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단체 과잉방어, 설명회 못가져

우리농업 미래 어찌되나
스마트팜 투자무산
동부팜 한농 이어 LG 새만금 마저
농민단체 과잉방어, 설명회 못가져

농민단체들의 반대로 대기업의 농업관련 대형투자가 연이어 무산되는 사례는 우리농업의 미래를 위해 우려할 사태다. 대기업의 첨단 농업분야 투자의 타당성 여부와 관계없이 이를 곧바로 농업과 농민 죽이기로 단정하는 것은 운동권 논리의 과잉방어 아닐까. 세계가 첨단산업으로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을 때 스마트팜 투자를 농민단체들이 힘으로 무산시키면 한국농업과 농촌의 미래는 어찌 될 것인가.

▲ 지난 7월 6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 앞에서 열린 ‘ 대기업 LG 농업진출 저지를 위한 농업계 기자회견’ 에서 농민단체 대표들이 대기업의 농업진출을 반대하며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전국농민회총연맹>

신성장 ‘창조농업’ 반대 아무도 못말려

지난 10일 LG의 새만금 스마트팜 투자계획 설명회마저 농민단체들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는 첫 보도 이후 대형투자가 위기를 맞고 있는데도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는 속보다 나왔다. 그 후에도 대기업의 첨단농업 투자를 농민단체들이 가로막기만 하면 우리농업의 미래는 보장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에 비춰보면 새만금 스마트팜 사업은 ICT 융합에 의한 창조농업이자 농업분야의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의 대상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행여 재벌편이라는 비난이 두려워 아무런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정황이니 농민단체들의 집단반발은 아무도 말릴 수 없다는 지경 아닌가.
비단 박근혜정부 뿐만 아니라 역대 정권이 농민단체들의 집단시위 위력 앞에 맥을 쓰지 못했다. 농촌과 농민의 생존권이란 구호로 ‘살농정책’(殺農政策)이라고 비난하면 감당할 수 없다는 사례를 보여주었다. 경찰이 운동권식 농민단체 투쟁을 진압하는 과정에 사망자라도 생기면 경찰총수가 옷을 벗어야만 했다. 과거 우루과이 협상이나 각종 FTA 협정 과정에 농민단체들의 목소리는 최고수준으로 높아졌다.
각종 농업정책에 시장경제 논리는 발을 붙이지 못하고 정치논리, 사회논리가 주도하여 농업을 정치산업, 정치상품화 한 지경으로 비친다. 그동안 농업시장 개방 관련 농업과 농촌에 수백조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농업경쟁력은 크게 향상되지 못한 채 지금껏 대기업의 대형투자마저 살농정책으로 거부하는 관행이 여기서 나온 것이 아닐까.

동부팜 한농 유리온실 투자퇴출 악례

세계가 글로벌 시장체제로 경쟁하고 있을 때 과연 우리농업의 미래를 농민단체들의 물리적 반대투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까. 농촌 태생으로 우리농업에 무한한 애정을 갖고 있는 경제기자 출신의 눈으로 보면 농촌과 농업에는 도시자본, 대기업 자본이 유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록 도시자본이나 대기업 자본이 유치되더라도 농업과 농촌의 주인은 농민일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행여 농민들이 자본주의 하인이나 머슴신세로 전락하지 않느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정부의 정책을 통해 조정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자본이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 투자하는 것처럼 첨단농업에 투자하는 경우도 투자자의 역할로 끝날 수 있지 않느냐는 말이다.
LG의 새만금 스마트팜 투자계획에 앞서 동부그룹의 동부팜한농이 화성 화옹간척지 10만㎡(3만평) 유리온실에 467억원을 투자했다가 170억원을 건지고 매각 철수한 사례가 악례로 남아있다. 동부는 첨단농업으로 대형 토마토를 양산하여 전량 수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농민단체들이 믿지 않았다. LG의 새만금 스마트팜 투자계획이 바로 이 악례의 재판처럼 비치니 농민단체들의 불신을 해소시키지 않는 한 앞으로 어떤 대형투자도 불가능하지 않느냐는 한탄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비록 농민단체들의 위세가 당당하지만 이를 결코 정상이라 동의할 수 없는 일이다. 농민단체들이 우리농업의 경쟁력 저하를 책임질 능력이 있는 것인가.

LG, ‘농업을 돈벌이 수단’ 비난에 기겁

LG는 그룹 시스템 통합 LG CNS가 주도하여 LG전자, LG화학, LG하우시스의 기술력을 접합시켜 새만금 1공구 76.2㏊(23만평)에 3,800억원을 투자하여 스마트팜 단지를 조성하려는 계획을 설명하려다 실패하자 사업포기설이 흘러나왔다.

▲ LG CNS가 새만금간척지에 건립 추진 중이던 스마트 바이오파크 조감도. <사진=새만금개발청>

LG는 새만금 1공구 76.2㏊ 가운데 26㏊는 스마트팜 설비를 구축하여 농업설비 R&D 단지로 조성하여 해외 합작사를 유치, 농업지원 서비스회사로 운영한다는 방침이었다. 나머지 50㏊는 영국계 투자회사가 매입, 재배단지로 운영하여 토마토와 파프리카를 생산, 전량 수출할 계획이었다는 설명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관련 농민단체들이 전량수출 조건을 믿을 수 없고 국내시장으로 유입되면 기존 생산자들이 타격을 입게 된다고 주장하며 설명회마저 무산시켰다는 요지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전국농민회 총연맹과 토마토, 파프리카 생산자 단체가 ‘대기업 농업진출 저지 공동대책위’를 구성하고 전북 도의회마저 ‘LG 농업진출 반대’ 결의안을 채택했다니 LG가 기겁하여 물러설 도리밖에 없었을 것이다.
LG는 농민단체들이 “농업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한다”는 비난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농업과 ICT를 접목시켜 6차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정책을 제시했기에 창조농업에 ICT 융합기술로 협력하겠다는 의도였다. LG CNS는 농산물 재배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농업인의 재배실증단지에만 참여, 가공·유통설비를 공동으로 활용하고 재배기술과 판로지원을 약속코자 했노라고 한다.
LG는 오는 2020년 34조원 규모에 이를 스마트팜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농촌인구의 고령화로 낙후되고 있는 우리농업에 대기업의 자본과 기술이 투입되어 새로운 창조농업 모델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느냐고 판단할 수 있었을 것이다.

대기업 기술, 자본불신 해소방안 시급

스마트팜(Smart Farm)이란 ICT를 비닐하우스, 과수원, 축사 등에 적용하여 원격, 자동으로 생산환경을 적정하게 유지 관리하는 농장기업이니 오늘의 고령화 농촌 미래에 대비할 수 있다. 당연히 기존 비닐하우스에 비해 생산성이 높고 수익성도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대기업 자본과 기술이 이를 지배한다는 우려 때문에 반대가 극심하니 보다 적극적인 대화와 설득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생각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대기업의 투자계획 설명회를 통해 농민단체 등의 지나친 우려와 불안감을 해소시켜야 할 것이다.
첨단기술과 농업의 접목은 농업 경쟁력 강화의 대책으로 세계적인 추세로 전해졌다. 중국과 호주가 대형 스마트팜 단지를 추진하고 있고 일본은 미쓰이 스미토모 은행과 도요타 등이 농업분야에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몬산토와 같은 대기업이 농업시장을 주도하여 세계시장을 지배하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최대의 FTA 경제영토에다 세계 최강의 ICT 대국이 스마트팜 투자를 끝가지 막게 되면 기존의 낙후된 우리농업의 미래가 어찌 될는지 물어볼 필요가 없지 않는가. 비단 LG의 투자계획 무산만을 문제시 하는 것이 아니라 농업분야에 대한 기술과 자본투자를 막는 것은 결국 우리농업과 농민의 자해(自害)행위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다만 농민단체들이 강력하게 반대하는 것을 외면해서는 안 되기에 대기업 투자와 관련된 불신과 반목을 해소하는데 기업 차원을 넘어 정책 차원의 협조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한다.

[대기업 농업 진출 저지를 위한 농업계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문 전문]

LG는 농업 진출을 중단하고 정부와 국회는 대기업 진출 지원책을 폐기하라!

대기업 농업 진출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LG CNS가 새만금 76ha 면적에 3,800억원을 투자하여 스마트바이오파크를 조성하고 여기에서 토마토, 파프리카 등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LG는 지난 4월 새만금청에 투자설명회를 시작으로 군산시와 MOU 체결을 추진했으나 농민단체의 반발에 부딪쳐 있는 상태이다. 그러자 농식품부가 나서서 LG의 농민단체별 설명회 성사를 지원하고 있고, LG도 농민단체 · 생산자단체를 개별적으로 만나 설득작업에 나서는 등 대기업 농업 진출을 성공시키기 위해 집요하게 움직이고 있다.

대기업농업 진출은 이미 국민적 심판을 받고 용도 폐기된 것이다.
2013년 동부그룹이 경기도 화성 화옹간척지에 대규모 유리온실을 추진하자 농민들이 나서서 동부 불매운동과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였다. 그리고 당시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입에 반대하는 국민들까지 합세하면서 동부팜한농은 끝내 사업을 중단하게 되었다. 그리고 동부그룹은 자금 유동성 문제가 생기자 동부팜한농을 매각하게 되고 지난 4월 LG그룹(LG화학)이 인수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추진되는 LG의 새만금 진출은 대기업들의 탐욕은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농업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정부 관료들은 LG의 농민단체 설명회 개최를 추진하는 등 국민 편에 서지 않고 대기업의 줄에 서 있다. 최근 정부와 새누리당은 ‘기업규제 프리존 특별법’까지 발의하면서 대기업의 새만금 진출을 노골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정부·국회·재벌의 유착상태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LG의 새만금 진출 소식을 듣고 시설원예농가들의 불안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올해 토마토 농사는 생산비도 못 건진 채 부채만 쌓였고, 파프리카 농사도 가격하락으로 허덕이고 있다. 대기업들은 생산 전량을 수출하면 문제없다고 하지만 이미 내수용과 수출용의 구분은 없어지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이 생산에 참여한 순간 농산물 가격하락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가격하락은 몇몇 작목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며 그 파급은 시설원예 뿐 아니라 전체 농업으로 퍼져 나갈 것이다.
더구나 법·제도마저 대기업에 유리하게 만들어진다면 대기업들의 농업 진출은 물밀 듯이 진행될 것이다. 이미 축산업에도 대기업 농업 진출로 갈등이 커지고 있고 지방 곳곳에서도 대자본의 농업 진출로 농업예산 편중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제 대기업의 농업 진출 문제는 한국농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고 식량주권과 생태농업 자체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LG는 농업 진출 포기가 빠를수록 기업이익을 키우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농민을 짓밟고 성장한 기업은 결코 성공할 수도 생존할 수 없음을 우리는 다시 한 번 보여 줄 것이다. LG는 이른 시간 내에 사업 중단 여부를 공개 발표하길 바라며 만약 추진의사를 버리지 않는다면 농민들은 국민들과 함께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할 것이다. 또한 새누리당도 기업규제프리존법 특별법을 폐기해야 하며, 국회는 19대 국회에서 추진했던 비농업인 생산참여 제한을 법으로 만들어 대기업의 농업 진출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할 것이다.
우리들은 대기업농업 진출을 막아내기 위한 범농업계 공동대응기구를 구성하여 전국 농민들의 힘을 규합할 것이며, 최소한의 사회적 도리를 배반하고 국민과 농민의 고혈을 빨아 먹겠다는 대기업의 비뚤어진 사고를 바로 잡을 것이다.

2016년 7월 6일
대기업 농업 진출 저지를 위한 농업계공동대책위원회(준)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5호 (2016년 9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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