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풍월 왕진오 최서윤 기자] ‘베테랑’, ‘내부자들’, ‘검사외전’, ‘성난 변호사’. 이번 한가위 연휴 때 방송된 추석특선영화들이다. 재벌가의 폭행, 막말, 마약, 폭주, 성매수 등 갑질과 일탈 논란을 떠올리게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영화의 소재가 된 일부 대기업 오너(총수)와 그 일가들의 일탈 행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국내 최고기업으로 꼽히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까지 등장하면서 사회적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재벌가의 일탈 행위가 계열사는 물론, 협력사 등에 영향을 미쳐 경제적 손실을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끊임없이 터지는 재벌가 일탈의 역사를 경제풍월이 정리했다.

▲ '맷값 폭행', '보복 폭행' 등 사건은 영화 '베테랑(배급 CJ E&M)'의 모티브가 됐다(사진=베테랑 스틸컷).

◇ ‘보복 폭행’ 한화家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이른바 ‘보복 폭행’으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 2007년 차남인 김동원 현 한화생명 상무가 서울 북창동의 한 술집 점원에게 맞은 것에 격분, 해당 점원을 폭행했다. 법원은 김 회장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명령 200시간을 선고했다. 이 때문에 그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같은 해 사면을 받고 복귀했다.

부친을 경영 일선에서 후퇴시킨 김 상무는 2011년 차량 접촉사고 후 뺑소니 혐의로 벌금을 부과 받은 바 있다. 2014년 초에는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김승연 회장의 3남인 김동선 한화건설 팀장은 국가대표 승마 선수 출신이다. 2010년 10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종업원을 폭행하고 기물을 파손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바 있다. 폭행 혐의는 피해자들과 합의해 불기소 처리됐다.

◇ ‘맷값 폭행’ SK家

일명 ‘맷값 폭행’으로 잘 알려진 최철원 전 M&M 대표는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의 동생인 최종관 SKC 고문의 아들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사촌지간이다.

2010년 탱크로리 운전사 유모 씨는 자신이 다니던 회사가 SK에너지의 하청 물류업체인 M&M에 인수된 뒤 고용이 승계되지 않자 1인 시위를 했다. 이에 최철원 전 대표는 유 씨를 불러 야구방망이와 주먹 등으로 폭행한 뒤 2000만원을 준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구속 기소됐다.

하지만 최 전 대표는 2011년 4월, 항소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고 풀려났다. 그러자 검찰은 항소심이 끝난 지 13일 만에 피해자 유 씨를 오히려 업무방해와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2014년 대법원은 유 씨에게 일반교통방해죄를 인정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 ‘땅콩 회항’ 한진家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2014년 12월, 항공기 안에서 마카다미아를 봉지째로 가져온 승무원이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며 막말을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륙 직전의 비행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려 항공기 안전을 책임지는 사무장을 하차시켜 물의를 일으켰다.

부정적 여론이 들끓었다. 부친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대국민사과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조 회장이 들고 있던 사과문 원고에 세세한 행동이 적힌 문구가 등장해 ‘쪽대본’ 논란이 일었다. 조 회장의 차녀인 조현민 진에어 부사장은 조 전 부사장에게 “반드시 복수하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가 구설에 올랐다. 또 자신의 페이스북(페북) 등에 ‘명예훼손’을 ‘명예회손’이라고 적었다가 빈축을 사기도 했다.

조 전 부사장은 항공보안법상 항공기 항로변경 등 혐의로 서울 남부구치소에 구속됐다. 그는 수감 중에도 여성전용 변호인 접견실을 장시간 차지하는 등 갑질 논란을 유발시켰다. 조 전 부사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해당 사건은 검찰이 상고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조양호 회장의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은 2005년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70대 할머니에게 폭언과 폭행을 행사해 경찰에 입건된 바 있다.

◇ ‘무차별 폭행’ 롯데家

신준호 푸르밀 회장의 장남이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조카인 고 신동학 씨. 그는 1994년 집단폭행 사건으로 세간에 알려졌다. 신 씨는 당시 지인들과 대형차인 그랜저를 타고 달리던 중 소형차인 프라이드가 끼어들자 시비가 붙었다. 신 씨 일행은 상대 운전자는 물론 동승자까지 무차별 폭행을 가한 혐의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신 씨는 1999년에는 선영묘 도굴사건 현장검증 때 용의자들을 폭행해 논란이 됐다. 2000년에는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낸 것도 모자라 단속 경찰을 매단 채 질주해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 뿐 아니라 마약 사건에도 연루됐다.

최근에는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최 전 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넷째 동생인 정숙 씨의 장녀다. ‘형제의 난’을 일으킨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은 최 전 회장의 외사촌 오빠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최 전 회장의 시아주버니다.

최 전 회장은 한진해운을 부실기업으로 전락시킨 장본인으로 지목 받고 있다. 그는 한진해운 자율협약 직전, 갖고 있던 잔여 보유 주식을 전량 처분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최 전 회장은 지난 9일 열린 국회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후 뒤늦게 한진해운 회생을 위해 100억원의 사재 출연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등이 “자구노력이 부족하다”며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강도 높게 비판해 향후 추가 출연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 영화 '내부자들(배급 쇼박스)'은 미래자동차를 둘러싼 정경 유착과 성접대 문화 등을 통해 현실 사회를 비판했다. 닐슨코리아 집계에 따르면 지난 추석 연휴 때 10.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사진=내부자들 스틸컷).

◇ 마약에 운전기사 폭행까지, 현대家

현대가는 마약으로 몇 차례 논란이 됐다. 정몽용 성우오토모티브 회장의 장남 정모 씨는 2009년 지인들과 함께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정 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인 고 정순영 현대시멘트 명예회장의 4남이다.

2012년에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8남인 정몽일 현대기업금융 회장의 딸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된 바 있다. 2013년에는 정몽훈 성우전자 회장의 장남인 정모 씨가 대마초를 흡입한 혐의로 구속됐다. 정 회장은 정순영 명예회장의 3남이다.

운전기사 ‘갑질 매뉴얼’ 논란을 빚은 정일선 현대BNG스틸 사장은 지난 7월,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고용노동부 서울강남지청에 따르면, 정 회장은 수행기사를 주 56시간 이상 근무하게 하고, 최근 3년 동안 12명의 기사를 교체했다. 이 중에는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사람도 있다. 정 사장은 정주영 명예회장의 4남인 고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장남이다. 부인은 구자엽 LS전선 회장의 장녀 은희 씨다. 정대선 현대BS&C 사장은 친동생이다.

◇ 운전기사·경비원에 슈퍼 갑질 외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은 ‘운전기사 폭행 갑질’ 논란의 주인공이다. 이 부회장은 ‘사이드미러를 접고 운전하라’는 등의 수행가이드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이 부회장이 자신의 운전기사 2명을 수차례 때리는 등 근로기준법을 위반해 관련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중견기업도 예외는 없었다. 김만식 몽고간장 전 명예회장은 운전기사 폭행 시비로 논란이 됐다. 미스터피자 브랜드를 갖고 있는 정우현 MPK그룹 회장은 경비원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상해죄를 적용해 정 회장을 약식 기소했다. 이윤재 피죤 회장은 2011년 조직폭력배를 이용해 회사 임원을 청부 폭행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은 2013년 항공사 용역 직원을 폭행해 물의를 빚었다.

물티슈 회사 몽드드의 유정환 전 대표는 지난해 수면유도제인 졸피뎀을 복용하고 강남대로를 폭주한 동영상이 공개됐다. 그는 4중 추돌을 내고도 남의 차를 훔쳐 달아나는 등 행위(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 등 혐의)로 기소돼 그해 9월,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전에는 메트암페타민(필로폰)도 투약한 것으로 알려져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연이은 재벌가의 갑질과 일탈행위에 강동기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은 앞서 4월 국회 논평에서 “그 동안 대기업들은 국민적 사랑과 관심 속에서 성장해왔고, 또한 국민들에게 보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약자에게 폭행, 폭언 등 슈퍼 갑질을 일삼아 이미 사회적 지탄을 받은 지 오래”라며 “이러한 슈퍼 갑질은 물질만능주의의 잘못된 권위주의 의식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국민적 합의를 통한 엄격한 사회적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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