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풍월=왕진오 기자] 스마트폰의 작은 액정화면에서 불경을 읽는 듯 한 모습이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 전시된 작품과 함께한 서용선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하지만 한발 가까이 다가가면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소리 나는 대로 촬영한 영상임을 알 수 있다.

더욱이 화면 속 인물이 다름 아닌 중진작가 서용선(65)이라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눈길을 가게 만든다.

그동안 도시민, 단종애사, 자화상을 소재로 인간을 성찰한 회화 작업에 전념했던 터라 그렇다.

그의 파격적인 작업은 7일부터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 신관에서 막을 올린 '색(色)과 공(空)' 전에 풀어놓는 작품들로 인해 확연이 드러난다.

불교를 주제로 한 대형 목조 설치작품과 한글서예에서 비롯된 설치작품을 대표작으로 선보인다. 화가에서 조각가로 변신한 듯 하다.

▲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 전시된 서용선 작가의 목조 설치작품.(사진=왕진오 기자)

“소리 나는 것을 한글이라는 형태로 만든 것은 대단하다. 소리와 이미지가 통합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인상적이다.”

서 작가는 "처음에는 기와에 글씨를 새기려 했다. 오랫동안 단종 관련 그림을 그리면서 안평대군의 서체가 조선 제일이었다는 사료를 봤다. 아마도 훈민정음 해례본의 글씨를 안평이 썼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됐다"며 "해례본의 글자 받침 설명은 뛰어난 추상화에 가까운 형태를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장 1층에 펼쳐놓은 목조 설치작품은 금강경의 첫 장면에 나오는 제자들이 석가모니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장면을 형상화 한 것이다.

배움을 청하는 제자들의 희망과 겸손함이 녹아있는 작품들은 마치 몸을 숙여 지혜가 있는 가르침을 배우려는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을 실감나게 드러낸다.

▲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 신관 1층에 설치된 서용선 작가의 대형 목조 설치작품.(사진=왕진오 기자)

서용선 작가는 "오랫동안 숙제처럼 가지고 있는 것인데 아직까지 못한 것이 저를 이루는 생각 중 하나가 불교적 영향입니다. 한국사람 모두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어떻게 형상으로 표현할 것인가를 오랜 기간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는 시작해야 합니다"라고 처음 시도하는 작품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전시는 11월 2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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