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우대에도 저출산 고령화 국난 아닌가
노인빈곤, 학대, 범죄등 반성·참회 암담

장수 축복보다 ‘근심걱정’
반성, 자괴 망연자실
경로우대에도 저출산 고령화 국난 아닌가
노인빈곤, 학대, 범죄등 반성·참회 암담

노인네의 눈으로 노인세계 문제를 들여다볼수록 분노할 지경에다 자괴심을 감출 수 없다. 장수(長壽)의 축복보다 저주를 받기 위해 노인문제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니 부끄럽다는 소감이다. 왜 출산율은 좀처럼 올라가지 않고 노인세계는 급히 늘어나는지 거의 원망스런 대목이기도 하다.

참회, 반성, 실망천만의 ‘망연자실’

정부가 온갖 노인정책에 고심하고 사회가 노인돌봄에 정성을 쏟고 있는데도 언론에 노인문제가 수시로 보도되고 있으니 오늘의 노인들이 잘못 살아온 책임이 적지 않다고 고백해야 할 일이다.
발전한 나라에서 옛날보다 너무나 좋은 세월을 만난 노인들의 삶이 국가와 사회의 근심 걱정거리를 만들어 낸 것은 의도하지 않은 일이지만 분명 노인들의 잘못이다.
노인빈곤, 노인학대, 노인범죄 등을 듣고 보면 참회하고 반성할 일이지만 분노가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경우를 망연자실(茫然自失)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지만 실로 부끄럽고 황당하여 넋을 잃을 지경이다.
정부가 65세를 기준으로 노인을 삼지만 70이 넘고 80에 가까운 나이 많은 노인들의 할 말이 더욱 많다. 7080 세대는 망국의 식민생활, 8.15 해방의 혼란, 6.25의 참상 및 5.16과 10.26의 국변(國變), 격변(激變) 등을 몸으로 체험했기에 저출산 고령화로 오늘의 후대(後代)가 노인세대를 부양하기 어렵다는 사실에 충격을 느낀다.
나라와 백성들이 노인부양이 아니라도 견디기 어려울 만큼 고난이 겹쳐 있는 시절에 노인들마저 짐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는 말이다. 조국 대한민국이 아직도 국태민안(國泰民安)과는 거리가 먼 위기 속에 북핵 방어를 위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 배치 하나도 쉽지 않은 나라꼴을 보며 행여 “나 때문에 노인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냐”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경로우대 법과 제도가 없던 시절

요즘 세상에는 그토록 소중한 쌀이 남아돌고 전력 예비율도 넘치고 65세가 넘었다면 지하철 무임승차에 노인연금 등 경로우대 정책이 얼마나 많은가. 여기에 다시 노인빈곤 문제나 노후 삶의 질을 제기하는 것이 염치없는 짓 아닐까.
7080 세대는 나라와 사회와 가족들을 위해 수도(修道)하는 심정으로 살아오다가 어느 날 갑자기 노인복지, 경로우대 세월을 맞은 기분이다. 한창 적에는 국가와 사회가 돌봐주고 지원해 주는 법과 제도가 아예 없었다. 이를 당연하거나 불가피하다고 체념하고 살아왔던 세월이었다.
그러다가 경로우대 시절을 만나 출산률은 낮아지고 있는데도 고령화는 급속히 진전된다고 하니 이 무슨 얄궂은 현상인가. 세월이 발전하면서 변덕을 부리면서 시대정신이 무정과 비정으로 돌변했다는 말인가.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노후준비 없이 노인이 된 양반이 전체의 53.1%로 절반을 넘는다. 또 생활이 빈곤하여 노동하는 노인 고용률이 59.4%로 20대 젊은이들의 57.9%보다도 높게 나타났다.
노인이 되어서도 일하고 버는 것은 건강에도 좋다고 믿지만 전도유망한 젊은이들 보다 고용률이 높다는 것이 정상이란 말인가. 행여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노인들이 차지했다는 원망을 듣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젊은 세대들의 눈치를 느끼게 되는 심정을 숨길 수 없다.

노인 빈곤율, 자살률, 황혼이혼 등 망측

노인 빈곤율 통계는 참으로 불쾌하고 부끄러운 대목이다. OECD 회원국들의 평균 노인 빈곤율은 12.6%이나 우리나라는 49.6%라니 4배가 넘는다. 어찌하여 한국의 노인들이 이처럼 빈곤율에 시달려야만 하는가. 젊은 시절 몸 아끼지 않고 죽기살기로 중노동 했는데 알뜰하게 모은 것은 어디다 소비하고 후대들을 보고 빈곤을 말해야 하는 처지인가.
가계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가구주가 372만으로 전체의 19.5%이다. 이중 혼자 사는 고령자 가구가 122만3천으로 고령자 가구의 32.9%를 차지한다. 이들 홀몸노인 가구의 빈곤율은 무려 67.1%에 달한다. 게다가 아플 때나 우울할 때 돌봐줄 사람이 없어 국가와 사회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도대체 배우자와 자녀들은 어디서 뭘 하고 홀몸노인이 됐는지 저마다 딱한 사정이야 있겠지만 참기 어려운 모욕으로 느껴진다. 반면에 책임의 일단은 노인 스스로 져야하지 않느냐는 측은한 생각도 해본다.
또한 황혼(黃昏)이혼이란 도대체 무슨 말이냐고 따지고 싶다. 인생 막바지에 이른 7080세대가 재산분할인지 또 다른 볼 일이 있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이혼이란 망측한 일이다. 젊은 세대가 이를 보고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면 끔찍하기 짝이 없다.
노인 자살율이 10만명당 58.6명으로 세계최고 수준이라니 이 무슨 괴변인가. 오죽했으면 노인이 자살했겠느냐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원로세대의 자살이란 후대에 대한 죄악이라고 지적한다. 또 노인학대가 참으로 분통할 일이지만 배우자나 자녀 등 가족 내의 학대가 제일 많다는 사실은 무슨 말로 해명할 수 있을까. 더구나 노인들의 강력범죄도 적지 않다고 하니 경로우대 정신이 실망하여 도망치지 않겠는가.
이렇게 노인세계 내부를 스스로 들여다보고 지켜보니 죄가 많고 부끄러운 일이 너무 많다는 자괴감을 어찌 감추겠는가.

정부와 사회가 그토록 출산장려했는데도…

노인네 눈으로 보면 정부와 사회가 어지간히 출산을 장려하고 독려하면서 국민의 세금도 엄청나게 투입하고 있다. 그런데도 출산율은 떨어지고 머지않아 ‘인구절벽’이 다가온다니 기가 막히고 분통할 노릇이다.
결혼과 출산 및 양육이 지극히 어렵다는 이야기는 귀가 아프게 들었지만 나라와 부모가 그토록 호소하는데도 결혼 포기와 출산기피로 응답하니 너무하지 않는가. 최근 정부가 저출산 위기대책의 추가대책으로 2020년까지 ‘합계 출산율’ 1.5명 달성을 위해 난임부부 시술지원, 남성 육아휴직 수당 등을 제시했는데 지금껏 나온 출산장려책이 몇 가지인지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다.
젊은 세대들을 만나면 “더 이상 뭘 어찌해야 출산하겠느냐”고 묻고 싶은 심정이다. 저출산 고령화 추세가 앞으로 젊은이들의 세계와 대한민국의 장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는지 생각해 봤는가.
지난 9월 18일자 조선일보가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내년부터 14세 이하 어린이보다 많아진다고 보도했다. 행자부의 주민등록인구 통계를 기준으로 8월 말 현재 14세 이하 어린이 695만4,846명에 65세 이상 노인 681만3,738명으로 아직은 어린이가 14만여 명이 많다. 그러나 월 2만9,800명씩 그 격차가 좁혀들어 2017년 1~2월이면 노인인구가 어린이들을 앞지르게 된다는 분석이다.
조선일보는 이를 ‘인구지진’(Age quake)현상이라고 표현하고 이는 교육, 국방, 조세, 선거 등 국가경영 전반에 지진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인네가 뭘 어찌하면 좋은가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오는 2020년에는 고등학교 500여개, 1만5,600개 학급이 남아돌고 대학입시 정원도 20만명이나 부족하게 되리라는 전망이다. 교육뿐만 아니라 세금 낼 국민이 모자라고 민주주의를 위한 투표국민도 모자라게 될 테니 국회의원들 숫자도 줄어들고 시장고객과 문화, 스포츠 관람객도 모자라게 될 것은 뻔한 이치 아닌가.
지난 8월 말 현재 노인인구가 어린이의 두 배가 넘는 지자체가 무려 76곳이라고 한다. 군위, 의성, 청송, 청도 및 합천, 남해 등 경상도와 고흥, 신안, 보성, 곡성 등 전라도 일대 등 전국 76개 곳이다. 또 국회 황영철 의원이 고용정보원의 자료를 인용하여 ‘한국의 지방소멸 위험지역’이 앞으로 30년 후에는 전국 지자체 226곳 가운데 84곳이 소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민국 장래에 인구절벽보다 위험하고 심각한 사태가 또 있겠는가. 지금과 같은 저출산 고령화 추세로는 대한민국이 유지, 존속될 수 없다는 말이다. 오늘의 7080 세대는 인구증가로 식량이 모자라니 출산하지 말라는 당부는 들었지만 돈 줄 테니 애 낳으라는 당부는 난생 처음 들었다.
여기에다 노인네 복지를 비롯한 각종 경로우대로 나라와 백성들이 못살 지경이라니 이를 어찌 듣고만 있을 수 있겠는가. “오늘의 대한민국 노인네가 뭣을 어찌하면 좋은지 말 좀 해 주오”라고 신신당부한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7호 (2016년 1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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