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라파 어느 언론인이 전해준 이야기

요즘 같은 세상에
박정희가 그리운 이유
북구라파 어느 언론인이 전해준 이야기

글/ 宋貞淑 편집위원 (송정숙 전 장관,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요즘 들어 부쩍 사람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그리워한다. 나도 그 중의 하나다. 나라가 김정은 같은 정신이 온전해 보이지 않는 어린 사람에게 볼모잡혀 허우적거리는 지경에 이른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냥 한 시대를 이끈 훌륭한 정치지도자는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을 모두 다음 세대까지 그리워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박정희라는 사람을 새록새록 기억하며 그리운 듯 회고하곤 한다.

▲ 5.16 혁명 - 시청앞 광장에서 박정희 대통령. <사진=위키피디아, 퍼블릭도메인>

‘너희나라 박정희는 부패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남들 말고 나는 왜 그를 그리워하는 것일까.
박정희시대가 막 끝났을 무렵 나는 유럽을 여행하다가 북구 어딘가에서 경륜 있는 언론인을 만나 한국에 관한 그들의 인상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아직도 이른바 민주화는 다 이루어지지 않았고 군사 쿠데타를 통해 오랜 독재자의 통치시대를 겪었고, 아직도 그것이 끝나지 않은 것에 대한 악평이 유럽을 여전히 지배하고 있는 시기여서 우리나라에 대한 그의 인상이 매우 열등할 것이라는 자격지심을 가지고 만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는 한국을 보는 눈이 매우 긍정적이었다. 아시아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물론 시장 경제국가의 모범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예측이었다. 낯모르는 외국인이 적당히 듣기 좋은 말을 한다고 생각하기에는 그는 별로 친절하지도 예의 바르지도 않은 태도를 지녔었다. 오히려 냉정할 만큼 담백하게 그런 말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말했다.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세력이 결국 국가를 결딴내고 헤어날 수 없는 나라를 만들고 마는 경우는 지구상에 수도 없이 많은데 한국만은 그렇지 않다고 단언을 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다고 보느냐는 나의 반문은 괜히 미심쩍다는 듯한 말투였고, 그런 나를 그는 빤히 바라보며 “너는 너희나라 일을 그렇게 모르느냐”는 듯 실망스런 얼굴로 말했다.
「모든 군사쿠데타 세력의 끝」은 부패로 끝나는데 너희나라 박정희 장군은 부정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고 그것으로 한국은 발전하는 국가로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나의 자격지심을 여지없이 무안하게 해준 그의 말이 나는 신기했다. 우리 정보부가 해외에 그런 선전을 많이 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런 효과일리는 없다. 다른 곳도 아닌 북구의 나라다. 우리 선전 때문에 그곳 언론인이 그런 식으로 자기 의견을 만들 리는 없다.

쿠데타세력은 국부를 몽땅 제소유물로 만든다오

『우리나라에서는 박정희를 비판하는 세력이 많고 그들은 끊임없이 그 부정을 이야기한다. 그것이 모두 근거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나는 그의 말을 또 한 번 받았다.
부정한 재산이 많이 은닉되어 있다는 설이 끊임없이 나오기도 하는데 그것이 다 아니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나는 덧붙였다.
그러자 그는 약간의 냉소를 던지면서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세력의 부패란 그런 수준의 것이 아니다. 국부를 아예 개인소유물로 만드는 수준이고 그래서 멸망의 지경에 이른다. 북한 독재 같은 것도 그런 것이다. 박정희로 비롯되는 한국의 군사 쿠데타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부정하지 않아서 성공한 경우로 평가된다.』 라고 말했다.
그제야 나는 부끄러워졌다.
언젠가 육영수 여사를 회견하러 갔을 때의 일이 생각난다. 호주 뉴질랜드를 국빈 방문하고 돌아온 뒤였던 것 같다. 비행기 차창에 기대앉은 육 여사의 프로필을 대통령이 직접 연필로 스케치한 뒤 「사랑하는 영수에게」라고 사인해서 준 것을 내 보이며 『조그만 특종감은 되겠지요?』하고 말해 주었던 적이 있었다. 물론 큰 횡재였다.
그런 끝에 육 여사는 이야기했다. 광활한 대륙에 풍부한 자원을 지닌 그런 나라들을 보거나 싱가포르 같은 간결한 도시국가 같은 나라를 방문한 감상을.
『자원이 좀 넉넉하거나 인구랑 땅이 적당히 작은 나라라면 저 양반(박대통령)도 얼마든지 멋지게 우리나라를 잘 살 수 있게 만들 텐데. 정말 애쓰거든요. 정말이지 자나 깨나에요.』
그 간곡한 표현이 잊히지 않는다.

무기상 리베이트 되돌려주며 ‘M16이나 더달라’

최근에, 과거의 어떤 무기상을 경영하던 사람이 쓴 회고록 이야기가 전해졌다. 그는 우리나라에 M16 소총을 판 일이 있는 사람이다. 박정희 대통령 때의 일이다. 그가 우리나라와 무기 수출 계약을 성립시키고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그는 무기 매입 당사자인 한국의 대통령과 만나 법적으로 허용된 리베이트를 전달했다. 백만 달러쯤 되었던 모양이다.
이것은 부정한 돈도 아니고 특별한 돈도 아니며 관례대로 주는 돈이므로 대통령께서는 당당하게 접수해도 된다는 말과 함께 내놓은 그 돈을 보고 박정희 대통령은 말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게 내 돈이군요.』
그러는 대통령을 보고 그 무기상은 으레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고 박정희라고 별다르겠나라고 생각하며 그렇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박정희는 다시 한 번 다짐했다.
『내 돈이니까 내 마음대로 써도 되지요?』 「물론!」 그렇다고 하니까 박정희는 다시 말했다.
우리는 아직도 너무 가난하고. 남북 대치상태에서 좀 더 안보를 위한 무장을 강화해야 하는데 이 무기를 더 못사는 것이 안타깝다, 이 돈이 내 돈이라면 내 맘대로 쓸 테니 이 돈 만큼 당신네 무기를 좀 더 사자고.
나는 주책없이 이런 대목에서 눈물이 난다. 서독 광부와 간호사 앞에서 통곡하는 대통령 내외를 보면 언제나 통곡이 함께 나오듯이.
예의 그 무기상의 회고록에 의하면 그는 그 이후에도 같은 무기거래를, 우리나라와 했고 그중의 하나는 최근의 좌파 출신 대통령과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 거래에서 같은 리베이트를 제시했을 때 아무 말 없이 그것을 넙죽 받아 버리는 대통령도 같은 나라에서 만나 본 적이 있었다고 쓰고 있다.

몇몇 좌파이론가가 만든 악의적 사드관련 날조

김정은이라는 북쪽의 3세 독재자가 있다. 제가 연설하는 앞에서 안경을 닦은 죄를 물어 고사포 처형을 하는 참으로 가랠 수 없는 위인이다.
한국의 언론을 그를 지칭할 때도 깎듯이 무슨무슨 위원장이라고 경칭을 바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떤 야당 국회의원이라는 자는 탁상을 치며 야단도 친다.
그러나 박정희 박근혜는 멸칭(蔑稱)하는 것을 영웅처럼 생각하는 풍조도 있다.
참 우스운 현상이다.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일에 생명을 건 것 같은 세력이 이제는 굳건히 똬리를 튼 것 같다.
그런 세상이 되었는데도 박정희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솔솔 늘어나 지하 운동하듯이 옛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왜일까.
지내놓고 보니까 혁명아 박정희는 부정과 부패로 나라를 거덜 내는 것으로 끝을 맺는 여느 쿠데타 주역과는 달랐다. 그리고 그는 가슴으로 통곡하며 이 민족을 가난의 질곡에서 건져내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진의(眞意)가 우리 안에 머물러 있다가 새록새록 되살아나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그렇다.
사드 사태가 시끄러울 때 한 전문가를 초청해 그 진상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며 정국의 혼란을 부축이듯 혼란으로 이끄는 사람들의 반대이론은 날조된 것임을 그는 명쾌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가 좌파 반대자들의 호도된 내용을 조목조목 풀어주는 바람에 우리는 매우 마음이 풀렸었다.
그리고 그러기 전에 그가 한 말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좌파 야당이 들고 나오고, 그래서 그것을 인용하며 중국까지 거세게 날치는 그 반대이론은 몇 명의 좌파 이론가가 만든 악의적 날조인데 그들이 왜 그러는지가 자신은 알 수가 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런 사람들은 머리가 아주 놀랄 만큼 좋은 사람들인 것 같습디다. 그 좋은 머리로 왜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애국적인 마음을 별로 갖지 못하고 살아 왔습니다. 그냥 주어진 일이니까 열심히 공부하다보니까 전문가 비슷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요즘 와서 그 사람들 하는 짓이 얼마나 거짓이고 위험한 짓인가를 알게 되어서 이제는 그들이 새로운 이론을 조작해낼 때면 나도 즉각 즉각 그것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어떤 때는 개인적으로 중요한 일도 포기하고 그 거짓에 대응하는 일에 매달립니다. 그런데 제가 요즘 전에 없이 행복을 느낍니다. 애국하는 옳은 일을 한다는 생각이 비로소 들어서입니다. 허위에 그 좋은 머리를 내걸고 있는 그들을 만나 나의 그런 경험을 이야기해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래서 마음을 고쳐먹을 수는 없는가 라고 말해주고 싶은 심경입니다. 』
죽은 다음에 자신의 무덤에 침을 뱉는 수모를 당할지라도 이 나라와 백성을 가난에서 구하는 일만은 해내고 말겠다며 매달리던 박정희 대통령도 그런 행복은 느꼈을지 모르겠다.
침을 뱉다니, 꽃을 바치고 싶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6호 (2016년 10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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