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머니, 아줌마 호칭보다는 사모님, 여사님, 선생님, 자매님 등의 좋은 호칭이 더 낫지 않을까

[생활수필]

비상식 ‘웃기는 노릇’
폴리테이너(Politainer)
겸손 몰라요, 사랑의 말 한마디

글 / 최수권(전 세계문인협회 부이사장, 수필가)

“대장(大將)의 배우자를 아주머니라고 불렀다가 13일간 영창에 다녀왔다.”
방송인 김OO씨의 얘기가 여당의원을 통해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시비가 있었고, 증인으로 출석여부까지 들먹이는 웃기는 해프닝이 있었다. 1년 전 김씨가 출연해 종편에서 했던 말의 시비였다. 거짓말을 했다는 주장과, 방위병 근무시, 일과시간 이후 영내 회식자리에서 사회를 보면서, 호칭을 아줌마로 해서 영창에 수감됐다는 것이 본인의 주장이다. 가십거리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정말 웃기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개그면 몰라도...
김씨는 1994년 7월부터 18개월 방위 소집됐고, 50사단 문화선전대에 배치됐다 한다.
필자는 70년 초에 어느 사단의 문선대(문화선전대)에서 사병으로 만기 전역을 했다. 서해안 지역 방위사단이었다. 매분기마다 군·민을 대상으로 위문공연과 취약 지역민들을 계몽하고 위로하는 등, 선무활동이 주 임무였다.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늘 바쁘고 벅찼다. 지역을 이동하면서 공연하고, 때론 지역 학교 운동장을 빌려 가설무대를 세우고, 지역주민들에게 홍보를 하는 일이 쉽지 않은 업무들이었다. 언뜻 한량한 병과 인듯하지만, 고된 병영생활이었다.
6〜7인조의 캄보밴드와 가수, 일반인 가수, 연극요원과 안보강사 등으로 구성된 문선대는 준 프로급의 실력자들이었다. 군·내의 주요행사나, 신병들의 위문공연 신병들의 전출입 환송행사에 참여하기도 한다.
김씨가 어느 사적인 장군행사에 참여 했다고 하지만,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런 군대 조직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넋 나간 지휘관은 없다. 20살 남짓의 방위병을 행사에 동원한다? 글쎄, 격도 맞지 않는다. 분기별 공연을 마치면 대원들을 군·내 식당에서 조촐한 식사자리를 지휘관들이 마련해 주기는 하지만, 외부인사를 참석시키지는 않는다.
군대를 갔다 온 사람치고, 군대에서 웃기는 일, 비상식의 일을 경험해 보지 않는 남자가 있을까? 그리고 그런 일은 무지하게 과장되서 회자되기도 한다.
필자 또한 과장되지 않는 실화가 있다.
입대 전에 아르바이트로 야간업소, 나이트클럽, 미8군 등에서 음악을 했다. 색소폰을 연주하면서 학비, 생활비를 벌어 쓰면서 어렵고 힘든 생활을 했다. 당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을 딴따라라 하였고, 사회적으로 냉소했다. 그리고 아무런 희망도 보이지 않았다. 그 절망의 시간을 단절하고자 군 입대를 하였다. 당연히 이력과 학력을 숨겼다.
서해안 해안 경비대대의 상황병으로 배속됐다. 사고는 뜻하지 않게 찾아왔다. 야간 상황병으로 사수(병장)와 함께 이등병으로 근무 중이었다. 근무한지 1주일쯤이었다.
레이더 기지와 부대 상황실과 유선으로 공유한 통신망에 괴선박 출현이었다. 긴박한 상황이 전개되고, 나는 선박이동 좌표를 상황일지에 기록하고, 사수와 같이 분단위로 이동하는 선박의 항로를 추적해가고 있었다. 당시 상황장교가 자리를 지키지 않았고, 보고지연 등, 부대의 부실한 대응으로, 사수와 필자는 영창을 가게 됐다. 몇 주간의 영창생활은 내 삶의 태도를 전혀 다르게 바꾸어 놓았다. -오늘, 이 시간 이순간의 일은 깨어있는 시각으로 즉시 해결한다.- 이다. 사실 자신에게 돌아오는 어떤 나쁜 결과는, 스스로가 미흡하고, 게으른 대응에서 오는 당연한 결과다. 돌아보면, 상황장교가 자리를 비웠으면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서, 보고를 했어야 했는데 일상의 안일함에서 오는 직무유기였다. 괴선박은 공해상으로 빠져 나갔고 그 책임은 상황당번인 사수와 필자가 질 수밖에 없었다. 사고 후, 지휘관의 면담을 거쳐 문선대로 전출했다. 그리고 내 특기를 문선대에서 마음껏 펼치고, 신나게 군 생활을 마쳤다. 40여년이 지났는데도, 문선대 동기 두 명과 교류를 하고 있다.
젊은 날의 품성은 일생을 좌우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연출을 담당했던 이왕복이라는 친구는 선한 인상에, 마음이 고왔는데, 지금은 사목활동을 하는, 전도목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임광호라는 친구는 특수교육대 소속이었는데 공연 때는 가수로 차출해 파견 받아 활용했다. 그때 벌써 자신의 노래를 레코드판으로 내놓았는데, 지금은 사업을 하고 있다. 세월이 얼추 반세기가 흘렀는데도 젊은 날의 고운심성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그 또한 신비다.
방송인 김씨가 겪은 군대영창 얘기가 사실이래도, 웃자고 하는 얘기라 할지라도 표현하는 태도나 몸가짐이 어떠느냐에 따라서 그 이해도가 달라진다.
폴리테이너(politainer), 연예인 출신(성향)의 정치인을 보는 시선이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정치인이 연예인 같으면, 그 또한 꼴불견이다. 대중인기에 영합하는 게 정치라면 그런 정치(인)는 우리의 상황과는 맞지 않는다.
아주머니, 아줌마 호칭은 비하의 의도가 다분하다. 사모님, 여사님, 선생님, 자매님 등의 좋은 호칭이 많다.
겸손은, 자신을 아무리 낮추려고 해도 드러난다. 사랑의 말 한마디가 우리에게 축복을 준다. 축복으로 돌아온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7호 (2016년 1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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