 정부 개혁이 절실한 상황이다. 권력자와 중앙정부가 갑질을 자행하면서 관피아가 너무 커졌음으로 제도 개혁과 정의의 실천이 중요하다. 정치권 스스로가 개혁에 앞장 서야 국민이 정치권을 신뢰할 것이고 앞으로 집권 정당의 정책 수행은 동력을 얻을 것이다.
한 달 여 동안 수 백만 시민이 함께 만들어 낸 개혁 욕구를 어떻게 국가 시스템과 운영체제로 연계시킬 것인가에 지도층과 국민의 지혜를 모아야 하겠다. 유의해야 할 것은 지금과 같이 집단적 흥분 상태를 가라 앉히기 힘든 때일수록 민주주의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민주사회는 다양성의 원리 위에서 움직여야 하는데 획일성의 매력에 이끌려서는 안 된다. 인기 영합주의, 선동에 휘둘리지 않고 차분한 가운데 이성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단일화된 목표만을 추구하면 전체주의 독재나 소영웅주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이념의 좌나 우를 막론하고 그런 위험이 현실화되어 결국에는 나라가 망했던 비극을 지난 세기 동안 여러 번 보아 왔다. 건전한 민주국가는 ‘다수에 의한 통치, 소수의 권리보장’이라는 원칙에 충실할 때만 가능하다.
지금의 탄핵 정국이 끝나면 대선 분위기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그 전에 국민 모두가 참여하고 지지하는 개혁을 이루고, 올바르고 역량 있는 지도자를 잘 뽑아야 하겠다. 새로운 지도자는 국민 각자가 고루 잘 사는 민생 정책을 펼침은 물론, 북 핵 제거의 외교력을 발휘하여 민족 통일의 과업을 실현하는 성공적이고 역사적인 국가 지도자이기를 희망한다. 그리하여 세계 속의 소강국으로서 우뚝 서는, 선진 한국으로 Up Grade될 수 있기를, 해외 동포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기원한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9호 (2017년 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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