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 적자투성이 골프장에 수십억 대 자금지원 이유 해명 안 해

▲ 현대엔지니어링 본사.(사진=경제풍월 DB)

[이코노미톡 이진우 기자] 현대차그룹의 골프장과 관련된 위장계열사 의혹 논란이 또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그룹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춘천시 남산면에 소재하는 오너스골프클럽(오너스GC) 운영사인 워너관광개발에 지난 2015년 한 해 동안에만 32억6900만 원의 운영차입금을 추가로 대여한 사실이 경제풍월(이코노미톡) 취재 결과 확인됐다.

2015년 말 기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워너관광개발의 재무 상태는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총계 1276억 원, 부채 총계가 1552억 원으로, 자본 총계(자본금 5000만 원)는 수년간의 누적결손금에 따른 276억 원이 자본잠식됐으며, 그 규모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이런 상황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정상적인 회사의 재무 상태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올해 초 이 회사의 회계감사를 수행한 삼정회계법인도 감사보고서에서 “이런 상황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중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킬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함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워너관광개발의 2015년 말 단기차입금 내역을 살펴보면, 아이비오너스라는 SPC(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발행된 전자단기사채(전단채) 837억 원(현대엔지니어링이 차입금 지급보증)과, 골프장 시공사였던 현대엔지니어링이 운영차입금 명목으로 대여한 599억 원 등 총 1436억 원이다.

어쨌든 현대엔지니어링이 워너관광개발의 단기차입금 총액에 물려있는 셈이다. 이 중 지난해 증가한 운영차입금 32억6900만 원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추가로 대여한 것이다. 이는 현대엔지니어링이 골프장 개발비는 물론 운영비까지 지원해 주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어, 실제로는 그룹의 위장계열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워너관광개발은 지난해 매출액 87억 원을 달성했지만, 2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누적결손금 규모를 더욱 키웠다. 결국 현대엔지니어링이 영업 부진 등에 의해 지속되는 누적적자로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는 골프장에 자금을 지원해주며 운영손실을 메워주는 셈이 됐다.

이와 관련해 취재진은 이처럼 비정상적인 재무 상태의 회사에 거액의 단기차입금을 대여해 준 배경이 무엇인지에 대해, 현대엔지니어링 측에 수차례 확인 요청을 했지만 어떤 답변도 없었다.

▲ 현대차그룹 양재동 본사.(사진=경제풍월 DB)

◇ 워너관광개발, 현대차 위장계열사 의혹 논란 계속되는 이유

적자투성이 골프장을 운영하는 워너관광개발이 현대차그룹의 위장계열사라는 의혹 논란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짙어지는 모양새다. 또한 여러 근거들이 뒷받침되면서 골프장의 진짜 실체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첫째 근거로, 지난 2009년 10월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된 워너관광개발의 주요 주주 3명 모두가 현대차그룹 출신이라는 점이 꼽힌다. 당시 지분 45%를 보유한 박 모씨는 현대모비스, 36%를 보유한 임 모씨는 현대엠코(현, 현대엔지니어링), 19%를 보유한 김 모씨는 현대자동차 출신으로 알려졌다. 이후 2013년 말에 골프장 사업권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일부 언론의 보도로 강탈 의혹이 제기된 뒤, 2014년 말에는 임 모씨를 제외하고 주요 주주가 모두 바뀐 상태다.

둘째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방송인 신동엽씨가 지난 2011년 3월부터 2012년 7월까지 워너관광개발 감사로 등기됐다는 사실이다. 다만 신씨는 기업회계와 업무감사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지만, 회사 관계자와의 친분으로 감사 등기를 위해 명의를 빌려줬으며, 이는 정 부회장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셋째로 워너관광개발의 비상식적인 재무 상태가 지적된다. 골프장이 현대차그룹의 위장계열사라는 의혹을 가장 크게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재계에서는 시공사로 참여했던 현대엔지니어링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골프장 사업운영에 거액의 자금을 지원하고 차입금에 대한 지급보증까지 서는 행태로 볼 때, ‘윗선’의 지시 없이는 어느 누구도 이러한 의사결정을 선뜻 책임지고 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경제풍월(이코노미톡) 취재진이 이에 대한 입장을 들어보려고 연락했지만, 현대차그룹 측은 묵묵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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