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톡 최서윤 기자] “고객만 바라보는 열일하는 GS25.” 며칠 전까지 GS25 매장에 걸려 있던 소형현수막의 문구입니다.

최근 점포 수 통계에 따르면 업계 1위는 BGF리테일 CU(1만509개)에 이어 GS리테일 GS25(1만362개), 코리아세븐 세븐일레븐(8405개) 순입니다. 1위와 2위의 매장 수는 150개도 채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이에 더해 GS25는 최근 세븐일레븐을 밀어내고 서울도시철도 5~8호선 역내에 입점해 영업을 시작한 상황이라 곳곳에서 더 많은 매장을 볼 수 있습니다.

매장 수 2위를 자랑하는 GS25의 현수막은 길거리에서 참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관계자에 따르면, 싸인보드라 불리는 이 현수막은 매달 바뀌는 것으로 해당 문구는 “고객만 바라보면서 열심히 일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합니다.

▲ 서울 시내 GS25 매장 전경(사진=경제풍월DB).

하지만 아무리 좋은 취지로 시작한 말과 행동이라고 해도 시대에 따라,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예상치 못하게 의미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입니다. 처음 이 책이 나왔을 때는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난 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아프면 병원에 가야지’, ‘왜 금수저들이 흙수저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나’ 등으로 비난의 대상이 됐습니다.

GS25가 내세운 문구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백화점, 호텔 등 서비스업에서 많이 회자되고 있는 말이 ‘손님(고객)은 왕이다’입니다. 이 말을 최초로 사용한 사람은 리츠칼튼 호텔의 창업자 세자르 리츠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돈을 내는 사람이 정말 왕일까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잘못된 인식 중 하나가 ‘돈이면 다 된다’입니다. 혹자들은 돈을 받는 사람이 돈을 주는 사람에게 충성해야 하고, 부당대우를 받아도 참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필요한 것을 얻지 못하면 무슨 소용일까요?

▲ 지난 3일 전국 232만(주최측 추산)이 모인 촛불집회에서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현대차 정몽구 회장, 롯데 신동빈 회장 등이 풍자의 대상이 됐다. 사진은 미르재단 등에 수십억원을 출연한 삼성화재를 비판하는 참가자들의 모습.

프랜차이즈는 본사 직영도 있지만 가맹점이 많습니다. 점포 수가 늘수록 본사의 갑질 논란으로 인한 가맹점 간 분쟁신청도 끊이지 않고 있고, 이 때문에 목숨을 끊은 가맹점주도 생겨났습니다.

지난 국회 국정감사 때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은 “최근 5년 간 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 이른바 ‘빅4’ 편의점 가맹본사 매출은 116% 급증한 데 비해 가맹점주는 16% 증가에 그쳤다”고 지적했습니다. 제 의원은 “편의점 가맹본사와 가맹점주 간의 이익배분을 현행 매출액의 35:65에서 순이익의 25:75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촉발돼 촛불에서 횃불로 바뀐 시민들의 분노가 대통령 뿐 아니라 기업들에게도 향한 것은 ‘열심히 일했더니 엉뚱한 사람에게 이득이 돌아갔다’는 속상함도 한 이유입니다. 수많은 가맹점주 중 한 명이 내 가족, 가까운 내 친구나 지인이라고 생각한다면, ‘고객만을 바라보며 열일하기’라는 무의식적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듯한 내용은 보기가 다소 불편할 수 있습니다.

▲ 서울 시내 한 가게는 '손님은 친구다'라는 문구를 내걸어 눈길을 끌었다.

서울의 한 가게는 ‘손님은 왕이 아니다. 손님은 친구다’라고 써놓았습니다. 돈을 받는 사람만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주는 사람과의 상호 예의와 배려를 강조한 글귀입니다. GS25는 12월에 들어와서 “따뜻하게 말해줘~ 올해도 고마웠어. 내가 더 잘할게!”로 싸인보드를 바꿔 달았습니다. 주변사람 뿐 아니라 감정노동자까지 배려한 것으로 보이는 문구입니다.

돈을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서로 존중하고 최선을 다하는 사회가 되려면 이 같은 작은 인식에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최소한 내가 이러려고 열심히 일했나 하는 자괴감은 들지 말아야 하니까요. 회사와 직원, 소비자와 판매자가 모두 상생하는 것이 필요한 때입니다.

▲ GS25는 12월 들어 '올해도 고마웠어'라는 문구를 적힌 현수막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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