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관파천이 주는 교훈

글/구대열 이화여대 명예교수

아관파천 당시 청국과 일본의 조선정책, 서양 열강들의 한반도정책을 살펴보며 러시아와 조선관계를 조명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동아시아 정책은 문화적 배경 때문에 전반적으로 유럽 성격에다 일부 ‘동방적’이라고 해석된다. 정치적으로는 주변지역들을 동화시키려는 팽창정책이 특징이다.
19세기 이후 러시아의 남진정책은 부동항(不凍港)의 신화로 설명된다. 블라디보스토크 항은 겨울철 4개월간 얼어붙고 캄차카 반도 끝에 부동항이 있었지만 남진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는 항구로서 역할은 미흡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동해의 영흥만에서 마산항, 대마도와 요동반도의 끝자락 여순항을 갖고자 희망했다.
바로 아관파천이 기회였다. 러시아는 당시 일본이 제안한 한반도 분할안을 거부하고 해군 전략상 한반도 남부인 마산항을 끝까지 희망했다. 아관파천으로 러시아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됐지만 러일전쟁으로 일본의 조선지배가 이뤄졌다. 이 무렵 영국도 일본의 이익 편에 섰었다.
아관파천의 교훈이라면 러시아 단독으로 한반도로 진출하려는 팽창정책은 열강들의 단합과 저항을 가져온다는 사실이었다. 오늘날 한반도의 분단상황에 대해 겉으로 나타난 현상과는 달리 주변국들은 불확실한 통일한국보다 확실한 분단상황을 선호하리라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오늘날 북한은 핵과 미사일, 남한은 경제력으로 대결하지만 세계열강들의 저항과 방해구조는 여전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곧 한·러간 역사문화의 교류가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7호 (2016년 11월호) 기사입니다]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