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지도층의 아집과 독선들

에티켓, 매너의 현장
골프장의 막말작태(作態)
대한민국 지도층의 아집과 독선들

글/ 장홍열(한국기업평가원 회장)

한국사회의 지도층에 속해 있다고 자부(自負)하는 인사치고 골프를 즐기거나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 골프는 원칙을 바탕으로 한 훌륭한 덕목이 많은 운동이다. 이것을 제대로 배워서 일상생활에 접목시켜야 한다. 골프장 18홀에 세상사, 인생사가 모두 함축(含蓄)되어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을 잠시 눈여겨보면 무슨 일이나 안다(知), 좋아한다(好), 즐긴다(樂)는 세 단계를 거친다. 논어(論語) 옹야(雍也) 19행에 나오는 명구(名句) 하나가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이 크다고 생각되어 소개한다.
“지지자(知之者)는 불여호지자(不如好之者)요, 호지자(好之者)는 불여락지자(不如樂之者)니라.”
풀이를 하면 사적(私的)생활이든 공적(公的)생활이든 학문(學問)이나 자기가 맡은 일, 스포츠, 취미 등 무슨 일이든 좋다.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는 뜻이다.
공직에 몸담았던 지금 70대 후반에 접어든 세대들부터는 지난 60년대 70년대 80년대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견인차(牽引車)로 오늘의 발전된 대한민국 자화상(大韓民國 自畵像)을 그려낸 총본산(總本山)인 광화문의 회색 6층 건물을 잊을 수 없다. 지금은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으로 탈바꿈했다. 그곳에서 동고동락(同苦同樂)했던 옛 동료들이 지난 10월 중순 길일(吉日)을 택하여 유명골프장에서 4박5일 골프를 치면서 저녁식사 자리에서 요즈음 그냥 눈뜨고 볼 수 없는 우리사회상(社會相)의 현실작태(現實作態)가 화두(話頭)가 되어 나랏일을 근심하고 염려하는 우국지심(憂國之心)으로 걱정한 일이 있다. 그때 주고받은 이야기 중에서 골프의 덕목을 통해 한번 짚어보고 생각해 보았다.

인성도덕의 부재

골프라는 운동은 사람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인성도덕(人性道德)을 가르치고 시험하는 운동이다. 골프 플레이에서 인성도덕이 갖추어지지 못한 사람은 실제로 사회생활 하는데도 도덕적 해이(道德的 解弛)로 이어져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사회생활이 다반사(茶飯事)다. 이런 사람들이 민주주의 탈을 쓰고 사회지도층 반열에 많이 들어와 아우성치는 현실을 보면 그저 씁쓸한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골프는 머리로, 마음으로, 몸으로 쳐야 하는 3박자 종합운동이다. 머리에서 지혜가, 마음에서 인격이, 몸에서 기술이 잘 어우러져야 하는 운동이다. 이 세 가지가 잘 구사되면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다. 틈만 나면 골프를 즐기면서 이 좋은 덕목을 오늘의 사회지도층이 외면하고 있어 안타깝다.

아집(我執)과 독선(獨善) 조심

아집은 불교에서 나온 말이다. 심신(心身)중에 사물을 주재하는 상주불멸(常住不滅)의 실체가 있다고 믿는 집착(執着)을 말한다. 소아(小我)에 집착하여 자신만을 내세우는 일종의 고집이다. 독선은 자기 혼자만이 옳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버릇이다.
성공적인 사회생활은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말을 잘 들어보고 한번 생각해 보는 필터링(Filtering) 능력이 있어야 한다. 최소한 이 능력만 갖고 있어도 인생에 작은 실수나 큰 실패 없이 살아갈 수 있다. 사회지도층 반열에 들어가면 꼭 명심해야 할 가르침이다.
골프는 신사운동이라고 한다. 골프명언에 용사처럼 플레이 하고 신사처럼 행동하는 운동이라고 했다. 신사는 동양사회에선 군자(君子)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사회지도층 반열에 있는 사람들이다. 목숨을 주고받는 치열한 전쟁터에도 전쟁수칙(戰爭守則)이라는 것이 있듯이 골프에서 에티켓(Etiquette)과 매너(Manner)는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에티켓은 예의를 말하고 매너는 상대방에 불쾌감을 주는 행동이다. 골프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아집과 독선을 조심하면서 과욕은 금물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즈 요망

높은 신분에 따른 도덕상의 의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즈(noblesse oblige)가 요구되는 공인이 되면 세 끝을 항상 조심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옛날부터 이 덕목을 선비들에게 반드시 요구하고 있다. 하나는 혀끝, 또 하나는 손끝, 그리고 마지막으로 양경(陽莖)끝이다.
혀끝 잘못 놀리면 설화(舌禍), 손끝 잘못 놀리면 필화(筆禍), 양경끝 잘못 놀리면 색화(色禍)를 입는다. 혀끝 한번 잘못 놀려 당하는 망신살(亡身煞)은 치명적이다. 한번 시위를 떠난 화살과 한번 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무심코 뱉은 말 한마디가 눈덩이처럼 걷잡을 수 없는 말이 또 말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공인이나 지도층 그리고 남의 윗자리에 앉으면 자기가 한 말이 몰고 올 파장이나 영향을 먼저 생각하고 조심해서 말을 해야 한다.
요즈음 우리시대의 지도층 사람들의 입놀림을 예의주시해보자. 말 같지 않은 막말로 세상을 혼탁하게 하고 있다. 명예를 존중하는 자존심, 청렴하고 깨끗하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인 염치(廉恥)를 알았으면 한다. 최소한 골프의 기본을 아는 사람이 사회를 이끄는 지도층에 많이 포진되어야 건전한 사회가 이루어진다고 하는 생각을 또 하게 된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8호 (2016년 1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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