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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길 박사 ‘이게 뭡니까’] 대한민국 정치굿판, 마지막은 전화위복, 대통령 퇴진 앞서 책임내각부터 구성, 정몽주vs하여가대통령 퇴진 앞서 책임내각부터 구성

[김동길 박사 ‘이게 뭡니까’]

 

대한민국 정치굿판
마지막은 전화위복
대통령 퇴진 앞서 책임내각부터 구성

 

글/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태평양위원회 이사장)

 

왕과 백성, 대통령과 국민이 대립했을 때 정당은 그 충돌을 막아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사법부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평무사한 재판을 해야 하지만 대법원도 헌법재판소도 법관 임명권한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대통령과 국민이 끝까지 대결한다면

그렇다면 국회의원만이 지역구나 전국구에서 투표에 따라 선출됐기에 이들이 국민을 위한 정치에 앞장 설 수밖에 없다. 전국적인 대규모 시위로 ‘대통령 하야하라’ ‘탄핵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청와대 가까이까지 갔지만 대통령의 집무실까지 치고 들어가지는 못했다. 이를 국가적 위기가 아니라고 말 할 수 없다. 그런데 국가적 혼란을 부르지 않기 위해 “대통령의 퇴진이나 하야는 없다”고 청와대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것인가. 만일 국민이 정당들을 향해 “당신들이 알아서 하시오”라고 하면 그 뒤에 오는 엄청난 혼란은 누가 막을 수 있다는 말인가. 책임내각 구성하고 그 총리가 대통령 권한 대행토록 하면 큰 혼란을 피할 수 있을 텐데… 정당들이 전국적으로 퇴진운동을 벌이면 계엄령 밖에 대안이 없을 것 아닌가.

▲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朴대통령 퇴진을 위한 4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오는 26일에는 5차 촛불집회가 예정돼 있다(사진=경제풍월DB).

전화위복을 생각해 본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이란 묘한 말이 있다. 화를 당할 때 “이걸 계기로 복이 온다”고 믿기는 어렵다. 6.25사변 같은 참사가 재발되는 것을 우리는 절대 원치 않는다. 그러나 많은 인명을 앗아가고 집들이 잿더미가 된 참극이 끝나고 우리는 망한 민족이 아니라 ‘한강변의 기적’을 일군 나라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박근혜 퇴진을 위한 국민주권운동 본부 출정식에서추미애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솔직히 우리나라 정치판은 굿판 비슷하여 이성과 상식을 무시한 무당놀이 같은 정치 밖에 하지 못했다. 1948년 8월 15일 이후 어떤 방식이던 선거를 통해 11명의 대통령을 받들었는데 내가 보기에는 유자격자는 두 분 뿐이다. 이승만은 확실히 건국의 아버지였고 박정희는 민족중흥의 큰 일꾼이었다.
그 밖에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등 여러 명이 있지만 이런저런 점이 있고 박근혜가 마지막 굿판을 벌인 것으로 나는 믿는다. 이 이상 정치가 굿판으로 둔갑해서는 안 된다. 상식이 통하는 합리적 정치가 나타나기 위한 도약의 계기가 돼야 한다는 뜻으로 ‘전화위복’을 생각한 것이다.

한국의 위인 정몽주(1337~1392)

▲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2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검찰 조사, 2선 후퇴 등을 요구하며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시쳇말로 목숨만은 살려주겠다"고 말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올해가 단군기원 4,349년, 단군의 개국 이념은 오직 하나 홍익인간(弘益人間)이었고 그 정신은 알게 모르게 겨레의 가슴 속에 언제나 흐르고 있었다.
우리가 여러 차례 국난을 당했지만 그것을 이겨낸 사실을 생각하면 그 정신이 이 나라의 선비와 지사들에게 지혜와 용기를 주어 난국타개의 큰 힘이 됐다. 예컨대 고려조가 괴승 신돈에게 농락당해 파멸의 위기에 몰렸을 때 정의롭고 담대한 선비들이 의인(義人)이 되어 무너져 가는 왕조에 큰 빛을 던졌다.
정몽주, 이색, 길재 등 세 사람의 선비 즉 삼은(三隱)이다. 정몽주는 새 왕조가 출발하면서 여러 차례나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것인데 그는 매번 ‘아니오’라고 했다. 조선조 3대 왕으로 즉위하게 될 이방원이 포은 정몽주에게 최후통첩을 담은 시조를 띄웠다. 속칭 ‘하여가’(何如歌)라고 부르는 석 줄 짜리 시조이다.
“정 선생, 그 고집 좀 버리세요. 고려조도 조선조도 다 같은 왕조인데 어느 왕조를 섬긴들 어떻습니까. 오시면 큰 감투를 드리겠습니다. 순리대로 삽시다. 만수산의 칡넝쿨이 서로 얽히듯 우리도 서로 어울려 오래오래 살아봅시다.”
이에 대해 포은도 석 줄 시조로 응답했다.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단호한 No였다. 그래서 포은은 자객의 손에 맞아 선죽교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세상을 떠났다. 고려조는 무너졌지만 포은은 정신적으로 고려조를 살렸다. 600년의 긴 세월이 흘렀지만 그의 핏자국은 아직도 그 자리에 남아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 상식이 통하는 합리적 정치가 나타나기 위한 도약의 계기가 돼야 한다는 뜻으로 ‘ 전화위복’ 을 생각해 본다. 사진은 11월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전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한국의 위인 성삼문(1418-1456)

위인이란 남다른 능력을 타고난 사람들이다. “장수는 엄마의 배를 뚫고 나온다”는 끔찍한 말이 있는데 그 속담을 뒷받침해 주는 것은 서양에 전해지는 제왕수술(帝王手術, Caesarean)을 연상케 만든다. Julias Caesar가 그렇게 태어났다는 전설이 있다.
위인의 소질이나 능력을 타고나도 그것을 발휘할 기회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영웅은 난세에 나타난다”는 말이 생겼을 것이다.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우리는 나폴레옹의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사육신 성삼문은 어머니가 그를 낳기 직전 하늘에서 “낳았느냐”고 세 번이나 물어 삼문(三問)이라 이름 지었다고 전해온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뭔가 다른 구석이 있어 열 살 때에 벌써 훌륭한 문장을 엮어 신동(神童)으로 불리었다.
나이 스물아홉에는 문과중시(文科重試)에 장원급제하고 그로부터 시종여일하게 이 나라의 큰 선비로 살았다. 그는 왕명으로 경연관이 되어 세종의 총애를 받고, 정음청에서 정인지, 최항, 박팽년, 신숙주, 강희안, 이개 등과 한글 창제를 앞두고 당시 요동땅에 유배되어 있던 중국 한림학사 황찬에게 13번이나 내왕하면서 한글을 다듬어 마침내 세종 28년에 훈민정음이 반포되기에 이르렀다.
그는 1455년 세조가 조카인 어린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성삼문은 “옳은 일을 보고도 하지 않는 것은 용기가 없기 때문”이라고 가르친 공자의 정신을 이어 받아 과감하게 단종복위를 위해 세조를 살해하겠다고 치밀하게 계획했다. 그러나 김질이라는 배신자의 밀고로 들통이 나 처형되고 말았다. 그가 세상을 떠나면서 남긴 글이 ‘사세가’(辭世歌)이다.

격고최인명(擊鼓催人命)
회두일욕사(回頭日欲斜)
황천무일점(黃泉無一店)
금야숙수가(今夜宿誰家)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8호 (2016년 12월호) 기사입니다]

배병휴 [이코노미톡 회장]  econotalki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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