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서 막말, 고압 없고 당당 증언

떼법, 분노 없는 감동
허드슨강의 기적
청문회서 막말, 고압 없고 당당 증언

글/ 宋貞淑 편집위원 (송정숙 전 장관,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좋은 영화를 한편 보았다.
톰 행크스라는 배우가 나오는 담백하고 진실한 영화다. 영화가 진실하다면 재미가 없을 것 같은 분위기가 풍기고, 공연히 좀 위선적이고 작위적인 냄새가 풍길 것 같지만 그러나 이 영화는 좋고 재미도 있었다.

▲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포스터.

「허드슨강의 기적」이란 제목의 영화다.
미국의 국내선 비행기가 뉴욕의 라과디아 공항을 이륙하여 1,2분 만에 새떼를 만난다. 그래서 양쪽 날개의 엔진에 이상이 생긴다. 위급한 상황이 일어나고, 기장 셜리의 판단과 용기로 그 위기에 대처하여 허드슨 강에 불시착하고 구조되는 과정을 그린 내용이다.
완전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안전비행 40년 기장의 차분한 청문회

사고를 만나고 불시착하여 승객 150명과 승무원 5명, 155명을 구하는 일을 24분에 끝낸다. 한사람의 중상자도 내지 않았다. 영하 7도인 1월 중순 새벽에 뉴욕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 일을 보도한 첫 번째 반응은 「기적」이었고 그래서 이 일을 해낸 기장은 단숨에 「영웅」이 되었다. 그러나 곧바로 이어서 금방 허망하게 사태는 반전한다. 언론의 지칭은 서슴없이 『영웅심에 불타 무모한 모험을 펼쳤을지 모를 위험한 기장의 혐의』를 받는 사람으로 바뀌어간다. 국가 운수 안전 위원회가 셜리 기장의 판단과 선택이 승객을 위험한 결과로 몰아갈 수 있었다는 이의를 제기하여 청문회에 회부할 것을 제소한다. 이 결과가 잘못 나오면 기장의 평생 조종사 인생은 파탄을 당한다. 연금도 몰수되고 안전 비행 40년 이상의 공로는 물거품이 된다. 따라서 안정되게 누릴 수 있었던 노년의 생활을 사전에 박탈당한 채 어둡고 핍박한 노후 인생을 보내게 될지도 모르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가혹하고 냉정한 처사를 예상하며 주인공은 청문회를 겪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영웅적인 행적을 한 기장과 승무원들 누구도 억울함을 호소하며 「떼」를 쓰거나 분노에 길길이 뛰거나 하는 짓을 하지는 결코 않는다. 기장은 참으로 침착하게 대처했고 그 추위 속에서 도 젖은 유니폼을 입은 채 담요 한 장도 걸치지 않는 직무인이었다.
얼음처럼 차가운 허드슨 강물이 기내에 차올라 부하 승무원들이 발을 구르며 퇴기를 재촉하도록 기장은 마지막까지 혼자 모든 좌석을 확인하고서야 물러난다.
무엇보다도 불의의 사태가 생기자 모든 승무원은 비행기에 비치된 사고 대응의 매뉴얼을 들고 그대로 이행한다. 그 대목이 너무 감동적이다.
3명의 나이든 스튜어디스들이 비행기가 착수하는 순간까지 피를 토하듯 구호를 외치는 장면은 눈물이 나게 훌륭하다.
『숨을 쉬고 고개를 콱 숙인다. 숨을 쉬고 고개를 콱 숙인다.』
이런 식의 구호를 끊임없이 외치며 승객 전원이 따라하게 하고 스스로 시범한다. 어떤 경우에도 매뉴얼대로 하는 것이 절체절명한 사고 대응 왕도임을 이 영화는 보여준다.

매뉴얼대로, 평소 훈련대로 일사불란

매뉴얼을 제대로 비치하고, 비상구의 작동을 확인해 두고 구명조끼를 제대로 갖춰두고 불이 났을 때 창문을 깨는 도끼의 위치가 제대로 표시되어 있고 소화기가 눈에 띄게 있으면 그것이 배든 버스든 안에서 순식간에 승객이 희생되는 일도 어느 정도는 모면할 수 있을 것이다.
여객기의 승무원 전원은 필사적으로 승객을 안심시키며 구명조끼를 입히고 숨 쉬는 일을 거든다. 기장은 불시착하여 밖으로 나가는 승객에게 담요를 일일이 나눠주고 승무원들은 둘러준다. 그러나 승무원 자기들은 유니폼 동저고리 바람으로 영하 7도의 강물 위를 견딘다.
평소에 훈련한 그대로 전범(典範)을 조금도 생략하지 않고 실시하는 것, 그것을 철저하게 실천 한다. 착수하는 과정에서도 부기장은 매뉴얼을 읽고, 기장은 그것을 복창하며 그대로 실행한다. 아무리 경험이 풍부한 조종사일지라도 불의의 사태가 벌어지면 대응을 하는 데는 허둥허둥 헤맬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매뉴얼을 복창하며 실행하는 것이 위기 대처의 왕도임을 이 영화는 웅변한다.
누구도 시건방지지 않고 누구도 나대지도, 다투지도 않고 일사불란하다.
그랬으므로 기장은 조사에 임할 때 이 착수(着水)가 「추락」이 아니고 자신의 판단에 의한 「불시착」이었음을 당당하게 말한다.
승무원 5명을 포함한 승객 155명 전원을 부상 없이 살린 이 기적의 영웅이 마침내 『승객을 위험에 빠뜨렸을 뻔한 혐의』에 걸려 청문회를 당하는 일은 어찌 보면 어이없고 황당할 지경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누구도 그것을 거부하거나 불복하거나 억울해 하지 않는다. 하물며 음모설을 펴고 막말을 하는 태도는 생념도 하지 않는다. 청문회를 하는 측도 고압적으로 으름장을 놓지도 않고 억설을 펼치지도 않는다.
청문회가 열리는 과정에서 기술적인 핵심을 증명하는 것은 시뮬레이션이다. 컴퓨터에 사고 상황과 꼭 같은 변수를 입력하고 사고 직후 지체 없이 출발지인 라과디아 공항으로 비행기를 회항시켰다면 무사하고 안전하게 보호 착륙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결론을, 시뮬레이션은 입증했기 때문이다.
컴퓨터란 그래 봤자 기계다. 사람이 당한 일을 컴퓨터가 재연해서 증명하는 것을, 그렇게 신뢰할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기장은 그까짓 기계가 어떻게 그 상황을 증명하느냐고 불평할 수도 없다. 법이 그렇게 하도록 정해 놓았으니까. 다만 똑 같은 능력의 과학적 대응으로 반론을 해야 한다.
기장은 그것을 해낸다. 사리대로 진실하게 해낸다. 침착하게 유능하게 그리고 진실 되게 임하여 청문회의 주역들을 마음으로 승복하게 만든다. 그리하여 끝내는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당사자가 『나 개인의 의견을 말하자면 당신은 기적을 해냈다고 생각한다.』 고 말하게 한다.
그 과정을 통해 「허드슨강의 기적」은 완성된다.

▲ 영화 중 ‘청문회’ 장면 스틸컷.

‘세월호’처럼 떼쓰는 큰소리는 얼씬도 못했다

이 영화는 영화자체가 한 점 한 획도 첨삭을 할 수 없을 만큼 완벽하게 잘 만들어졌다는 느낌을 준다. 새벽 허든슨 강에 불시착한 155명의 승객을 발견한 출근 수상버스들은 불과 3, 4분 만에 달려와 구조행위를 시작한다. 담뇨를 싣고 달려와 묵묵히 승객을 감싸고 부축하여 신속하게 정성을 다해 위안하며 실어 옮긴다. 다른 배와 서로 교신하며 어느 배가 얼마의 승객을 싣고 어느 병원으로 향하는지를 질서 정연하게 알리고 자발적으로 시행한다. 그 장면은 눈물이 나게 하는 감동을 준다.
그것은 세월호니 불난 관광버스 같은 것을 연상하고 비교해 보는 일조차 송구스럽게 하는 감동이었다. 가족이 울고 쫓아오고 불평과 불만으로 큰소리가 난무하는 일 따위는 근처에도 오지 않는다.
상황이 발생하여 『155명 전원 구조 확인!!』이 선언될 때까지 걸린 시간은 24분이다.
기장을 연기한 사람은 톰 행크스다.
영화를 만든 감독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석양의 무법자니 더티 해리 같은 몸을 굴려가며 연기하는 것으로 우리에게 익숙했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어딘가 미국의 도시에서 시장에 당선되었다고 했을 때, 나는 이런 생각을 했었다.
『헐리웃 배우 노릇이나 하며 그냥 있지 웬 정치는 한다고「껍적」댈까. 그런다고 그런 사람을 찍어주는 미국 유권자는 또 얼마나 우스운가.』
그런 그가 우수한 시장노릇을 해냈다는 평가는 났었던 것 같았지만 별로 믿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 영화 「허드슨강의 기적」을 만든 능력은 절제되고 세련된 지성의 결정체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나 자신이 얼마나 시건방지고 무례하고 부당한가를 부끄럽게 반성하게 한다.
우리는 여전히 『아직 멀었네.』를 자괴하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그건 그렇고, 어쨌든 좋은 영화 한편이 이 가을의 수확이었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7호 (2016년 11월호) 기사입니다]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