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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곤 칼럼-탄핵 기각하면 ‘혁명뿐?’] 벌써 권력에 도취했나당선되면 사드반대 들고 방북할 참
  • 이진곤 정치학박사, 경희대 정외과 객원교수
  • 승인 2016.12.29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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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기각하면 ‘혁명뿐?’
벌써 권력에 도취했나
당선되면 사드반대 들고 방북할 참

 

글/ 이진곤(정치학박사, 경희대 정외과 객원교수, 국민일보 전 주필, 전 논설고문)

 

국회가 결국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12월 9일 실시된 탄핵소추 표결에는 국회의원 299명이 투표에 참여, 234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는 56표에 불과했고 기권 2표, 무효 7표로 밝혀졌다. 이날 본회의는 재적의원 300명 전원참석이라는 기록을 세웠으나 새누리당의 최경환 의원은 표결에 불참했다.

여당 소속으로 탄핵찬성 변란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는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에 이은 헌정사상 두 번째의 대사건이다. 단 한 번에 그치는 사건은 없다, 기록은 깨어지기 위해 세워진다는 경험칙이 이 경우에도 입증되었다. 탄핵안에 대한 찬성비율도 더 높아졌다. 노 전 대통령 때는 사실상의 여당이던 열린우리당 의석이 재적 271석의 17%에 불과한 47석이었다. 그런데도 탄핵 찬성 의원은 71%인 193명에 그쳤다. 이에 비해 현재의 여당인 새누리당의 의석수는 128석으로 재적 300명의 43%에 이른다. 그러나 탄핵 찬성 의원은 78%, 234명에 이르렀다.
물론 박 대통령의 자업자득이라는 측면을 부인할 수는 없다. 얼마나 정치력이 부족했으면 여당 소속 의원 가운데 탄핵을 반대한 수가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44%뿐이었겠는가. 또 얼마나 민심을 잃었으면 그 많은 군중이 광화문 일대에 몰려들어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 시위를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겠는가. 이 점에서 박 대통령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중의 분노와 정치인들의 감정이 현직 대통령을 몰아내는 선례를 만든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고 무모한 도박이다. 야당은 이를 통해 정권을 장악할 수 있다는 계산을, 시위에 앞장선 정치세력과 노조를 비롯한 수많은 압력단체와 이익집단들은 대통령을 쫓아낼 만큼의 실력을 확보하려는 욕심을 가진 게 분명하다.  그리고 여당의 일부 의원들, 유력 언론사들은 대통령의 홀대나 정치적 징벌에 대한 보복심리에 휘둘린 빛이 역력해 보인다.

▲ 17일 열린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8차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함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사퇴를 촉구했다(사진=경제풍월DB).

노무현 탄핵을 반대했던 논리

2004년 3월 11일 저녁, 여의도 한나라당 중앙당사에서 정책위원회 주관으로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를 앞둔 명분 쌓기였을 것이다. 토론자 4명 가운데 한 사람으로 참여했던 필자는 ‘탄핵반대’를 주장했었다. 법학자·법률가였던 다른 세 사람과는 상반되는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탄핵 반대의 이유로 크게 세 가지를 지적하고 주문했다.
①정치는 죽이는 게 아니라 살리는 것이다. ②노 대통령을 몰아낸다 해도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을 가능성은 제로다. 한나라당 의원은 145명이지만 그 가운데 당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반면에 열린우리당 의원은 47명에 불과하지만 그들은 사생결단하고 있다. 따라서 승패는 이미 나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③정치적으로는 시간이 부족하지 않다. 협상을 통해 해결방안을 찾는 데는 오늘 밤 만으로도 충분하다. 청와대와 협상을 시작하시라.
이미 탄핵방침을 굳힌 당의 지도부가 패널 한 사람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리 만무했다. 그들에게는 단지 요식절차였을 뿐이다. 다음날 탄핵 소추안은 국회를 통과했다. 그리고 한 달 3일 후에 치러진 4·15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참패를, 민주당은 궤멸적 패배를 겪었다. 하긴 이런 일이 있었던 덕분에 박 대통령이 ‘천막당사’ 퍼포먼스를 통해 한나라당에 대한 장악력을 확보할 수 있었고, 그걸 바탕으로 대통령까지 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말 그대로 ‘세상만사 세옹지마’라고 할 수도 있겠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은 이제 헌법재판소의 심리에 넘겨졌다. 헌재로서는 대단히 어려운 숙제를 떠안은 셈이 됐다. 그렇다 하더라도 군중의 분노, 정치권의 간계 따위에 휘둘리지 않는 냉철한 지성과 이성으로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려줘야 한다. 헌재마저 꺾이면 법치의 제방은 무너지고 만다는 것을 각별히 명심, 역사적 사명감으로 무장하고 심리에 임해주길 기대한다.
한편 국민들은 박근혜 이후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할 것이 요구된다. 박 대통령이 헌재의 결정으로 자리를 물러나든 임기를 채우든 국민적 제1과제는 차기정부 구성이다. 어떤 사람, 어느 정당에 국가경영의 책임과 권한을 맡길 것인가에 대해 민주국민 각자가 이성적 합리적 판단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현 정부가 동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대통령되면 곧장 김정은 만나러 간다

이와 관련해서 눈길을 끄는 글이 있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보다) 북한에 먼저 가겠다”고 했다는 한 월간지의 인터뷰 기사다. 지난달 16일 언론들이 소개한 인터뷰 내용을 보면 어이없고 공포스럽기조차 하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도올 김용옥 씨와 가진 한 월간지 인터뷰에서 헌법재판소가 탄핵 기각 결정을 내릴 경우 ‘그 다음은 혁명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달 15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는 “사드 배치를 차기 정부로 미루는 게 낫다, 독도 문제는 일본과의 영토 분쟁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었다. 11월 26일에는 서울 청계광장 촛불집회에 참석해서 “내 한 사람의 촛불을 보태 박근혜를 끌어내리자”, “가짜 보수 정치세력을 횃불로 모두 불태워 버리자”는 등으로 격하게 군중을 선동한 바 있다.
대통령이 되면 미국보다 북한을 먼저 방문하겠다는 것은 미국에 지기 싫다는 심리의 표현으로 이해된다. 말하자면 허장성세이기도 하고 자신이 대표하고 있는 진보세력에 대한 약속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에 대들면 영웅이 되는가? 그렇게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미국은 적어도 8·15해방과 6·25이후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은인으로서 또 후견국으로서 그 역할을 다해왔다. 문 전 대표의 경우는 개인적으로도 결코 잊어선 안 될 큰 은혜를 미국으로부터 입었다. 그의 부모와 누나는 1950년 12월 흥남철수 때 미군 수송선을 타고 거제로 피난했다. 미군이 흥남부두에 몰린 10만 명의 피난민을 외면했더라면, 문 전 대표라는 사람은 어쩌면 이 세상에 태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의 부모는 미군에게 목숨을 빚졌고, 이 빚은 그에게도 유효하다. 그런데 문 전 대표는 노무현 정부 때부터, 어쩌면 그 이전부터, 반미노선을 걷는 인상을 주어왔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는지는 헤아리기 어렵다. 반독재 및 인권투쟁기를 거치면서 자연스레 ‘민족우선, 외세배격’의 의식을 갖게 되었는지, 아니면 개인적으로 미국과 척을 져야 할 특별한 이유나 계기가 있었는지 짐작이 제대로 안 된다.
어쨌든 그는 은혜를 입은 미국에 대한 거부감을 기회 있을 때마다 내 비쳐왔다. 반면, 민족상잔의 참극을 벌여 수많은 동족의 목숨을 앗아간 김 씨 왕조에 대해서는 각별한 애정을 표하고 있다. 또 김정은 정권의 학정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의 2천 수백 만 동포에게는 이렇다 할 관심을 표하지 않는 반면, 학정의 주범들에 대해서는 과한 친애를 과시한다. 이 점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판박이다. 그가 노 전 대통령의 대미·대북정책을 답습하려는 것인가, 아니면 노 전 대통령이 그의 영향을 받았던 것인가.

노사모 혁명으로라도 권력 잡겠다

그는 ‘혁명’이라는 말도 예사로 쓴다. 헌재가 탄핵을 기각하면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는 말은, 헌재가 국회의 탄핵소추안을 인용하지 않으면 군중의 힘으로 정부를 무너뜨려 버리겠다는 협박이나 다름없다. 변호사이기도 한 문 전 대표에게 ‘법치’란 무엇일까?
노 전 대통령의 경우도 혁명을 아주 좋아했다. 그는 혁명에 매료된 인상을 주었다. 2003년 12월 19일 밤 여의도에서 노사모 주최로 열린 ‘리멤버 1219’에서 그는 노란색 머플러를 목에 두른 채 단상에 올라 ‘혁명’을 부르짖었다.
“여러분의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시민혁명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우리 노사모 회원여러분 그리고 시민여러분 다시 한 번 나서주십시오.”
그들에게 노 전 대통령의 당선은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의 위상이 전면적으로 반전되는 혁명이었다. 민중이 전통적인 지배세력을 둘러엎고 혁명을 통해 정권을 쟁취한 것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천도론, 즉 신행정수도 건설 및 수도이전’도 같은 맥락에서 추진되었다. 문 전 대표 스스로 혁명의 후계자임을 자인하는 것인가?
우리가 다시 혁명의 시대로 회귀할까봐 조바심이 난다. 우리는 1987년 ‘6·29선언’을 계기로 정치민주화의 길에 들어섰다. 이제는 민주정치의 성숙을 말할 때이다. 그런데 문 전 대표와 그 추종자들은 다시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정신 혁명을 말하는 것 같지는 않다. ‘물리적 체제 뒤엎기’의 기치를 들고 있는 인상이다. 고분고분 정권을 내놓지 않으면 힘으로 빼앗겠다는 협박으로 들려서 모골이 송연해진다.
국민이 헌재의 결정 과정을 차분히 지켜보고, 그 결과에 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간구한다. 법치가 힘의 논리 속에 함몰되면 우리는 다시 정치민주화와 민주정치의 성숙을 위한 오랜 갈등과 대립의 시기를 거쳐야 한다. 게다가 북한은 핵무기를 앞세워 우리의 뒷덜미를 잡고 저들의 이익에 봉사할 것을 강요할 게 뻔하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와 그 국민들이 혼신의 힘을 기울여 미래를 대비하는 시대에 우리만 유독 과거로의 긴 행진을 시작하는 황당한 상황만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국민 모두가 이성과 지성의 힘으로 국가적 위기를 뛰어 넘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9호 (2017년 1월호) 기사입니다]

이진곤 정치학박사, 경희대 정외과 객원교수  teuss@econotalki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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