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총궐기 ‘끝장투쟁’에 3야당 합세

거리로 나선 ‘여소야대’
헌정중단 위험천만
민중총궐기 ‘끝장투쟁’에 3야당 합세
국란겪어낸 ‘불사조의 나라’ 국운 믿을까

(기사 작성일 : 2016년 11월 14일 기준)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 시청광장, 서울역 광장으로 쏟아져 나온 성난 민심을 어찌하면 좋다는 말인가. 누가 국헌을 지키고 국정혼란을 수습할 지혜로 애국할 지도자가 없는가.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下野)를 주장하지만 헌정중단의 위험천만을 어찌 감당하려는가.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민중총궐기 촛불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거리투쟁으로 ‘끝장’보자는 위헌적 발상

거야(巨野) 3당이 민중총궐기에 동참하고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이재명 등 유력 대선주자들도 참여했으니 곧 정권퇴진운동 성격이다. 최순실 사태에 따른 국정공백 수습과는 반대로 아스팔트 거리투쟁을 통해 당장 권력을 습득하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정부가 할 수 있는 공식 입장이라야 준법질서를 호소하고 평화시위를 당부한 성명서 뿐이다. 경찰도 시위대와의 충돌을 적극 회피하려는 몸조심을 선언했다. 무한투쟁을 통해 아무 것이나 쟁취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민노총 등은 청와대 앞까지 행진하겠다고 주장한다. 그 뒤 어떤 사태로 발전할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거야 3당의 동참으로 기세가 오른 총궐기 투쟁본부가 목표하는 ‘끝장’을 우리네는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하기 쉬운 말로 대통령의 하야를 함부로 주장하지만 그 뒤의 사태는 그들이 책임질 수 있다는 말인가.
박 대통령에게 남아 있는 선택이 무엇인가. 국회가 추천하는 중립총리에게 실질적인 내각통할권을 부여하고 최순실의 국정농단 관련 엄중수사는 물론 자신도 검찰이나 특검조사를 받겠다고 약속했으면 끝 아닌가. 조사결과 대통령의 책임이 드러나면 헌법 절차에 따라 여소야대 국회가 탄핵절차를 밟을 수 있지 않는가.
유력 대선주자가 앞장서서 헌법상의 국군통수권과 외교권까지 내놓으라고 주장하니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하야 주장 아니고 무엇인가. 그래서 집단시위로 헌정을 중단시켜 길거리에서 습득한 권력으로 과도기 공백 지배하고 차기 대선에서 집권할 수 있다고 꿈꾸고 있는가.

아무리 분노해도 합헌적 절차 따라야

야권을 제외한 각계 지도층과 헌법학자, 언론의 논평 등을 종합해도 합헌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선출된 대통령을 하야시키는 법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미 야권에서 주장해온 거국중립내각을 수용했으니 여소야대 국회에서 마음에 맞는 총리후보를 선정하면 곧 야권 주도로 내치(內治)를 이끌어 갈 수 있다. 그러다가 검찰이나 특검조사 결과가 나와 대통령에 대한 탄핵절차를 밟으면 합헌적 하야요구를 달성할 수 있지 않겠는가.
최순실 사태에 따른 각종 국정농단 사실에 관한 분노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대통령에 대한 엄정조사와 사후처리에 대해서도 동의한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 민중총궐기를 통해 헌법질서를 끝장내겠다는 초법적인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 5%라는 사실을 믿기에 내치(內治)에서 손을 떼고 엄중한 대북관련 국방과 외치(外治)부문은 한 치 중단이나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고 굳게 믿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위대한 혁명가의 딸로 기본적인 애국심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확신한다. 비록 최순실 하나 잘못 관리하여 씻을 수 없는 국정농단 사태를 빚었지만 대한민국 헌정질서만은 유지한 채 임기를 마칠 수 있어야만 대한민국의 국격과 국위손상을 최소화 시킬 수 있지 않을까.
박 대통령은 독신 여성 대통령으로 불통과 외고집으로 얼마든지 비판될 수 있지만 양친을 비명(非命)에 잃고 은둔생활 끝에 국회로 진출하여 비대위원장, 당대표를 역임하면서 역대 선거를 치룬 의회정치 경륜을 쌓은 바 있다. 이 때문에 비상시국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국회가 선출하는 총리에게 내각 총괄권을 맡기겠다고 약속했으므로 야당이 지배하는 국회에서 협상타결을 통해 정국을 수습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야권은 헌정중단 혼란을 막아 민심을 얻고 차기 대선을 통해 집권할 수 있는 길이 열리지 않겠는가.

8.15와 6.25, 4.19와 5.16 체험

시골 산촌 태생으로 8.15 때 일본순사들이 허겁지겁 도망가고 해방공간의 좌우익 대결 파문을 귀동냥으로 들은 적이 있다. 이때 “밖에 나다니지 마라”, “말 함부로 하지 말라”는 어른들의 당부로 숨어서 싸움판을 지켜봤다.
초등학생 시절 6.25를 만나 낙동강변까지 피난 갔다 돌아와서 인민군과 따발총과 치안대 보고 빨치산 출몰로 벌벌 떨면서 지내다가 국군이 북진을 개시하고 나서 살아났노라고 감격했다. 그 뒤 학생호국단 훈련 받고 ‘통일 없는 정전회담 결사반대’ 데모에도 동원됐었다.
대학생 때는 3.15 부정선거 항의데모로 안암동, 신설동 로터리 거쳐 태평로 국회의사당 앞까지 진출했다가 을지로, 동대문으로 귀가하다가 깡패들의 습격으로 동료들이 피를 흘린 현장을 지켰었다. 그러나 4.19 학생혁명으로 들어선 민주당 정부하의 데모천지로 나라가 위태롭다고 여겼을 때 5.16 쿠데타가 일어나 깡패소탕과 부정축재자 단죄과정을 지켜봤다.
대학졸업과 동시에 ROTC 초급장교로 6.25 최격전지인 철의 삼각지대 한탄강변 GOP 소대장으로 복무하면서 북한보다 못한 국력에 불안을 느껴야만 했다. 이 무렵 북의 대남확성기와 공중삐라, 철조망 침투가 극성이었다. 서울에서 한일회담 반대 데모가 벌어지면 북의 선전 선동 속에 진지에서 밤을 새우면서 “데모학생들을 전선에서 하룻밤만 재워 보내면 좋지 않겠느냐”고 생각했었다.
요즘 민중총궐기대회가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며 광화문 일대를 마비시킨 시위대를 보고 북한이 얼마나 즐기고 있을까. 유엔의 대북제재는 물론 박근혜 정부의 대북제재 조치에 대해 콧방귀를 끼면서 김정은이 휘하 졸개들 앞에서 “곧 남조선 먹게 된다”고 호언장담하지 않겠는가.

격동, 국변에도 살아남은 ‘불사조의 나라’

군 복무를 마친 후 경제기자가 되어 새벽에 출근, 통행금지 직전에 귀가하는 생활로 ‘싸우면서 건설하자’는 시절을 취재했다. 나라에서 쌀밥과 쌀 막걸리 금지하고 양주 마시고 양담배 피우면 잡혀가는 온갖 금지(禁止)와 금욕(禁慾)의 시절이었다. 그런 와중에 ‘한강의 기적’으로 경제가 불어나는 재미를 느끼면서 성급한 마이홈, 마이카의 꿈까지 가져봤다.
실제로 10.26 국변(國變) 이후 88서울올림픽의 획기적인 성공 개최로 대한민국의 국위가 세계로 퍼져나가 한국과 한국인의 팔자가 개편됐노라고 자부했다. 그 사이 노태우 정권이 6.29 선언으로 거리로 쏟아져 나온 노동권의 투쟁으로 막대한 국가, 사회적 비용을 물고 민주화 정권기에도 IMF 외환위기로 죽을 고비를 겪었지만 대한민국의 국운(國運)이 살아남아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성취한 불사조(不死鳥)의 나라가 아니냐는 자긍심을 갖게 된 것이 사실이다.
반면에 “역대 대통령 가운데 임기 말까지 성공한 전례가 어디 있느냐”고 말하면 우울한 심정이다. 그러나 격동과 위기의 연속을 이끌어 낸 역대 대통령의 족적을 재평가하면 이승만 건국대통령이 6.25 침략을 막아내고 박정희 대통령이 5천년 가난을 극복해낸 근대화를 이룩했다. 또 5공의 전두환 정권은 10.26 사태 후의 위기관리, 6공 노태우 정권은 민주화 과도기를 이끌어 냈으며 김영삼 문민정부, 김대중 국민의 정부, 노무현의 참여정부가 민주화 시대를 정착시켰다. 그 뒤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가 좌파정권 10년 뒤 보수정권 개혁기의 책임을 맡았다가 하야 압박을 받게 됐으니 “지금 다시 ‘불사조의 나라’ 국운을 믿어야만 하느냐”는 한탄이 절로 나오는 것이다.
미국의 공화당 후보 트럼프의 당선은 ‘아웃사이더’ ‘독불장군’ ‘앵그리 화이트’ 등의 용어로 대이변(大異變)이라고 논평되지만 최순실 사태에 따른 박 대통령의 하야 압력 사태는 괴변(怪變)수준으로 비교된다. 미국의 대선은 주류 언론이나 여론조사가 85~99%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을 예측했지만 트럼프의 당선은 큰 이변이라고 표할 수 있다. 그렇지만 박 대통령은 친 혈육들은 청와대에 얼씬도 못하게 막아 놓고 최순실이라는 이상야릇한 여인을 가까이 했으니 믿을 수 없는 괴변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박 대통령을 비판하더라도 집단시위에 의한 하야만은 불가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8호 (2016년 1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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