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최소화해도 법 취지 훼손 안돼

'합헌' 결정 이후에도 논란
반부패는 선출직부터
청탁금지 예외… '모든 청탁은 국회로'식
부작용 최소화해도 법 취지 훼손 안돼

▲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김영란법)이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으로 9월 28일부터시행된다.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지난 7월 28일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으로 9월 28일부터 시행된다. 부패공화국 이미지를 씻고 새로운 국가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이 새로운 법을 정면으로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헌재 합헌 결정 이후에도 논란이 거듭되고 있으니 법 시행단계에서 일부 수정 보완이 필요할 뿐이다.

헌재도 고심, 논란 끝에 합헌결정

김영란법안 제안과 입법과정을 되돌아보면 법 시행 관련 비판과 논란은 바로 국회의 몫이다. 국회가 ‘선출직’이라는 특권의식에 젖어 자기네 영역보호를 목적으로 당초의 입법 취지를 변형시켜 시비와 저항을 유발했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가 만든 입법 원안은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이었지만 지난 19대 국회가 부정청탁 예외조항을 만들고 이해충돌방지 조항은 아예 삭제함으로써 반쪽짜리 법이 되고 말았다.
헌재도 위헌심판 청구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란과 고뇌를 거듭한 사실이 드러났다.
논란이 극심했던 언론인과 사학 교직원을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킨 부분에 대해 재판관 7 대 2로 합헌 결정했다. 민간인 영역을 왜 공직자 규제 잣대로 처벌하느냐는 반론이 많았지만 헌재는 언론과 사학 관련 부패의 피해가 광범위하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배우자의 신고의무와 불고지죄(不告知罪)의 경우 5 대 4의 합헌 결정이니 반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배우자가 알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금품수수와 동일한 성격으로 본 합헌결정이다. 식사비와 경조사비를 법령에 규제하지 않고 시행령에 위임한 부분도 5 대 4의 합헌으로 반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헌재는 금액을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우니 행정부의 시행령에 맡기는 것이 옳다고 결정한 것이다.
이 밖에 부정청탁 행위의 불명확성 논란에 대해서는 9 대 0의 전원 합헌이니 이론이 없었다. 법에 부정청탁 유형 14가지를 제시했을 뿐 아니라 이와 관련된 판례도 충분히 축적되어 있다는 사실을 들었다.
이렇게 헌재가 앞뒤, 전후 사정을 살펴보고 내린 합헌결정이므로 법 시행과 관련해서는 더 이상 이론이 있을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합헌결정 극단적인 비난 지나쳐

헌재의 합헌 결정 이후 일부 전문가들이 극단적인 용어로 반대하는 칼럼을 기고한 글은 지나치지 않느냐는 생각이다. ‘언론, 사학 통제법’, ‘가정 파괴법’, 국민간 소통을 방해하는 ‘국민 불통법’, ‘농어민을 못 살게 만드는 법’ 등의 용어는 반부패 공직자상 확립이라는 근본취지를 너무 가볍게 취급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어느 한 측면 전문가의 분석, 비판력이 아무리 뛰어난다 해도 공직자의 직무 관련 부패와 타락이 가져오는 국가적 손실이나 국민의 자존심 손상을 부인할 수 있는 논리가 성립될 수는 없는 것이다.
위헌심판을 제기했던 대한변협은 이 법을 반민주적 입법이라 규정하고 합헌결정에 대해 ‘심각한 유감’이라 논평했고, 한국기자협회도 ‘언론활동 감시규제’, 사립학교 관련 단체도 ‘매우 실망, 유감’이라고 성명했다. 이들 단체들의 입장에서 유감표명은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예상할 수 있었다.
경제단체들은 기업 접대문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면서도 겉으로는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솔직히 경제계는 반부패 입법 자체를 반대할 수 없지만 어느 분야보다도 가장 큰 피해를 우려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이 법 시행으로 음식점 영업, 골프장, 유통업 등 연간 11조6천억원의 손실피해를 추정, 발표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수산업중앙회, 농축산연합회 등도 각각 연간 조 단위의 피해를 예상했다. 또 한우협회와 화훼협회 등 피해우려 목소리도 절실하다.
정부 내에서도 농식품부, 해수부, 수산청, 중소기업청 등이 식사비 3만원, 사물비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기준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의 최소화를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이를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식사비 상한선 3만원의 경우 2003년에 제정된 공무원 행동강령 기준이나 그동안의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5만원, 10만원 안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바로 이 같은 상향조정안을 제시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반면에 국민권익위는 기존의 원안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입장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시행령이 어느 정도 손질될는지 두고 볼 일이지만 기본적으로 이 법은 대한민국 공직자 세계가 ‘처음 걷는 길’이다. 이 때문에 다소간 시행착오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보기에 기본취지를 살리면서 시행령으로 보완하고 안 되면 법 개정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법 개정이란 국회의 몫이기에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고쳐주겠느냐는 점이 문제이다.

‘선출직’이란 이름의 만능 착각

문제의 핵심은 ‘선출직’을 만능으로 착각하는 국회의 특권의식이다. 지난 19대 국회가 국민권익위의 입법 원안을 계속 깔아뭉개고 있다가 여론의 압박에 밀려 입법 처리하면서 잔꾀를 부린 대목이 부정청탁의 예외규정이고 이해충돌방지 조항의 전면 삭제이다.
앞으로 법 개정론이 제기될 경우 20대 국회도 지난 국회와 다를 것이 없는 한 통속이니 ‘선출직’ 특권을 내려놓겠는지 의문이다.
제3자의 고충민원 전달을 공익목적이란 명분으로 부정청탁 예외로 규정한 것은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모든 청탁은 국회로 와야 통한다는 의미이다. 공무원이나 언론 등 어느 곳에 가더라도 죄가 되지만 국회의원, 지자체장, 지방의회 의원 등 선출직에게 맡기면 죄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은 법 적용 대상에 올렸지만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이 막강한 세칭 ‘NGO권력’ ‘노조권력’은 왜 포함시키지 않았느냐는 반론도 있다. 또 국회의 예산심의 독점권과 관련하여 ‘쪽지예산’, 국고보조금 배정 압력 등은 국민세금을 특정지역, 특정단체 특혜로 작용하는데도 부정청탁 아니고 무엇이냐는 비판도 거세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선출직의 부정청탁으로부터 부패가 시작된다면서 국회의원, 지자체장, 지방의회부터 청탁금지가 반부패 척결의 순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국민권익위의 원안에 들어 있던 이해충돌방지 조항을 즉각 되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국회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한다.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금지보다 이해충돌방지 조항이 우선이라는 주장과 함께 이미 법 개정안도 제출됐다.
원안이 제시된 이해충돌방지 조항은 △사적 이해관계 있는 직무수행 금지 △대가성 있는 외부활동 제한 △직무관련 사업자와의 거래 제한 △소속기관에 가족채용, 계약체결 금지 △정부예산, 공용물의 사적사용 금지 △미공개정보 이용금지 등이 골자다. 이들 어느 것 하나 논란의 여지가 없는 공직자의 직무수행 품행과 의무사항이 아니고 무엇인가.
생각할수록 선출직이란 이름의 특권의식에 도취된 국회의 독선, 독주 ‘입법특권’이 너무나 밉상이다.

선출직의 부패, 타락은 지금도 진행형

선출직이란 분명 국민의 손으로 뽑았지만 그들의 부패와 타락은 지난 국회에 이어 지금 국회도 여전히 진행 중인 사항이다. 비록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 의해 기각되고 있지만 그들이 국회의원이 아니었다면 벌써 구속되고 남았을 혐의다.
선거법, 정치자금법 위반은 상습이고 국민세금으로 지원하는 선거비용을 부풀려 사익을 챙기는 혐의가 얼마나 중대한가. 친인척 보좌진 특혜도 진행 중인 것으로 드러났고 쪽지예산, 로비입법, 청탁입법 사례도 많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부정청탁 혐의마저 민원해결이니 입법활동의 연장이라 우기면서 어찌 반부패를 이야기할 수 있는가.
부패와 타락이 위로부터 아래로 내려온다는 세태로 보면 부정청탁금지, 이해충돌방지는 바로 선출직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것이 백번 옳은 말이라고 굳게 믿는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5호 (2016년 9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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