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누구도 소리 내어 울거나 해군에게 떼를 쓰는 사람이 없었으며
군 관련 시민단체가 와서 원인규명이 끝날 때까지 영결식을 거부하도록 선동했지만 유가족이 거절했다”

[김동길 박사의 '이게 뭡니까']

대한민국에서 ‘가장 급한 것’
철통안보 아닌가요
어느 해군제독의 SNS 글 읽고 감동

글/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태평양위원회 이사장

해방과 동시에 분단된 나라가 한국(Korea)이다. 38선 이북에 ‘인민공화국’을 세웠다고 떠들며 늘 소란 피우는 저 ‘골칫덩어리’도 헌법상 대한민국 정부가 관리해야 하는 ‘반란지구’이다. 헌법으로 따지자면 김일성 왕조의 인민군은 콜롬비아나 나카라구아 같은 남미의 반군에 지나지 않는다.

민주화보다 급한 철통 ‘안보전선’

이들 반란군의 후원국이 스탈린의 소련과 모택동의 중국이었다. 이 두 나라는 유엔의 상임이사국이어서 북의 ‘반란집단’에게 불리한 결의안은 반대하고 설사 과반수 표결로 결의가 돼도 상임이사국의 거부권(Veto)을 행사하는 일이 빈번했다.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지지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북이 핵무장하는 것을 은근히 바라고 있을 것이다. 왜? 미국의 한반도 진출을 견제하기 위해.
그만한 눈치가 우리에게 있다는 걸 시진핑이 모를 리 없건마는 그렇게 우리를 대하는 사실도 웃기는 일이다. 대한민국에 사드를 배치한다고 김정은이 발광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시진핑이 반대하는 것은 이해가 잘 안 된다. 사드가 중국의 단둥을 노리고 북경을 겨눈다고 할 수 있는 핵시설이 아닌 것을 뻔히 알면서도 어찌하여 그토록 못 마땅한 표정으로 우리를 대하는가.
중국은 장차 미국을 능가하는 세계 최대의 군사강국이 되기를 갈망하며 한미 군사동맹을 깨고 우호관계가 망가지기를 바라고 있다는 짐작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만주땅에 우뚝 섰던 고구려의 위업을 무(無)로 만들기 위해 기를 쓰고 ‘동북공정’을 앞세우는 것도 한국의 역사가와 세계의 사학도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북한 김정은.

중국이 공적인 자리에서는 북한의 비핵화를 주창하지만 사실 중국의 도움 없이 김정일 정권 때 핵무기 개발에 착수할 수 있었을까 의심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단둥에 근거를 둔 중국의 어느 미모 여성 사업가가 핵무기 원료를 북에 팔아 중국기업계의 거물로 성장했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있다.
우리가 현재 직면한 위기는 ‘안보위기’이지 결코 ‘경제위기’가 아니다. 삼성의 휴대폰 갤럭시가 망해도 안보가 확실하면 삼성은 다시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북의 지령 따라 날뛰는 간첩 정치인이 단 한 명이라도 으스대며 정치판을 휩쓸고 다니면 대한민국은 조만간 무너지고 말 것이다. 민주화가 아무리 성공해도 적화통일이 되고나면 무가치한 금자탑이 되고 만다. 상식을 바탕으로 한 안보전선(安保戰線)이 철통같이 형성되는 것이 오늘의 대한민국이 당면한 급선무이다.

해군 제독의 울분 섞인 한숨소리 SNS

지난달 26일 동해 NLL 부근에서 야간 대잠수함 훈련에 참가했던 링스 헬기 조종사 김경민(33) 소령, 부조종사 박유신(33) 소령, 조작사 황성철(29) 상사가 원인 불확실한 추락 사고로 순직했다. 일전에 미8군 사령관실에 근무하는 정수연이 흥분된 목소리로 여러 장의 관련 유인물을 전송해 주어 어느 해군 제독의 울분 섞인 한숨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 지난달 26일 동해 NLL 부근에서 야간 대잠수함 훈련에 참가했던 링스 헬기 조종사 김경민 소령, 부조종사 박유신 소령, 조작사 황성철 상사가 원인 불확실한 추락 사고로 순직했다. <사진=김혁수 제독 페이스북>

초대 해군 잠수함 단장을 지낸 김혁수(68) 예비역 준장이 헬기 추락사고로 숨진 이들의 빈소를 다녀와 SNS에 올린 추모의 글이 우리들 가슴을 숙연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유가족 누구도 소리 내어 울거나 해군에게 떼를 쓰는 사람이 없었으며 군 관련 시민단체가 와서 원인규명이 끝날 때까지 영결식을 거부하도록 선동했지만 유가족이 거절했다”고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김경민 소령의 부친은 “수심 1030m나 되는 깊은 바다 속에서 아들을 찾아준 해군이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 제독의 글은 다시 “천안함 전사자 유가족들도 생존 가능성이 없음을 확인하고는 바로 선체 인양에 동의하고 선체가 인양된 후 8명의 시신을 찾지 못하게 되자 전사(戰死)처리 해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좌파들이 영결식장을 서울시청 광장에 마련하자고 선동했으나 자식이 복무했던 그 함대(평택)에서 영결식을 갖겠다며 단호히 거부했다”고 밝혔다.
김 제독의 글은 “수학여행 중 사고를 당한 세월호 사망자와 시위 현장에서 쓰러진 농민대표 백남기씨에겐 정치권과 수많은 단체들이 찾아가지만 나라를 지키다가 전사하거나 순직한 군인들에게는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영결식장에서는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유가족들도 통곡하지 않았다고 한다. 부조종사 박유신 소령에게는 4살짜리 아이와 부인의 뱃속에 둘째가 있고 황성철 상사에게는 결혼날을 기다리던 약혼녀가 있었다는 김 제독의 글을 읽고 많은 사람들이 울었다. 나도 울었다.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 “며칠 후 며칠 후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라고 찬송가를 불렀다.

▲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에서 열린 링스 헬기 순직장병 영결식. <사진=김혁수 제독 페이스북>

좌(左)도 없고 우(右)도 없는 나라

정치판에 좌파도 있고 우파도 있는 나라가 부럽다. 영국, 독일, 프랑스 같은 나라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그들은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의 영향을 확실하게 받아들이고 어떤 무엇보다도 자유(liberte)와 평등(egalite)이라는 두 가치를 가장 소중히 알고 정치에 임한다.
자유와 평등은 충돌하기 쉬운 가치다. 자유가 있는 곳에 평등이 자리 잡기 어렵고 평등을 강요하면 자유가 질식하게 된다. 그래서 프랑스 대혁명을 이념적으로 지휘한 천재들이 새로운 가치 하나로 박애(fraternite)를 첨가했다. 쉬운 말로 바꾸면 사랑이다. 사랑이 없으면 자유와 평등이 함께 있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 혁명이 결코 성공한 혁명이 아니어서 민주적 사회가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나폴레옹이 등장하여 새로운 황제가 탄생, 날마다 전쟁으로 영토확장을 시도하는 제국주의로 회귀했다지만 유럽은 신분사회를 탈피하고 능력 따라 출세할 수 있는 새시대가 생긴 것이 확실하다.
이 시대를 건전하게 이끌고 나가는 두 날개가 곧 좌익(左翼)과 우익(右翼)이다. 의회정치란 두 갈래의 이념이 공존함을 시인하고 늘 대결하지만 때로는 타협과 양보도 해가면서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영국에는 보수당(Tories)도 있고 사회당이나 노동당(Whigo)이 있는 것이다. Tories나 Whigo라는 말은 낡은 개념의 정치용어이지만 그 개념이 진보와 보수의 ‘존재의 이유’(raison d’etre)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의회정치가 자리를 잡기도 전에 이 같은 고차원의 정치용어가 분별없이 쓰이게 되어 민망스러운 때가 적지 않다. 대한민국에서 보수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가. 전통적으로 누리는 무슨 기득권이라도 있는가.
지가증권(地價證券)을 주고 정부가 매수한 대지주들의 농토는 이미 토지개혁으로 농민들의 것이 되고, 재래의 양반은 역대 대통령 열한 명 가운데 두 사람을 냈을 뿐이고 아홉 대통령은 다 상반(常班)으로 ‘쌍놈’ 가문서 태어났다. 그렇다면 오늘 대한민국에서 진보니 좌파니 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김정은을 두둔하면 좌파인가. 은근히 적화통일을 꿈꾸는 자들을 진보라고 할까.
오늘의 대한민국에서는 자유민주주의라는 큰 깃발 하나만 남기고 좌도, 우도, 진보도, 보수도 인정하지 않는 새롭고 참신한 나라를 만들어 머지않은 통일에 대비하자고 주장한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7호 (2016년 1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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