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법정관리… 후폭풍 충격 우려

회생과 파산의 갈림길
자구능력 부족인가
오너의지 부족인가

한진해운 법정관리… 후폭풍 충격 우려

국내 제1위 한진해운이 끝내 법정관리로 넘어가 파산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충격이다. 채권단이 만장일치로 한진해운의 자구(自救)의지가 부족하다고 판단, 자율협약을 종료시켰으니 공식으로 항변할 말이 있을 수 없다. ‘대마불사’(大馬不死) 신화는 없다는 결정이니 모두가 원칙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다만 한진해운이 파산되면 한국 해운업은 어찌되고 수출입의 영향은 뭘로 수습하느냐는 걱정을 함께 하지 않을 수가 없다.

▲ 싱가포르에 가압류된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한진로마호. <사진=한진해운>

오너 자구의지 부족… 밑빠진독 비판

▲ 채권단이 만장일치로 한진해운의 자구의지가 부족하다고 판단, 자율협약을 종료시킨 30일, 서울 한진해운 본사 앞 신호등에 적신호가 켜져 있다. <사진=경제풍월DB>

KDB산은을 비롯한 채권단은 한진해운 경영부족자금 1조2천억 원에 자구안 5,000억 원으로는 더 이상 지원이 불가하다고 판단, 법정관리로 넘어갔다. 법원이 곧 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하게 되면 조사위원회를 구성, 회생가능성 여부를 판단하여 안 되면 청산처리 하게 될 것이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는 곧 용선 선박들의 회수, 가압류로 정상운항이 차질을 빚게 되고 수출입 화물의 운송지연, 차질이 불가피하다. 또 선원들의 일자리와 임금체불 문제가 발생하고 항만 관련 서비스 차질에다 화주들의 선적 기피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지난 30일 채권단이 자율협약 종료를 결정한 직후 싱가포르 법원의 가압류 결정으로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한진 로마호’가 싱가포르 항구에 억류된 사진이 보도됐다. 반면에 한진해운과 경쟁관계에 있는 해외선사들은 좋아하게 되어 있다.
이 같은 엄청난 사태를 내다보면서 채권단이 더 이상 자금지원을 할 수 없다고 거부한 배경을 왜 이해하지 못 하겠는가. 가능하다면 한진해운을 살리고 싶다는 입장이었을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이동걸 KB산은 회장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이라고 지적하고 오너 측의 자구의지가 부족했노라고 말했다. 아마도 현대상선의 구조조정과 자구노력에 비해 한진그룹과 조양호 회장에 대한 비판적인 지적일 것이다.
어떻든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는 국내 1위, 세계 7위의 대선사가 붕괴되고 국내 2위, 세계 14위의 현대상선만이 남게 됐다는 결론이다. 현대상선은 기업 구조조정과 자구노력으로 산은 자회사에 편입되어 경영 정상화의 길을 걷고 있다.

창업주 사후 계열 분리후 경영권 변동

▲ 한진해운 조양호 회장
▲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한진해운의 2015년 매출액은 7조6,695억 원, 이중 85%가 글로벌 시장에서의 매출이며 한진그룹 전체 매출액 가운데 34.3%의 막중한 비중을 차지했다. 총 자산 7조3,852억 원에 총 부채는 6조6,400억 원으로 경영부실이 누적됐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글로벌 해운경기 불황과 과도한 운임 경쟁이 문제였다고 지적되어 왔지만 한진해운 경영에도 문제가 적지 않았을 것으로 관측되어 왔다. 그룹 창업주인 조중훈 회장이 2002년 별세하자 형제간 분쟁이 노출되고 계열분리를 통해 3남 조수호 회장이 한진해운 경영을 맡은 후 3년여 만에 중병으로 사망하자 다시 부인 최은영 회장이 경영하는 변동을 겪었다.
이 같은 잦은 경영권 변동에다 해운경기 불황이 겹쳐 지난 2014년 조양호 회장이 구원투수 격으로 인수 경영하면서 1조2천억 원을 투입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더구나 최은영 씨는 한진해운 운명이 불확실한 시점에 내부정보를 이용하여 주식을 매각, 차익을 챙겼으니 대외 이미지마저 크게 손상되고 말았다. 더구나 막바지 고비에서 오너의 사재출연이 촉구되고 있었지만 조양호 회장이나 최은영 전 회장은 성의 있게 움직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조양호 회장은 경영권 포기를 선언하며 산은과 자율협약을 체결했지만 자구안이 미흡하다는 채권단의 지적에도 더 이상 응답하지 않아 한진그룹의 자구능력이 소진됐는지, 조 회장의 자구의지가 부족했는지 의심받게 된 것이다.

현대상선 자구노력 비해 한진 미흡 아닌가

▲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은 채권단이 자구의지를 요청했을 때 매우 적극적인 자세로 호응했다. <사진=현대상선>

한진그룹은 육·해·공을 망라한 ‘수송보국’(輸送報國)의 이미지로 수출입국 시절부터 공헌해 온 큰 발자취를 남겼다. 창업주 조중훈 회장은 육상 운송에서 시작하여 파산상태인 국적기 KNA를 박정희 대통령의 권유로 인수하여 대한민국 날개로 불린 KAL을 일으킨 국가 유공자이다.
또 한진해운은 1977년 5월 16일 국내 최초의 컨테이너 전용 선사로 발족하여 세계 7위 수준으로 육성했다. 한진해운은 1950년 대일 정기항로를 개척한 대한해운공사의 후신을 합병했기에 대한민국 국적 선사로서 글로벌 항로를 개척하고 수출한국호의 급성장을 뒷받침해왔다.
이에 비해 현대상선은 현대중공업을 일으킨 정주영 회장이 1976년 설립, 조선업과 시너지를 창출한 후 5남 정몽헌 회장에게 넘겼다가 예상치 못한 투신자살로 부인 현정은 회장이 경영을 맡았다는 점에서는 조중훈 회장의 며느리 최은영 회장의 경영과 사례가 같았다. 그러나 경영부실이 문제가 된 후 자구노력 면에서는 양사가 너무나 달랐다고 비쳐진다.
현정은 회장은 채권단이 자구의지를 요청했을 때 매우 적극적인 자세로 호응했다. 현대그룹의 알짜배기로 인식된 현대증권을 비롯하여 현대로지스틱스, 현대저축은행, 현대자산운용 등을 매각하고 현 회장의 사재 200억 원, 친정 모친 김문희 이사장의 사재 100억 원 출연 등으로 응답했다. 이 같은 기업구조조정과 자구노력으로 현대그룹의 지위는 대규모 기업집단에서 중견기업으로 격하되기에 이르렀다.
이런 측면에서 양사의 자구의지와 고통분담 열성이 너무나 차별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법정관리하의 한진해운 운명은 법원의 결정을 좀 더 지켜봐야만 한다. 금융위원회가 KDB산은 및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일부 우량자산 인수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금융위원회가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금융시장 대응방안을 논의하면서 우량자산 인수방안이 제기된 것이다.
주요 선박과 해외영업 네트워크가 인수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한진해운의 해외법인 23곳, 영업지점 100여 곳에 핵심인력 등이 많아 이들 네트워크를 살리면 법정관리 중에도 해외영업을 유지할 수 있지 않느냐는 관측이다. 그러나 아직 법원이 회생이냐, 청산이냐를 판단하기도 전에 자산 매각이나 인수를 논의할 수 있느냐는 부정적인 상황이다.

법정관리 하의 한진 회생 기대한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불가피했다고 보지만 정부와 채권단 및 한진그룹이 좀 더 과감하고 희생적인 결단을 내릴 수 없었는지 아쉽게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 1위, 세계 7위의 한진해운이 무너지고 한국 2위, 세계 14위의 현대상선이 남게 된 과정이 비정상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30일, 한국선주협회가 국회의원회관에서 주최한 해상수송시장의 건전발전 세미나가 “한진해운의 독자적인 생존이 어려우면 현대상선과 합병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선주협회 김영무 상근부회장은 해상운임 경쟁이 치열하여 세계 1위 머스크 등 해외 주요 선사들도 모두 적자운영 상태라고 지적하고 국내 1위인 한진해운이 퇴출되면 경쟁사들은 즐거워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진과 현대상선이 합병하면 세계 순위가 5위로 오르고 원가절감 효과도 5~10%나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양사의 합병은 선박 158척, 수송능력 152만 TEU에 이르러 경쟁력이 크게 높아진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끝나 양사의 합병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이른 만큼 법정관리 하의 한진해운의 해외자산과 고급 핵심인력을 살려내고 수출입 화물 운송피해도 최소화하는 방안이 마련돼야만 한다.
한국선주협회는 해운업이 살아야 조선업과 철강업 등 연관 산업도 회생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후속대책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한진그룹도 해운산업 부활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발표했으니 법정관리를 통해 한진해운의 회생을 기해대 본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6호 (2016년 10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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