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李英石, 박상은 전의원 재판분석
우파유죄, 좌파무죄 시절 법복권력 비판

보수주의자 ‘멸종위기’
벼랑에 선 보수(保守)
언론인 李英石, 박상은 전의원 재판분석
우파유죄, 좌파무죄 시절 법복권력 비판

▲ 이영석著 ‘ 벼랑에 선 보수’

새누리당 박상은(朴商銀) 전 의원의 정치자금법 사건을 다룬 논객의 글 ‘벼랑에 선 보수’(保守)가 좌파의 공세에 흔들리고 있는 오늘의 대한민국 기상을 콕 찌르듯 고발한 책으로 읽혀진다. (비봉출판사, 2016. 10) 저자 이영석(李英石)씨는 서울신문, 중앙일보 등 기자 30년에 ‘야당 30년’, ‘6공 파워게임’, ‘민주화의 허상’ 등을 집필한 논객으로 이름이 알려졌다.

거짓에 함몰된 ‘군중권력’ ‘법복권력’

‘벼랑에 선 보수’는 박상은 전 의원의 정치자금사건 재판을 ‘거짓에 함몰된’된 ‘군중권력’, ‘운동권력’, ‘법복(法服)권력’ 등의 용어로 풀어가며 검찰이 죄를 만들어 간 이야기로 엮었다.
박 전 의원은 인천 중구동구출신 새누리당으로 18~19대 의원으로 정치활동 했으나 운전기사가 3,000만원이 든 서류가방을 훔쳐 나온 사건으로부터 시작하여 세월호 침몰 폭풍 여파 속에 ‘해운마피아’로 부각되어 2015년 12월, 의원직을 박탈당했다. 그 뒤 재판을 거쳐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판결을 받을 때까지 속전속결이 세월호 폭풍의 한 가닥으로서 검찰과 법원이 ‘해운마피아’, ‘관피아’ 등으로 엮어낸 ‘일그러진 법의 모습’이라고 규정했다.
저자는 박 전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유죄선고 됐지만 그가 직접 받은 돈은 없고 2명의 후배가 그를 돕고자 월급을 대납(代納)했다는 내용이 법해석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 검찰은 증거조작을 위해 합작한 의혹이 있다고 제기했고 법원은 사법적 ‘판결’ 아닌 ‘판단’으로 사실을 왜곡한 측면도 지적했다.

‘월급대납’이란 이름의 정치자금 유죄

▲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은 새누리당 박상은 전 의원.

재판기록에 따르면 박 전 의원이 직접 받은 돈은 해운조합으로부터 후원금 300만원이 전부다. 그러나 이는 박 전 의원이 해운 관련 법안을 9차례나 발의한 사실에 비춰 해운조합의 로비자금 명목이 아니냐고 본 것이다. 또 선주협회가 주선한 해외항만시설 시찰에 박 전 의원이 앞장서고 단골로 참여한 사실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해석했다.
운전기사가 차속에서 3천만원 가방을 훔쳐낸 사건에 이어 박 전 의원 아들 집에서 발견된 4억원의 뭉칫돈은 과거 CEO로 근무했던 대한제당의 비자금에 의한 뇌물이 아니냐고 도마 위에 올랐다.
이렇게 꾸며지고 보니 박 전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엄청난 크기로 포장되어 세월호 침몰 이후 해운마피아 척결의 표적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저자는 박상은 한국학술연구원 이사장이 준 월급은 박 전 의원이 받은 불법 정치자금으로 둔갑하고 3천만원 절도범은 특별수사팀에 의해 ‘제보자’로 변신되고 30년 우정의 대한제당 설원봉 회장이 준 전별금은 ‘범죄수익’으로 법정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박 전 의원과 설원봉(薛元鳳) 회장은 연대법대 동창으로 집안간에 깊은 우애가 쌓인 사이로 드러났다. 박 전 의원은 연대 학생회장 시절에 피해 다니다가 해군장교로 임관되어 5년간 복무 후 설원봉 회장의 형 고 설원량(薛元亮) 회장의 요청으로 대한전선에 입사하여 수출전선에서 활약하다가 대한제당이 계열분리로 독립할 때 설원봉씨를 따라 나와 CEO를 맡기까지 근속했다. 그 뒤 경인방송 회장과 인천시 정무 부시장을 거쳐 18~19대 의원으로 등원했었다.
결국 저자는 박 전 의원 아들 집에서 발견된 뭉칫돈 4억원은 대한제당 근속유공과 오너 회장과의 오랜 우정의 송별금 성격이었다고 해석했다.

‘신고보상금’ 노린 배덕의 고발

저자는 박 전 의원 사건이란 세월호 폭풍 속에 검찰이 ‘해운마피아’의 유죄 만들기로 ‘먼지떨이’ 수사를 확대하여 박 전 의원으로부터 은혜를 받은 자들의 배덕(背德)을 부추겨 죄인으로 진술토록 강요한 비정(非情)의 드라마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박 전 의원 사무실에 근무했던 4인조가 ‘박상은 의원 의혹 13가지’ 문건을 작성한 사실을 제시했다.
4인조란 △ 2014년 지방선거 때 인천 중구 구의원 공천을 신청했던 장광훈씨 △ 고교후배로 박 전 의원이 취직을 주선했던 김영목씨 △ 4급 보좌관으로 채용했던 김덕구씨 △ 인천 중구청장 예비후보로 등록했다가 실패한 고성원씨 등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김덕구씨는 지방선거 예비후보에게 돈을 받고 당원명부를 건넸다가 면직된 사람, 박 전 의원의 고교후배 김영목씨는 월급대납을 고발한 후 3억원의 보상금을 기대했다가 대법원 확정판결 후에도 보상금이 나오지 않자 노동청에 임금착취 진정서를 제출했다가 기각당한 사람으로 소개되어 있다.
그러니까 저자는 ‘월급대납’이라는 이름의 부정 정치자금으로 유죄를 이끌어 낸 판결을 ‘신고 보상금이 부른 배덕’(背德)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보수계에 비수같은 말… 좌파로 살면 편해

‘벼랑에 선 보수’는 박 전 의원 재판사건을 비판한 글이지만 좌파의 공세에 여지없이 밀려다니는 정치풍토를 개탄하며 ‘좌파로 살면 편하다’는 말이 있다고 자소(自笑)하는 글의 흐름으로 보수계 사람들의 가슴을 울렁이게 만드는 비수 같은 자아비판서나 다름없다.
저자는 “박 전 의원이 좌파였다면 고발 받고 기소되었겠느냐”고 반문하며 결국 우파였기에 유죄판결을 받았을 것으로 해석한다.
박 전 의원은 19대 의원직 박탈 후 이미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비슷한 시기에 기소된 5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더민주 소속 의원들은 1심에서 유죄판결 받고 법정구속도 되지 않은 채 아직껏 2심 재판을 받고 있는 사례를 제시했다.
서울종합예술학교 입법로비사건 관련 더민주 소속 신학용, 신계륜 전 의원은 1심에서 2.6년형을 받고 2심이 진행 중이다. 더구나 변호인들은 뇌물공여 현장검증을 요구하며 심리원점으로 되돌리기 위해 법정투쟁을 벌이고 있다. 입법로비사건 한통속 3명 가운데 김재윤 전 의원은 이미 2015년말 대법원에 의해 4년형이 확정됐다. 저자는 이를 두고 입법로비사건 연루자도 운동권 출신과 비운동권 출신 간에는 법원판결의 격차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입법로비사건이란 서울종합예술학교가 2년제 직업학교에서 4년제 대학승격을 위해 노동부와 교육부를 상대로 로비하다가 국회 관련 상임위를 대상으로 입법로비 사건을 일으킨 것이다. 당시 신계륜 의원은 더민주 소속으로 국회 환노위 위원장, 김재윤 의원은 더민주 간사, 신학용 의원은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으로 서울종합예술학교로부터 입법로비를 받을 수 있는 위치이고 실제로 로비입법이 드러나 기소된 사건이다.

‘좌파무죄’ ‘우파유죄’식 사법판결

▲ 서울종합예술학교 입법로비사건 관련 (왼쪽부터) 신계륜, 신학용, 김재윤 의원.

또 한명숙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사건의 경우 한신건영 사장으로부터 3차례에 걸쳐 현금, 수표 등 9억원을 받은 중대혐의로 2012년 9월 징역 2년, 추징금 8억8,300만원의 중형을 선고받았지만 법정구속은 면했다. 그 뒤 2015년 8월에야 대법원이 최종 확정했을 때도 법정구속을 면해 당대표 맡고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임기를 거의 다 채울 때까지 의정활동을 계속했다.
이에 비해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경우 노무현 전 대통령이 투신자살하기 직전에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됐다고 주장한 발언이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고발되어 2013년 1월 1심에서 징역 10월이 선고되고 즉각 법정구속됐다. 이어 2014년 3월 대법원이 징역 8개월로 최종 판결했으니 기소로부터 1년 반 밖에 걸리지 않았다.
저자는 이를 두고 우파의 1년 반과 좌파의 6년 기간을 비교해 보라고 예시한 것이다. 과거 재벌 관련 재판에서 ‘유전무죄’(有錢無罪)였다가 최근에는 ‘유전중죄’(有錢重罪)로 바뀐 형국이지만 좌파 운동권과 좌파단체 관련 무죄 선고를 보면 ‘우파유죄’(右派有罪), ‘좌파무죄’(左派無罪)가 아니냐는 소감을 말하고 있다.

멸종위기 보수주의자… 고달픈 고행의길

저자는 2011년 12월, 30~40대 문화인 송년모임에서 “탄압받고 있는 멸종위기의 보수주의자”라고 발언했더니 좌중이 모두 킥 웃더라고 했다. 실로 요즘 세월의 요동을 보면 보수주의자의 ‘멸종위기’라는 지적을 느낀다.
저자는 오늘의 20대 진보는 정부와 여당에 대한 무한 분노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반박하면 ‘이단아’ 취급을 받게 되는 풍토를 지적했다. 반면에 20대 보수는 자신을 숨기고 지내는 풍토로 “사실에 기초하여 기사를 작성해도 좌파의 선동을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하면서도 “그렇다고 좌파와 같이 선동은 할 수 없지 않느냐”고 개탄하는 심정의 일단을 밝혔다.
저자는 “대한민국에서 ‘무병장수’ 하려면 좌파행세를 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천민민주주의가 지배하는 대한민국에서 20대 보수로 산다는 것은 고달픈 ‘고행길’이 아니냐”고 개탄했다.
저자는 좌파는 싸움꾼, 끊임없이 도전하고 싸움거리를 계속 만들어 가며 ‘타도 보수’, ‘반미운동’, ‘재벌규탄’ 등으로 우리사회를 싸움터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야당 국회의원이 공격을 받으면 당내가 벌떼처럼 일어나 방어포문을 열지만 새누리당 의원은 좌파나 야당의 공격을 받으면 혼자 ‘고독한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비교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에는 적도 없고 동지도 없는 ‘웰빙당’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지난 18대 국회 조전혁 의원이 전교조의 명단을 인터넷에 공개하자 좌파와 전교조가 들고 일어나 소송을 제기하여 무거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때 한나라당은 지켜보고만 있었기에 조 전 의원은 ‘고독한 패배’를 감수해야만 했던 것으로 야당의 벌떼식 방어전과 비교했다.

보수의 정체성 버린 ‘배덕의길 20년’의 업보

저자는 이념이 적과 동지로 구분하는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을 때 새누리당은 이념의 정체성도 없고 공동의 목표도 없으며 보수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 등이 ‘개혁보수’, ‘새로운 보수’를 꺼낸 것도 결국 ‘반 보수’ 기치를 앞세운 꼴이라고 비판한다.
저자는 보수는 역사, 전통, 규범을 존중하는 법이지만 국가에 대한 충성, 부모에 대한 효도가 뿌리채 흔들리고 있어도 새누리당이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저자는 보수의 가치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 민자당으로 집권한 김영삼 대통령이 한완상, 김정남 등 좌파 운동권에 조종키를 넘겨주면서 부터라고 해석한다. 그 뒤 이회창 체제는 김윤환(金潤煥) 의원 등 민정계 중진들을 쳐내어 YS 민주계가 주류를 형성하고 원희룡 등 좌파 아류가 입성, ‘남원정’(남경필, 원희룡, 정병국)이 “보수로는 안 된다”는 분위기를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저자는 그 뒤 이명박 시대에 ‘친박’을 몰아냈다가 박근혜정부 때 ‘친이’를 타도하는 식으로 새누리당은 선배를 몰아내는 ‘배덕의 길’을 걷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니까 최근의 새누리당은 보수의 정체성을 버리고 비틀거린 지난 20년의 업보라고 해석했다. 저자는 80년대 운동권 좌파는 대한민국 건국을 부정하고 ‘헬조선’으로 의식화되어 있는데 보수가 이 같은 담론에 침몰되고 만 것은 불가사의라고 통탄하는 심경을 글 속 곳곳에 드러냈다. 비봉출판사.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8호 (2016년 1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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