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계층 입맛정책에 국민부담
정치 보다 안보와 민생 현장이나

[발행인 칼럼-배병휴]

인기정책에도 인기 바닥
대통령의 전투형 고집
특정계층 입맛정책에 국민부담
정치 보다 안보와 민생 현장이나

대통령은 인기정책을 자주 발표하지만 시중의 인기가 바닥인 점이 특이하다. 임기 말까지 굳센 소신과 고집을 보여준 대통령 스스로 민심이 야속하다고 여길 것이다.
경제인 사면을 계기로 DJ 측근과 YS 아들을 특별 사면했으니 동교동과 상도동이 좋아할 것이다. 제1야당 대표와 민생회담에서 되지도 않을 개헌을 꼭 해야겠다고 강조했으니 정치적 소신이 투철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시중의 평판은 대통령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나타나니 딱한 노릇이다.

꼭 한쪽을 몹쓸 집단으로 비하

대통령은 전 국민보다 특정계층의 기호에 맞춘 인기정책을 연속으로 발표하는 것이 특징이다. 야당이나 언론이 반대하면 이를 꺾고 돌파하는 것을 자랑으로 삼고 쾌감이라도 느끼는 것일까.
군 복무 6개월 단축은 젊은이들이 좋아할 것이고 정년 5년 연장은 중년 직장인들이 반길 것이다. 또 비축용 임대주택은 무주택 서민들이 좋아하고 분양권가 공개는 일부 시민단체들이 좋아할 것이다.
지방으로 내려가 국토균형발전회의를 주재하고 지방기업의 법인세를 3분의 1로 줄여주겠다고 했으니 지자체들이 좋아할 것이다. 반면에 자신이 임명한 장관들이 “서울에서 공부하고 서울에서 먹고 자면서 지방을 뭘 알겠느냐”고 지적했을 때 지방 공무원들도 킬킬 웃었을 것이다.
대통령은 꼭 어느 한쪽을 몹쓸 집단으로 비하시켜 양극화로 대립시키는 꼴이다. 아마도 대통령은 이런 논법에서 어떤 재미를 느끼는 모양이다.

참여정부 정권교체가 순리

대통령은 특정계층이 좋아할 인기정책 발굴에 골몰하지만 국민이 보기에 엉뚱한 곳을 긁고 있는 느낌이다. 대다수 국민이 최고로 관심 갖는 분야는 외면하고 되지도 않을 일들을 끄집어내어 언론과 야당이 비판하면 즉각 대응하는 전투형 스타일이다.
올해는 대선이 순조롭게 치러져 믿을 수 있는 정부가 들어서기를 국민이 고대한다. 여당이 해체되고 북한이 선거에 개입하려 공작하고 있으니 앞으로 어떤 돌발사태가 터지지 않을까 관심이다.
참여정부가 철저히 실패했다면 정권이 교체되는 것이 순리이다. 그런데도 끝까지 무슨 수를 내고자 골몰하고 북한마저 공공연히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핵전쟁 난다”고 협박하니 다시 김대업이 나타날런지, 테러가 있을런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이럴 때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가장 단호하게 “북은 남한 선거에 개입 말라”고 경고하고 안보전선을 자주 시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마땅할 텐데 특정계층을 위한 인기정책이나 되지도 않을 개헌을 고집하는 것이 행여 국민을 속이려 드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게 된다.

자신 실패를 남의 이야기처럼

대통령이 “당을 쪼개 나가서 성공한 사례가 없었다”고 한 말씀이 참으로 우습게 들린다. 민주당으로 당선된 대통령이 금방 민주당을 버리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가 실패한 사례를 바로 대통령이 보여줬는데 이를 남의 이야기하듯 했으니 얼마나 우스운가.
대통령의 직무는 국가보위가 최고이다. 북이 미사일과 핵무기로 위협하고 있을 때 대통령은 웃기는 이야기 할 시간이 없고 고집 부릴 여유가 한 치도 없다.
북의 실리 사회주의와 선군정치가 남한 사회 내부를 교란하고 있는데도 군 복무 단축과 병력감축을 서두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북한 당국은 즐거운 미소를 지을지 모르지만 안보전선에는 해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년 먼저 사회에 진출하고 5년 늦게 퇴직한다는 ‘2+5 전략’이 우리의 소망이고 희망인 것은 사실이다. 군 복무 기간을 6개월 단축하고 병력을 30만명으로 감축하는 것도 나중에는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임기 말 대통령이 결단할 일이 아니라 차기와 차차기 대통령이 남북관계 발전을 꾸준히 지켜보며 국민의 뜻을 헤아려 검토하고 논의할 사항일 뿐이다.
대통령은 어찌하여 이렇게도 국민의 뜻을 철저히 외면하려 드는지 심중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지경이다.

인기정책 부작용 어쩔 셈인가

군대 가기 싫은 젊은이들에게 각종 사회복무제를 도입하려면 군 복무 가산점 제도도 부활해야 한다는 반론이 나오게 되어있다. 군 의무 복무 마치고 학업에 복귀했을 때 사회진출에 지장이 많으니 3~5%의 가산점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군필 가산점제는 지난 99년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폐지됐지만 사회복무제가 시행된다면 마땅히 부활돼야 한다는 것이 국방부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동의한다.
YS 정부 시절 행정쇄신위원회에서 군필 가산점제 폐지 논란이 있었다. 당시 여성계에서는 성차별이라며 즉각 폐지를 요구했지만 군필자들은 가산점만으로도 불이익을 만회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또 당시 총무처에서는 가산점을 폐지하면 교사직, 세무직, 지방 공무원직 등의 여성 진출 초과로 야간숙직이나 수해복구 현장 출동 등에 문제가 생긴다고 우려했다.
지금 이 같은 우려가 실제상황으로 나타나고 있지 않는가. 그러니까 인기정책도 함부로 남용하면 더 큰문제가 유발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만 한다. 퇴임 대통령이 인기 얻고자 차기정부로 무거운 짐을 안겨주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옛날 대통령들은 달랐다

2020 전략은 앞으로 정권이 세 차례 바꿔야 하고 2030 비전은 다섯 차례나 바꿔야 할 장기계획이다. 집권당도 해체되고 있는 마당에 대통령이 제1야당의 반대를 무릎 쓰고 차기정부와 국민에게 무거운 부담을 지워주는 이들 장기계획을 추진하는 것은 나라와 국민을 속이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 것이다.
대통령이 아무 말씀이나 함부로 하고 실현 가능성도 없는 정책들을 고집할 특권을 지니고 있지 못하다. 대통령에게는 컴퓨터 들여다보며 공무원들에게 언론과 싸움질 하도록 메시지 보낼 시간이 없다. 요즘처럼 북핵 폐기문제가 시급하고 친북 좌파세력들이 국가의 정체성에 도전하는 시기에는 수시로 장병들 위문하고 수출 공장 찾아 근로자들 격려해야 한다.
서울에 있는 장관들이 “뭘 알겠느냐”고 공개 타박 말고 대통령이 직접 전국을 시찰하면 민심도 듣고 인기도 만회할 수 있다. 옛날 대통령은 365일 전방시찰과 건설과 수출현장을 찾아 안보와 경제 현실을 깨알처럼 알고 적기에 정확한 지시와 조치로 국력을 응집시켰다.
옛날 대통령은 비록 인기가 떨어져도 조국근대화와 국토방위에만 전력투구한 모습으로 아직도 기억속에 각인되어 있는것이 사실이다.
제발 대통령이 남의 탓 하지 말고 ‘못 말리는 말씀’ 그만 두고 컴퓨터 그만 들여다보고 안보와 민생현장으로 달려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아울러 올 대선은 대통령의 인기정책과 상관없이 국민들의 체험에서 우러나온 판단력으로 치러질 것이라는 예측을 말해둔다. (裵秉烋)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91호(2007년 3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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