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34명, 작품속에 온갖 생활의 지혜

손재형, 정환섭의 학풍
동연회(東硯會) 19회전
회원 34명, 작품속에 온갖 생활의 지혜

대한민국 문화의 거리,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열린 동연회(東硯會) 제19회 전시회 개막행사 참관 기회를 얻었다. 만당(晩堂) 최견(崔) 회장 등 회원들이 낯선 탐방객을 따뜻이 맞아 두 분의 찬조작품 및 회원 34명의 전시작품들을 돌아보며 모처럼 서예(書藝)의 향기를 듬뿍 받을 수 있었다.

서예는 끊임없는 탐구라야 지고의 경지

지난 9월 21일 하오에 개막되어 27일까지 열리는 동연회 전시회는 격년으로 개최했기에 19회지만 햇수로는 40년의 연륜을 쌓았다. 도록에 기록된 동연회 연혁에 따르면 소전 손재형(孫在馨), 1903~1981)의 학풍을 계승한 학남 정환섭(鄭桓燮, 1926~2010)의 제자들이 만든 ‘학남 서숙전’이 뿌리다.
1971년 동연회(同硯會)로 출발했다가 1973년 동연회(東硯會)로 개청하여 제1회 전시회를 국립홍보관에서 개최하고 그 뒤 백상기념관, 신세계백화점 미술관, 예술의전당 서예관 등을 거쳐 2014년 18회부터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개최해 오고 있다.
개막식에 참석한 회원들의 옷차림은 평상시의 소탈한 모습으로 서예가들의 삶이란 작품 속에만 몰두한다는 사실을 말해주었다.
회원 일동의 이름으로 ‘19회 동연회를 열며…’라는 도록의 후기를 읽으니 “서탁(書卓) 위의 벼루를 벗 삼아 각자 천착의 긴 시간을 들여 만든 작품들…”, “서예술(書藝術)이란 한없이 깊고 넓어 부단한 노력과 끊임없는 탐구라야 지고(至高)의 경지에 이른다”고 적었다.
서예가들이 머나 먼 여정의 길을 걸어와 전시한 작품들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안목이 없는 처지에서 도록을 기초로 수많은 작품들을 읽어볼 수밖에 없다. 코끼리 다리 만지듯 대강 둘러보면서 작품의 예술성은 감히 평가할 수 없지만 그 속에 표현되어 있는 명구(名句)들만은 가슴에 닿는다.
창조경제시대, 문화융성시대를 맞아 서예작품에 심취하고 있는 작가들의 꿈과 소망을 느낄 수 있었으니 “존경하고 사랑합니다”는 인사말을 남기지 않을 수 없는 심정이다.

세속의 진리, 가화만사성 친근감

전시 작품들을 실은 도록의 맨 앞장에 찬조작품들을 소개했다. 예술의전당 서화아카데미 서예강사 김정화(金正和) 님의 ‘착할 선’(善), 한국서예협회 고문 김훈곤(金勳坤) 님의 영생(永生)이 “하나님께서 세상을 이토록 사랑하사…”라고 말해준다.
동연회원 작품으로 수원 석수서예를 운영하는 홍종숙 님의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작품이 친근하게 읽혀지고 홍성희 님의 ‘항상 기뻐하라’(要常常喜樂)는 성경구절, 벽산서예 한자교실을 운영하는 형계순 님의 십장생(十長生) 등은 다소 낯익은 편이라 가슴에 쉽게 닿는다.
대한민국 미술전 초대작가 정순애 님의 춘효(春曉)가 “봄바람에 취했다가 날 새는 줄 몰랐구나”(春眠不覺曉 處處聞啼鳥)라고 경고해 준다. 최정현 님의 송강 정철(鄭澈)의 시는 “비가 떠도는 구름을 보내고…”(雨送浮雲黑) “바람은 골짜기의 해 그늘을 열었네”(風開谷日陰)라며 옛 선비의 풍류를 전해준다.

공인의 몸가짐, 생활의 지혜 가르침들

동연회장 최견 씨는 한국서화교육원장, 서울서예대전 심사위원장으로 배울 습(習, 50x158cm)과 글 서(書, 40x69cm) 두 작품을 출품했다.
현대서예문인화협회 상임이사, 수도전기공고 서예강사인 채성수 님은 “남의 이야기를 들어 남의 마음을 얻다”(以聽得心) 명구를 작품에 실었고, 남양주시의 정희애 님은 “돌아가는 것이 곧장 가는 것보다 빠르다”(迂直之計), 충북서예대전운영회장 전한숙 님은 “모습이 없는 모습”(無物之象)이라는 노자 도덕경구의 가르침을 작품화 했다.
국제여성한문서법학회 이사인 전은숙 님은 “정밀하게 생각하고 힘써 실천하시라”(精思力踐), MBC문화센터 서예강사 임현순 님은 “바르게 살고 중립을 지키면 몸과 마음이 평온해진다”(處正居中 形神以和), 대한민국미술전 초대작가 임춘선 님은 “덕과 의로움에 취해 살면 더 이상 즐거움이 없다”(德義)고 말해주었다. 이정김 님의 춘풍추상(春風秋霜)은 너무나 절실한 공인(公人)의 몸가짐으로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따뜻이 하고 자신을 지킴에 있어서는 가을 찬서리같이 하라”고 했다.
또 이숙정 님의 “지혜로운 사람은 헷갈리지 않고”(知者不惑), “어진 자는 근심 걱정 없다”(仁者不憂)는 명구, 이예형 님은 “높은 선비와 미인”(高士美人), “차와 선은 한 맛”(茶禪一味), 이명석 님은 “부지런하면 반드시 얻는다”(勤者必得)고 일러준다.

서예 속 진수 몰라 자구해설만 읽어

서예협회 충북지회 이동원 님은 완당(阮堂)의 시를 쓰고 신사임당, 율곡서예대전 초대작가 유상언 님은 “마음을 정직하게 갖고 행동을 올바르게”(敬直義方), 신두현 님은 ‘전원낙’(田園樂)을 작품화했다.
대한민국서예대전 초대작가 박남정 님은 소나무 향기가 풍기는 400X140cm의 ‘솔바람 푸른 향기’ 대작을 출품했다. 유제숙 님은 “좋은 기운이 구름처럼 모이면”(吉祥雲集) “만사형통”(萬事亨通), 남궁수 님은 “정신은 부드럽고 뜻은 꾸밈없이 기르라”(和神養素)고 일러주었다.
서울서예대전 초대작가 유영남 님은 서산대사(西山大師) 시를 쓰고 대한민국서예대전 초대작가 김형인 님은 ‘기직심청’(氣直心淸), 한국서예협회 김한묵 님은 ‘낙일송풍기’(落日松風起)를 그려냈다. 또 남양주의 김완권 님은 ‘비필충천’(飛必沖天)의 기상, 대한민국미술전 초대작가 김영이 님은 “매화는 추운 고통을 겪어야 낡은 향기를 뿜는다”(梅經寒苦發淸香)고 했다.
김순악 님은 “부지런함은 모자람을 보충하고”(勤能輔拙) “검소함은 청렴한 삶을 준다”(儉可成廉), 김수룡 님은 “물 위의 돛배가 붓글씨 쓰듯…”(水好舟作筆), 21세기 서화작가 국제교류전 우수상 수상자인 김미순 님은 영원한 평안을 기원하는 ‘영강’(寧康)을 읊었다.
또 김두철 님은 숙종대왕의 시, 김경현 님은 ‘난정서구’(蘭亭序句), 권영순 님은 박재청의 시 헛소리(한글)와 국화그림 45x60cm, 권순환 님은 서산대사 시를 썼다.
제19회 동연회전 출품작들을 도록을 보고 짚어봤지만 서예(書藝)로서 감상할 능력이 전무하여 그냥 자구(字句)의 해설만 읽고 수긍했을 뿐이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6호 (2016년 10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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