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이해따라 정국수습 방안 각각

촛불민심과 야심(野心)
정국지배력 과신모양
위헌적 발상, 언행은 국정혼란 가중
정당 이해따라 정국수습 방안 각각

나라와 국민의 운명을 좌우할 시국과 정국을 수습할 권능을 쥐고 있는 거야(巨野)의 내부 속셈이 복잡한 모양이다. 당대표와 대선주자들의 말이 아침저녁으로 바뀐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규탄하는 100만 촛불시위 참관 후 대통령의 2선 후퇴나 하야 주장에는 일치하지만 과도기의 권력나눔과 조기 대선전략에 관해서는 각자 다른 계산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규탄대회에서 추미애 대표(오른쪽부터), 우상호 원내대표, 문재인 전 대표, 김두관 의원, 김부겸 의원 등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촛불민심과 거야 3당 야심사이

촛불시위 이후 거야 3당 앞에 거대한 ‘전리품’이나 ‘습득물’처럼 국가권력이 굴러 온 상황으로 비친다. 아마도 이를 3당간의 공조아래 끝까지 골고루 나눠 갖도록 협력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입장이 약간씩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정국수습의 주도권을 의식하기 때문이겠지만 추미애 대표가 일방적으로 청와대에 영수회담을 제안했다가 당내 반발로 취소한 꼴불견을 보면 민주당 내 계파 간에도 계산속이 다른 면이 존재하는 모양이다.
솔직히 외부에서 관측하기로는 거대한 촛불민심의 대통령 하야 목소리와 거야 3당이 각각 계산하는 야심(野心)과 반드시 일치하는지는 의문이다.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와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방식에 대한 불신으로 하야를 주장하지만 이 같은 민심이 곧 ‘조건 없이 즉각 퇴진 약속’을 주장하는 특정 야권주자의 속셈과 합치된다고 볼 수 없다.
대통령은 이미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는 대국민 사과를 했고 국회의장을 방문하여 국회가 합의 선출한 국무총리에게 실질적인 내각통할권을 부여하겠다는 말로 야권이 주장해온 ‘거국중립내각’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검찰수사와 특검수사도 수용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이르러 현직 대통령이 헌법질서의 테두리 내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다. 단지 촛불시위나 일부 야권 주자의 당장 물러나라는 주장에는 못 미친다고 볼 수 있지만 현직 대통령이 쉽게 하야를 말할 수는 없는 법이다.

▲ 19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과 구속 수사를 요구하는 4차 촛불집회가 열렸다(사진=경제풍월DB).

‘조건없는 퇴진’ 거리투쟁 옳지 못해

대통령은 검찰조사에 이어 12월 초에는 야당이 추천하는 특검을 임명하고 그로부터 특검수사를 받게 된다. 특검과 별도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관련 국정조사도 예정되어 있다. 특검 이전에도 검찰이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를 기소할 때 기소장에 대통령의 탄핵 사유가 적시될 경우 국회가 이를 빌미로 탄핵절차에 착수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이 같은 법절차가 진행 중인 과정에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가 대통령이 ‘조건 없는 퇴진 선언’을 할 때까지 국민과 함께 전국적 퇴진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촛불집회와 시국토론회 등 시민단체, 운동권 등과 함께 거리투쟁을 말한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야권의 선두 주자로서 최근 100만 촛불시위 이후 최근의 사태를 1987년 6월 항쟁기와 유사하게 보고 민중동원으로 합헌정부를 무너뜨리겠다고 선언했으니 참으로 놀랄 일이다. 그는 3당과 시민단체 등과 함께 ‘비상시국기구’를 구성하여 대통령의 ‘조건 없는 퇴진운동’을 논의하면서 ‘질서 있는 퇴진방안’도 논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는 또 민심이 곧 퇴진을 요구하기에 탄핵은 지금 논의할 시기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개헌도 필요하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말했다. 왜 문 전대표가 이토록 급하게 쫓기는 심정으로 퇴진을 주장할까. 대통령의 조건 없는 퇴진에 따른 조기대선으로 가장 유리한 입장에 서 있다고 자신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에 탄핵으로 가자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조건을 충족해야 하고 탄핵결의 후에도 다시 헌재의 심판절차를 밟기까지 장기간이 소요될뿐더러 그 사이 상황반전 등의 우려가 있을 수 있다고 계산하지 않았을까.
대체로 살펴봐도 야권이 실질적인 정국주도권을 행사하고 있으면서 권력 분점 등 자기네 내부사정 따라 정국수습 방안을 제시하는 꼴이니 말로는 국민을 앞세우지만 실제로는 정당과 정파별 정치적 산술로 시국수습을 어렵게 작용하고 있지 않느냐고 관측된다.

퇴진, 하야 주장해도 실행은 어려워

국민의 손으로 선출한 대통령이 마음에 안 든다고 퇴진이나 하야는 주장할 수 있지만 실제 대통령이 물러나는 것은 매우 중대한 문제다.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헌정질서의 상징이고 국군통수권자로서 국가안위의 중심이다.
현행 헌법이 대통령 중심제로 제왕적 권력이라고 하지만 여소야대 국회에서 거야 3당이 입법권을 지배하고 있는 3권분립 하에 현직 대통령이 제왕적으로 군림할 여지는 거의 없다. 단지 최순실이라는 사사로운 여인이 국정을 농단토록 만든 원죄가 대통령에게 있으므로 퇴진이나 탄핵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헌정질서 범위 내에서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절차를 밟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미 대통령은 여소야대 국회가 합의한 국무총리에게 실질적인 내각통할권을 부여키로 약속했으므로 우선 여야는 총리를 인선, 중립거국내각을 출범시키는 것이 시급하지 않는가. 만약 일부 대권주자가 주장하는 대로 대통령을 민중의 위력을 동원하여 현직에서 끌어내리면 현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60일 내 대선을 치러야만 한다.
이런 경우 거야 3당 내부에 후보 선정 준비도 없이 계파간 격돌이 불가피할 것이며 이에 따라 출정준비가 끝난 특정 주자만이 유리하지 않느냐고 누구나 생각할 수 있다. 또 새누리당은 재창당 수준의 개편도 없이 당내에서 후보를 선정할 입장도 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저런 측면에서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는 실세들이 당장 퇴진, 하야 등을 외치며 국민운동을 벌이는 것은 무책임한 정략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헌정질서를 최대한 존중하는 의미에서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한 시간과 절차가 필요하기에 어느 특정 정파의 이해계산에 따라 거리투쟁으로 정국을 더욱 혼란시킨다면 응분의 인책추궁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여야 합의 국무총리 선임부터

여야간 합의에 따라 특검이 도입됐으니 촛불시위와 상관없이 최장 120일간의 특검이 진행되게 되어 있다. 이 과정에 최순실 국정농단 혐의로 언론에 대서특필된 사건들이 모두 엄정한 수사를 통해 사실 여부가 드러날 것이다. 현재까지 전망에 비춰보면 특검 수사가 종결될 무렵이면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 길도 열리지 않겠느냐고 볼 수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해결과 함께 분권형 권력구조로 개헌을 서둘러 현직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시켜 조기대선으로 수습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아이디어도 있노라고 보도됐다. 어떤 경우이든 특검 개시와 함께 여야가 합의한 국무총리를 선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들 강조한다.
대통령의 권위상실로 퇴진과 하야가 논의되고 있는 시점이지만 대통령직이 촛불시위에 의한 전과물이나 거리에 떨어진 습득물처럼 인식한다는 것은 큰 죄악이다.
비록 퇴진해야 하는 경우에라도 반드시 헌법질서 내에서 이뤄져야 차기 권력도 국민을 통합하여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8호 (2016년 1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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