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한 처지에도 나랏일 근심걱정

장수시대 노인의 삶
‘나홀로’ 노후 고독감
무력한 처지에도 나랏일 근심걱정
젊은세대마저 ‘혼밥’ ‘혼술’ 트렌드

갈수록 노후의 삶이 고독과 절망감 속으로 빠져든다. 스스로 앞가림도 못하는 무력한 노인신세지만 나랏일을 생각하니 앞이 캄캄절벽 꼴이다. 근심, 걱정이라도 나눠볼 친지가 없어진지 퍽 오래됐다. 모두가 할 일 없는 노인네들로 병고에 시달리고 생활고에 쫓기면서 세상이 싫어졌노라는 전언만 듣는다. 예부터 ‘인생칠십 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고 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고 동의한다.

▲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TV드라마 ‘ 혼술남녀’ 에서 주인공이 혼자 술을 마시는 모습. <사진캡쳐=혼술남녀 공식홈페이지 클립영상>

‘나 홀로’ 노후 삶의 무심과 고독감

한동안 평균수명이 높아져 선진국형 장수시대를 맞았다고 좋아진 세월을 반겼었다. 여자노인이 남자노인보다 더 장수한다는 통계를 보고도 옳은 방향이라고 여겼다. 가사(家事)나 잡역에 익숙한 할머니보다 할아버지가 먼저 가시는 것이 순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저출산으로 생산인구는 감소하는데 노인인구만 잔뜩 불어나고 있는 통계를 발표했을 때 세상이 잘못되고 있는 징후라고 생각했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도 후대가 왕성해야 노후의 삶도 배후가 든든하고 의지하고 기댈 심정으로 애착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허전한 낙심에 젖어 있어도 부음(訃音)만은 자주 들린다. 언론과 정·재계에서 큰일 많이 한 유공자들이 서둘러 떠나간 소식이 슬픈 고독감을 더해줄 것은 물론이다. 영안실 조문 끝내고 나와 갈 곳이 없다. 소주라도 한 잔 나누며 시국을 한탄할 짝을 찾아봤지만 응답이 없다.
얼마 전까지 만났을 때는 “우리 조국 대한민국은 망할 듯 하지만 절대로 망하지 않는 끈기 있는 민족의 나라”라고 뜻을 같이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휴대전화도 내려놓고 TV 시청도 끊고 세상과 절연한 듯 홀로 지낸다는 소식이다. 무심과 고독의 ‘나 홀로’ 노후 삶이다. 장수시대의 대한민국 노인들이 옛적과는 달리 자녀들과도 떨어져 사니 실로 ‘나 홀로’이다.

외식트렌드마저 ‘혼밥’ ‘혼술’이라니

농식품부가 여론조사와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2017년도 외식 트렌드를 외식산업 참고용으로 발표했는데 첫 번째가 ‘나 홀로 열풍’이다. 노인들이 아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조사했을 터인데 어찌 ‘나 홀로 열풍’이 트렌드라는 말인가.
1인 외식이 보편화되는 시대라는 뜻이다. 혼자 밥 먹는 ‘혼밥’, 혼자 술 마시는 ‘혼술’, 혼자 커피 마시는 ‘혼커’가 유행하고 있다니 아무리 추세라지만 잘못된 일이다. 부정청탁방지법(김영란법) 탓은 아닐 것이고 우리사회 공동체 삶에 대한 거부감일 것으로 생각되니 아주 잘못되어 간다는 소견이다.
여럿이 밥 먹고 술 마셔도 ‘더치페이’라는 좋은 결제방식이 있는데도 혼밥, 혼술로 가면 우리사회 공동체가 모래알처럼 낱낱으로 흩어져 어쩌자는 말인가.
또 외식과 내식의 중간형인 반(半)외식의 다양화, 도시락 외식, 분식외식 등 페스트 프리미엄(Fast-Premium), 한식과 외식을 융합한 ‘모던 한식’의 리부팅도 새해 외식트렌드로 제시했다.
노인세대의 고독한 ‘나 홀로’ 삶도 비정상이지만 젊은 세대의 ‘나 홀로 외식’은 더욱 나쁜 추세라고 주장한다. 인간은 공동체의 삶으로 역사를 발전시켜 왔고 문화를 창조해 왔기에 우리의 후대가 개성과 창의성은 높이 살리더라도 대한민국 울타리 속의 한민족 공동체임을 한시도 잊지 말도록 간곡히 당부한다.

부정청탁방지법에 놀라 양주 ‘혼술’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의 양주 판매량이 김영란법 시행 이후 다소 늘어났다고 신문에 보도됐다. 집에서 혼자 양주를 사다 마시는 ‘혼술’ 족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부정청탁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양주로 ‘혼술’하는 행태가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싶지 않다. 그 뚜렷한 동기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토록 반부정청탁 자세가 있다면 반드시 ‘혼술’ 방법밖에 없느냐고 지적하고 싶다. 밖에서 떳떳이 양주 마시더라도 얼마든지 반청탁 품위를 지킬 방도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부정청탁법 시행과 상관없이 양주 판매량은 계속 줄어들고 소주와 맥주 판매량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들었다. 이 또한 전혀 잘못된 일이 아니고 애주가들의 자발적인 선택에 의한 자연적인 추세라고 믿는다.
다만 오랜 애주가의 입장에서 노후에 까지 짝이 남아 ‘혼술’의 외로움을 면할 수 있기를 소망하기에 이런저런 곳을 짚어봤을 뿐이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8호 (2016년 1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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