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톡 최서윤 기자] 며칠 전 서울시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앞을 지날 때였습니다. 주차장 입구에서 들어오는 승용차마다 허리를 숙여 배꼽인사를 하며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 주는 백화점 직원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옆에는 더 친절해지는 요령(?)을 알려 주는 또 다른 직원이 있었습니다. 궁금해서 30분가량을 인근에서 서서 지켜봤습니다. 주차요원으로 불리는 직원들이 백화점 앞을 지나가는 차들마다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소리 내서 안내하는 모습이 계속 반복됐습니다.

명동 인근 경쟁업체인 신세계백화점 본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신세계백화점 주차요원들은 안내를 하는 동작이 더 역동적이었습니다. 그래도 롯데백화점과 같이 차들이 지나갈 때마다 매번 허리를 45도 이상 숙이진 않았습니다. 사실 이 같은 모습은 두 백화점에서만 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많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주차안내요원들은 고객들에게 친절한 모습을 보입니다. 우리는 이들을 ‘감정노동자’라고 부릅니다.

▲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주차요원(사진=경제풍월DB).

그런데 이같이 일하는 사람의 상당수는 비정규직이거나 용역업체 직원들입니다. 예전보다 근무여건이 많이 나아져서 백화점에서는 주차요원들에게 일정시간 쉴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신세계백화점만 하더라도 두 시간을 일하면 한 시간 쉬거나, 극심한 한파 때는 한 시간 일하고 한 시간 쉬는 등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합니다. 한 주차요원에게 “힘들지 않냐”고 물어봤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다 먹고 살려고 하는 건데 괜찮다”며 보인 웃음이었습니다.

서비스업체가 내세우는 것은 ‘손님(고객)은 왕이다’입니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를 잘못 해석해서 ‘백화점갑질모녀’ 사건 등과 같이 도 넘은 행동으로 논란이 되기도 합니다. 감정노동자들에 대한 인식 변화가 절실해지면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국회의원은 지난달 ‘감정노동자보호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김 의원은 “감정노동자들은 기업의 지나친 친절 강요 및 소비자들의 무리한 요구 등으로 인해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건강장해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인식부족으로 이들의 권리는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주차요원.

물론, 반대로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고는 있습니다. 서비스업체의 지나친 친절은 오히려 부담스럽다는 이유입니다. LG전자서비스센터 직원들은 굉장히 친절하기로 유명합니다. 삼성전자나 애플 아이폰 서비스센터 직원들보다 친절하다는 평가도 받습니다.

최근 고장 난 스마트폰을 들고 여러 센터를 찾아다녔는데 어느 매장에서는 의자까지 빼 주면서 앉으라고 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센터를 방문하면 꼭 평가를 요청하는 연락이 옵니다. 휴대폰을 못 고쳐서 속상하지만 친절하게 대한 직원들을 보면 무작정 화를 내기도 어렵습니다. 때문에 주변에서는 “조금 덜 친절해도 좋으니 휴대폰 고장 안 났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많이 들립니다.

▲ LG베스트샵 & LG전자 서비스센터.

기업에서 고객에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건 사실입니다. 불친절한 곳보다 조금이라도 더 친절한 곳으로 가고 싶은 것이 소비자들의 심리니까요. 그렇다고 차가 지나갈 때마다, 고객이 방문할 때마다 하는 배꼽인사는 ‘하는’ 근로자 입장에서도, ‘받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연말연시, 올 겨울 최강 한파와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허리 아플까 서로 불편한 배꼽인사보다는 지나가면서 따뜻한 말 한 마디 인사를 나누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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