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민심 없고 집권과신 지나쳐

탄핵으로 멍든 경제
여야정 협치로 살려라
촛불민심 없고 집권과신 지나쳐

글/ 최택만(편집위원,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정치는 탄핵되어도 경제는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된 직후는 충격이 일부 있었지만 정부의 즉각적인 시장 안정화 메시지와 기업의 경제살리기로 악영향이 오래 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우리 경제는 당시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된 상태여서 파장을 예단하기 쉽지 않다.

과거 노 대통령 탄핵 후 경제 상황

노 전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된 2004년 3월 12일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21.12포인트(2.43%) 하락한 848.80을 기록했다. 외환시장도 요동쳤다. 탄핵 당일 원/달러 환율은 11.8원 오른 1180.8원에 거래를 마쳤다. 증시와 외환시장은 곧 안정을 되찾았다. 노 전 대통령 탄핵 결정 후 일주일이 지난 2004년 3월 19일 코스피지수는 883.33에 거래를 마쳤다. 탄핵 전과 비교해 오히려 올랐다. 같은 날 원/달러 환율은 1158.4원으로 내려갔다.
이헌재 당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열린 경제장관간담회에서 “탄핵안 국회 통과 후 일주일 동안 우리 경제는 안정을 되찾고 있다”며 “일단 고비는 넘긴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대외신인도에서도 큰 영향은 없었다. 피치와 스탠더드&푸어스(S&P)는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조정하지 않았다. 무디스는 2003년 3월 A3(전망 부정적)에서 2004년 6월 A3(전망 안정적)로 전망치를 높였다. 경제성장률 역시 탄핵 정국을 비껴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탄핵 정국이 이어지던 그해 4월 22일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내고 우리나라의 2004년 성장률 전망치를 5.5%로 상향조정했다. IMF가 2003년 9월 전망한 우리나라의 2004년 성장률은 4.7%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2004년 5월11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2004년 성장률 전망치를 4.75%에서 5.6%로 높였다.

▲ 내란음모죄로 복역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석방하라는 구호가 어김없이 등장했다. <사진=경제풍월DB>

박 대통령 탄핵 앞둔 경제상황

하지만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이후 두 달 가까이 우리 경제는 방치돼 왔다. 기업 매출은 줄고 소비 심리는 7년 만에 최악으로 떨어지는 등 주요 경제 지표가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2월 7일 내년도 대한민국 경제가 2.4% 성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5월 예상치 2.7%에서 0.3%포인트 내려간 것이다. KDI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 내년 성장률이 2.0~2.3%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성장률 0.1~0.4%포인트 하락은 추가경정예산을 최대 10조 원 가까이 편성해야 회복이 가능하다. 2004년과 달리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2% 초반대로 수렴되면서 3년 연속 2% 성장률이 현실화되는 사상초유의 국면을 맞고 있다.
여기에 12월 미국의 금리 인상과 내년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취임 등도 악재다. 재닛 옐런 미국 연준 의장은 지난달 17일 상·하원 합동경제위원회 청문회 출석에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 “기준 금리 인상이 비교적 이른 시점에 이뤄질 수 있으며, 금리 인상의 근거가 강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옐런 의장의 이같은 발언은 이달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분명한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트럼프 이후 수출 전선 악화

미국 금리 인상은 국내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신흥국의 경기 위축을 불러오게 돼 국내 기업들의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반도체, 디스플레이, 석유화학제품, 자동차, 자동차부품 등 신흥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의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짙어질 가능성이 높다.
내년 취임을 앞둔 트럼프가 내놓을 보호무역주의는 미국의 6대 무역국인 한국에 직접적 영향을 주게 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7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수출이 전자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45%의 관세를 매기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한은 보고서는 “중국의 대(對)미국 수출 부진이 중국의 경기 악화로 전이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확대될 수 있으므로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재계의 경우 평소 같으면 매년 12월은 기업마다 연말 인사와 함께 내년도 사업계획 마무리로 분주했지만 올해는 최순실 게이트로 주요 대기업들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조선, 해운, 석유화학, 철강 등 주력산업들이 구조조정이 스톱한 상태고 한국경제 견인차 역할을 해온 전자, 자동차 업종마저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대통령 탄핵으로 국가 신인도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탄핵안 가결 뒤 정치권 작태

더불어민주당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기존 집권 여당과 정부의 당정 협의를 대체할 국회·정부 협의체를 제안하는 등 ‘집권당 모드’에 들어갔다. 추미애 당 대표는 “탄핵 이후 (기존) 집권당은 의미가 없다”고 했고, 대주주(大株主)인 문재인 전 대표는 “국가 대청소”를 주장했다.
추미애 대표는 11일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권한 정지된 이상 집권당이란 존재할 수 없고 따라서 여당과의 당정 협의는 불가하다”고 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우리가 ‘여야정 협의체’가 아닌 ‘국회·정부 협의체’라고 표현한 이유는 새누리당 친박계 지도부 때문”이라며 “새 원내대표에 친박계가 오면 일체의 대화를 거부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임시국회 중점 사항으로는 그동안 새누리당이 반대해온 국정교과서 중단, 전경련 해체, 고위 공직자 비리 수사처 설치 문제 등을 꼽았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탄핵으로 집권 여당이 사라진 셈이니 기존 당정 협의를 여야정 협의로 대체해야 한다”고 했다

여야, 경제 살리기 나서야

경제가 더 이상 망가지는 것을 막으려면 여야가 경제정책은 정치부분과 분리해서 독립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러자면 여야가 다음 대통령 선거를 의식하여 정쟁 벌이기 일을 중단하고 여야정협의체를 만들어 경제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 정치권은 공석이나 다름이 없는 경제부총리를 선임하는데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진행하고 국제 환경이 상당히 나빠진 상황에서 금융시장 위험관리와 거시대응이 절박한 상황이다. 정부는 경제 불확실성을 걷어내기 위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내년도 예산을 차질 없이 집행하는 동시에 경제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비상 계획을 하루빨리 수립해서 추진해야 한다. 또한 경제는 하루도 쉴 수 없는 만큼 중소기업들이 불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대책을 마면해야 한다.
재계는 국내 정치 정세와 무관하게 내년도 투자와 채용계획을 진행하고 경제적 불확실성 등에 따른 내수경기 위축 및 변동성 확대 시에 대비하여 상시적인 모니터링과 각 사업별 영향성에 대해 면밀한 대응을 해나갈 것을 당부하고 싶다. 정치권 기업 국민이 삼위일체가 되어 경제난국을 헤쳐 나가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처럼 장기 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9호 (2017년 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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