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평우 전 대한변협회장, 언론성명서
‘아무리 생각해도…’ 언론보도 편파성

잔인한 한국정치 게임
민중혁명식 억지탄핵
김평우 전 대한변협회장, 언론성명서
‘아무리 생각해도…’ 언론보도 편파성

▲ 김평우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대한변협 45대 회장을 지낸 김평우(金平祐) 변호사가 지난 11월 30일 미국 LA에서 한국신문 광고 성명을 통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간다”면서 탄핵 관련 한국 언론 보도를 통렬히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한국 정치가 돌아가는 것이 혁명인지, 정변인지 불안한 시나리오들이 떠올라 잠이 안 온다고 했다.

잔인하고 이상한 정치게임 일방적 중계방송?

한국언론은 마치 챔피언이 가드(guard)를 내린 틈에 도전자가 잽싸게 파고들어 한방에 그로기(groggy) 시킨 뒤 계속 잽과 난타를 날려 KO 직전으로 몰고 간 경기를 생중계하는 아나운서처럼 흥분한다. 챔피언은 타임 종료 휘슬이 불기까지 남은 30초를 버티려고 안간힘을 쓴다. 아나운서는 그의 스포츠맨 정신을 칭찬하는 게 아니라 타월을 안 던지고 버틴다고 나무란다.
챔피언이 외국선수이고 도전자가 한국선수일 때 애국심에 불탄 한국 아나운서가 흔히 하는 일방적인 중계방송 모습이다.
신문, 칼럼리스트, 교수, 변호사단체 등 사회지도층 모두가 잔인하고 이상한 정치게임을 보면서 하야(下野)가 당연하다고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하야가 헌법상 무슨 의미가 있는지 깊이 분석하는 사람은 없다. 대통령이 임기 전에 언론과 시위대의 협박에 굴복하여 물러나면 그날로 한국언론은 민중, 무혈혁명이 성공했다고 대서특필하고 국제언론은 한국에서 중동의 봄과 같은 언론 민중혁명이 일어났다고 쓸 것 아닌가.

▲ 11월 5일 조간신문 1면.

전임 대통령들 때 이권개입, 국정농단

대통령 측근이 정치에 관여하고 이권을 챙긴 게 최순실 뿐인가. 최순실 게이트가 이 나라 역사에 처음 있는 스캔들인가. 김영삼 대통령 때는 차남이 이권에 개입해서 거액을 챙기고 김대중 대통령 때는 세 아들과 공신들이 정부요직 인사에 개입하고 각종 이권에 개입하지 않았나.
또 노무현 대통령 때는 형이 정부인사에 개입하고 돈을 먹고 이명박 대통령 때도 형이 개입하지 않았나.
이들 대통령 누구도 그런 스캔들 때문에 임기 중에 물러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그런데 유독 박근혜 대통령에게만 측근 비리, 농단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모든 언론매체, 모든 시민단체, 대통령과 정치를 같이 한 상당수의 여당 국회의원까지 임기와 관계없이 즉시 물러나지 않으면 탄핵한다고 겁박하는가.
대통령이 남편도, 친구도, 동지도 없는 외로운 여성이기 때문인가. 심지어 여소야대의 야당대표가 대통령이 하야하지 않으면 청와대에 쳐들어가 끌어내리라고 소리쳐도 언론과 여당이 입도 벙끗 하지 않는다.

대통령 사고율 세계 1위 기록

김평우 변호사는 12월 6일 두 번째 성명을 통해 ‘억지 탄핵소추를 통탄한다. 형식은 탄핵이지만 실제는 민중혁명’이라고 비난했다. 김 변호사는 국회의 탄핵 가결로 한국은 세계 정치사에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탄핵은 선거로 뽑힌 대통령을 국회가 쫓아내는 비민주적 제도이나 한국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이후 두 번째 탄핵의 진귀한 기록을 세웠다. 이제 한국은 건국 이래 11명의 대통령 중 하야 3명(이승만, 윤보선, 최규하), 암살 1명(박정희), 자살 1명(노무현), 구속 2명(전두환, 노태우), 탄핵소추 2명(노무현, 박근혜) 등 8명이 수난을 당한 대통령 사고율 제1위국 기록을 세웠다.

한국정치인의 한심한 도덕수준

탄핵 사유를 밝히기 위해 국회가 특검을 설치한지 며칠 안 되어 특검조사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탄핵소추를 한 그야말로 순서가 거꾸로 된 괴이한 탄핵이다. 특검은 왜 설치했나. 국회가 이렇게 쫓기듯 탄핵하지 않으면 안 될 무슨 이유가 있나. 국회의 탄핵논의 과정이 사전에 공개되지 않고 극비로 진행됐다.
일반 형사사건으로 말하면 비밀수사이다. 대통령 탄핵은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국회가 쫓아내는 정변이자 국민의 선거결과를 뒤집는 정치사건이므로 일반 형사사건과는 성질이 전혀 다르다. 국회의 논의과정이 국민에게 공개되어야 한다. 비밀논의는 비밀 재판과 같다.
국민이 거리로 나와 대통령의 축출을 요구하는 것은 후진 독재국가에서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1987년 이래 대통령 단임제로 대통령의 독재가 있을 수 없다. 더욱이 4.13 총선으로 야당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대통령은 임기 말에 접어들었다. 그런 ‘레임덕 대통령’을 겨냥해 거대 야당이 특검을 설치하고 시위대를 선동하고 탄핵까지 하다니 세계 역사에 없는 해괴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대통령과 정치를 같이 해 온 여당의원 상당수가 야당에 동조한 것은 마치 적의 기습으로 위기에 빠진 자기 측 사령관을 버리고 적군에 가담한 반역 장교들과 같다. 정치인들의 이 같은 파렴치한 배신행위는 한국 정치인의 한심한 도덕수준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다.

형식은 탄핵이나 실제는 민중혁명

말이 탄핵이지 실제는 탄핵이 아니다. 대통령 측근 최순실의 비리에 격분한 언론, 야당, 시민이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다 거부하자 대안으로 탄핵한 것으로 형식은 탄핵이나 실제는 민중혁명이다.
한국은 1987년 이래 대통령 단임제로 여야간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이루어져 민주주의가 안착한 선진국가로 평가됐는데 이번 사건으로 민중혁명이 일어나 헌정질서가 무너진 이상한 나라로 기록될 것이다. 이제 국회가 탄핵을 가결했으니 헌법재판소로 넘어가 지루한 법정공방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혁명의 맛을 본 시민들이 법정공방을 조용히 지켜보며 기다려줄까. 필시 거리로 나와 촛불시위하고 서명운동하여 헌재를 압박할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헌재가 탄핵소추를 기각할 때 기꺼이 승복해 줄는지 알 수 없다. 승복하지 않는다면 그 다음 수순은 무엇일까. 비상계엄인가, 유혈혁명인가.
언론과 시민이 대통령 측근비리에 너무 흥분하지 말고 좀 차분하게 다루면서 내년 12월 대선까지 기다려 투표로 평가하면 안 되는 것인가. 무책임한 언론, 정치인, 촛불시위대가 통탄스럽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9호 (2017년 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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