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에 인물 난다는데 새해 대선 기대

[김동길 박사 '이게 뭡니까']

대통령이 없는 나라
황교안 대행 어때…
난세에 인물 난다는데 새해 대선 기대

글/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태평양위원회 이사장)

대한민국 대통령 임기가 1년 남짓 남아 있었지만 국회의 탄핵소추 가결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물러났다기보다 밀려났다. 대통령 탄핵 찬성이 234명으로 18대 대통령은 법적으로 권한이 정지되어 황교안 국무총리가 헌법규정에 따라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게 됐다.
‘대통령이 없는 나라’를 만든 야당 수뇌들이 “내각도 총사퇴하라”고 했지만 그 같은 주장도 줄어들고 황교안 총리가 얼마동안 대통령 노릇을 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에게 가려진 황교안을 일반 국민은 잘 볼 수 없고 알 수도 없었지만 ‘권한대행’ 이후 그의 표정을 보며 ‘매우 무서운 사람’이라는 느낌이 든다. 결코 정치권에 끌려 다닐 인물이 아니라 박근혜 보다도 열 배는 더 훌륭하게 국난을 타개해 나갈 수 있는 유능한 인물이라고 느끼게 된다.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안정을 위해 혼신을 다하겠다’ 는 골자의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국무총리실>

그의 관상을 보면서 ‘저 사람이 잘만 하면’ 국민이 입을 모아 “당신이 19대 대통령에 나오면 어때…”라고 할 것 같은 느낌이다. 관상학적으로는 추미애 보다, 문재인 보다, 안철수 보다, 박원순 보다, 이재명 보다, 반기문 보다도 균형이 꽉 잡힌 좋은 관상을 타고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나라에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다.

한반도의 새로운 지도자 기대

새해엔 19대 대통령이 선출돼야 하는데 정국이 하도 혼미하여 국민은 어리둥절 한다. 그러나 난세에 인물이 난다는 말이 있다.
영국 정치사에 두 사람을 꼽는다면 크롬웰과 처칠, 프랑스는 나폴레옹과 드골, 미국에는 조지 워싱턴과 링컨, 중국의 현대사에는 손문과 모택동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는 아무도 없었는가. 오늘의 한국이 이만한 수준에 도달한 것은 이승만과 박정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두 사람의 공과(功過)는 짧은 지면으로는 안 되고 책 한 권으로도 모자랄 것이다.
새해 대선이 왜 중요한가 하면 오늘의 한반도가 자유민주주의로 통일하여 세계사적 사명을 완수할 것인가, 아니면 김정은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초라하고 부끄러운 나라가 될 것인가 기로에 서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나는 결코 비관하지는 않는다. 크롬웰이나 링컨 같은 지도자가 나타나 오늘의 정치꾼들을 다 몰아내고 한반도의 영광을 드러내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 야당이 박 대통령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선 가운데, 여당 내에서는 ‘ 친박’ 과 ‘ 비박’ 의 책임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국회의원들 수도 대폭 줄여야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고 새 대통령을 뽑게 될 때는 20대 국회도 단명으로 막을 내리고 새로운 인재들로 21대 국회를 구성토록 총선거도 동시에 실시했으면 좋겠다.
국회의원 수를 대폭 줄이자는 국민운동이 지금도 활발하다. 통일도 되기 전에 왜 300명의 국회의원을 먹여 살려야 하는지 국민 불만이 자자하다. 나도 장기간 생각 끝에 국회 개혁안을 제출한다.
특별시, 광역시 등 여럿 있지만 경기, 강원, 충청, 경상, 전라, 제주 등 균등하게 20명씩 뽑아 미국의 상원처럼 만들면 된다. 선거가 4년에 한번이건 5년에 한번이건 총선과 대선이 같은 날에 치러지고 결원이 생겨도 도중에 보충하는 일이 있어야 한다. 미친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면 나에게 직접 물어주세요.

우리정치가 부끄러운 까닭

국민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정치를 보면서 국민이 한숨짓는다. 친박과 비박간 결전은 박근혜의 시체를 놓고 “누가 죽였어?”라고 삿대질 하는 꼴이니 민망하다. 박근혜는 스스로 정치적 자살을 한 것이지 살인자가 따로 없다.
비박과 친박이 껴안고 통곡해야 할 마당에 서로 물고 뜯는 꼴을 보기가 정말 민망하다. 그토록 서로 미워하는 처지라면 박근혜 몸이 성할 때 한판 붙었어야 했을 것을 초상난 집에 불을 지르면 그게 어디 사람으로서 할 짓인가.
야당도 추태다. 더민주당도, 국민의당도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문재인과 안철수 두 사람 가운데 누굴 대통령으로 만들 것이냐는 당쟁을 일삼고 있으니 한심해 보인다. 또 다른 어떤 정치집단은 반기문 총장이 금의환향하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유권자인 국민만은 의젓하게 자중하고 있다. “너희들이 아무리 까불어도 엿장수 마음대로는 안 된다. 지쳐서 나가떨어질 때까지 싸우고 또 싸워라. 우리는 새 지도자를 이미 마련하였으니 마음대로 싸워라”고.
오늘의 대한민국은 열병을 앓고 있는 것이 아니라 ‘분만의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맹자가 말하는 정치의 기본과제

맹자가 양혜왕(梁惠王)을 만났더니 “선생께서 먼 길을 마다하지 않으시고 오셨으니 장차 이 나라를 이(利)롭게 할 무엇을 가지고 오셨습니까?”라고 물었다.
맹자가 양혜왕의 저속한 질문에 화가 났는지 모른다.
“임금님께서 어쩌자고 이로운 일이 있느냐고 물으십니까. 오직 인(仁)과 의(義)가 있을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맹자의 생각은 윗사람이 이익을 추구하면 아랫사람도 이익을 추구하게 마련이니 “위아래가 서로 이익을 위해 싸우면 나라가 위태롭게 된다” (上下交征利 而國危矣)라고 왕을 타이른 것이다.
오늘의 정치지도자들에게 없는 것이 정치학적 지식이나 전략이 아니라 정치지도자로서 기본이 안 돼 있다는 것이다.
인(仁)은 사랑으로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이다. 의(義)는 정의감으로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자세이다. 자기에게 손해가 되더라도 법과 질서를 존중하고 희생을 각오하는 의젓한 마음이다.
그런 사람들이 100명만 있어 정당을 만들고 국회를 지킨다면 국민은 걱정할 일 없이 생업만 힘쓰면 될 것이다. 맹자의 첫 머리에 나오는 이 교훈만 살리면 정치의 기본이 바로 서는 것이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9호 (2017년 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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