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수가 따로 있어 마주보며 열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국민애호 은행나무
암수가 따로 있어 마주보며 열매

글/ 김연태 ㈜모두그룹 대표(전 한국건설감리협회장)

은행나무는 우리 국민들이 선호하는 나무의 순서로 볼 때 두 번째이다. 수차례의 설문 조사결과 소나무, 은행나무, 단풍나무, 벚나무, 느티나무의 순서가 변함이 없다. 침엽수로 분류되는 은행잎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넓은 잎은 활엽수, 뾰쪽한(소나무처럼) 잎은 침엽수라고 구분하지만 정확하게는 잎의 뾰쪽함만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겉씨식물이냐, 속씨식물이냐를 기준으로 구분하는데, 은행잎은 넓음에도 불구하고 겉씨식물이다 보니 침엽수로 분류 된다.
요즘 한참 은행잎의 노란 단풍으로 온 세상이 노랗다. 단풍의 색깔은 빨강색과, 주황색, 그리고 노란색으로 나뉘는데 노란색은 가장 밝게 빛나는 색으로 가볍고 명랑하며 낙천적인 느낌을 준다. 유치원생들의 짹짹거림의 색깔로 연계해 보면 더욱 명랑함을 느낀다. 은행나무는 오래 살아 우리가 흔히 생천사천(生千死千: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라 하여 천년이나 산다는 주목보다도 더 오래 산다.
우리가 잘 아는 속리산 정2품 송(松)의 수령은 약 400여 년이 되었으나 수령을 다해 가지가 부러지고 많이 상한 모습으로 변하면서 김영삼 대통령시절 집무실에 붙여 놓았던 정이품송의 사진을 바로 내린 바 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은행나무는 용문사 앞에 있는 나무다. 천연기념물 몇 30호인가 하는 그 은행나무는 높이는 60여 미터이고 그 둘레도 어른의 팔로 일곱 발 정도였는데,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신라 마지막 태자인 마의태자가 망국의 한을 품고 금강산으로 들어가다 지팡이를 꽂은 것이 그 나무가 됐다는 설을 토대로 약 1,100년의 성상을 지켜오고 있는데 앞으로도 얼마나 더 영생할지는 알 수 없을 듯하다.
은행나무는 암수가 따로 있다. 나무를 심고 20~30여 년이 지나야 열매가 열리는 나무로 할아버지가 심어 손자가 열매를 본다고 한다. 보통 수놈은 가지가 하늘을 향해 곧게 올라가지만 암놈은 가지가 옆으로 퍼진다. 은행은 암수가 가까이서 마주보아야 열린다. 그러다 보니 천년의 사랑을 다룬 은행나무 침대라는 영화도 만들어지지 않았을려나…….
은행은 세 겹으로 싸여있다. 겹이 많거나 단단한 것은 많이 먹지 말라는 자연의 뜻이라 하고 옛날과 달리 먹을 것이 많다보니 길거리에 수없이 떨어진 은행을 주어가는 사람도 없다. 나무에 매달려 있을 땐 괜찮지만 일단 나무에서 떨어지면 고약한 냄새가 심하게 나다보니 차마 은행이 열리는 암체를 걷어 내고 수체로 교체를 한다지만 소요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다른 해충이 가까이 하지 않아 별도로 농약을 하지 않지만 막상 채취하려하면 냄새가 고약해 그 껍질을 벗기기가 매우 어렵다. 악취를 참고 소쿠리 등에 은행을 담아 물속에서 비벼 한참을 말려야 냄새가 좀 가신다. 요즈음은 방법을 달리해 악취 나는 껍질을 까지 않고 항아리 등에 담아 두어 거기서 발생되는 즙을 따로 채취하여 약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차가 많이 다니는 도로 주위에 있는 것보다 한적한 곳에 있어 공해가 적은 지역에 있는 은행을 구해 술안주로도, 또 몇 알씩을 밥에 넣어서 먹는 것도 좋고, 특히 기침이나 천식이 있는 분에게 좋다고 한다.
이제 날씨도 쌀쌀해지고 가을바람이 불면 ‘추풍낙엽’이라던가, 길가에 은행잎이 수북이 쌓일 것이다.
청소하는 아저씨들이 은행과 은행잎을 일부러 흔들며 털어내는 모습에 공감을 하게 된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7호 (2016년 1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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