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 토탈미술관 'Through the Listening glass' 展

[경제풍월=왕진오기자]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컴컴한 전시장이 서서히 밝아온다. 센서에 의해 작동하는 LED는 덤으로 반짝거린다. 커다란 공간을 가득 채운 것은 보이지 않는 사운드이다.

▲ 드니 방장의 현장 설치 작업 '찰나와 공간'.(사진=왕진오기자)

컴퓨터로 만들어진 소리에서부터 청아한 산사에서 듣는 소리까지 다양한 소리가 청각을 부드럽게 자극한다.

이들 작품들은 8월 25일부터 서울 평창동 토탈미술관에서 진행되는 'Through the Listening Glass'전에 설치된 프랑스 아티스트들의 작품이다.

프랑스 리옹 국립음향멀티미디어창작센터(GRAME)에서 제작을 지원한 작품들은 빛의 파장과 사운드의 떨림을 활용한 미디어아트 작품들로 국내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새로운 매체미학의 한 면을 살필 수 있다.

또한 여느 미디어아트 전시들과 달리 매체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속성을 정교하게 파악하고, 개별적인 작품의 나열이 아닌 미술관의 흥미로운 건축구조에 맞춰 유기적으로 구성해 냄으로써 공간과 사운드, 시청각적 조형물이 만들어내는 설치미술의 새로운 장을 경험할 수 있다.

▲ 맷 코코의 '팬텀' 설치 모습.(사진=왕진오기자)

미술관 입구에 설치된 맷 코코의 '팬텀'은 30미터 길이의 롤 페이퍼 위에 만들어진 파편화된 이미지를 기본으로 만든 설치작품이다. 일본에 쓰나미가 덮쳤던 2011년 3월 이후 후쿠시마의 이미지들이다.

여느 작품들과 달리 사운드를 직접 들을 수 없는 설치 작품이다. 작가는 쓰나미로 인해 사라진 지역의 이미지들을 오려내어 여러 겹의 스펙트럼을 만드는 방식으로 후쿠시마의 풍경을 연상하게 한다.

사각의 철제 프레임으로 만들어진 터널 같은 작품인 트라픽-얀 오를레리의 '72 임펄스'는 GRAME의 예술가, 개발자와 테크니션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 트라픽-얀 오를레리의 '72 임펄스' 설치 모습.(사진=왕진오기자)

인터렉티브 라이트-사운드 설치작품인 '72 임펄스'는 높이 2.3미터, 폭 1.6미터의 대형 금속 프레임 여섯 개로 구성되며, 전체 공간의 길이는 6미터정도 된다.

각각의 프레임에는 40cm 길이의 LED 조명 12개와 사운드를 내기 위한 네 개의 퍼커션 부품들이 설치됐다.

관람객이 터치패드를 사용해 자신만의 사운드와 빛을 조절할 수 있는 작품은 빛과 사운드가 패스(path)와 무브먼트로 구성된 독특한 시각적, 청각적 효과를 연출한다.

토탈미술관 자연 벽면을 살린 전시공간에는 피에르 알랭 제프레노의 '그린사운즈'가 어둠 속에서 청아한 물방울의 소리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구성을 했다.

이 작품은 자연 환경을 은유적이고 가상적으로 재구현한 것으로 청각적 풍경과 시각적 풍경을 옮기고 재배치하는 것으로, 작품의 핵심 모티브인 '아니모츠(Animots)'는 2000년 12월 프랑스 리옹에 있는 제를랑 공원 한가운데 영구 설치됐다.

드니 방장의 현장 설치 작업 '찰나와 공간'은 전시장을 가득 메우며, 이번 전시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풍긴다.

▲ 피에르 알랭 제프레노의 '그린사운즈'.(사진=왕진오기자)

유리 위에 쓰인 200여개가 넘는 악보들로 이루어진 모듈로 구성되어 있어, 전시되는 장소에 따라 매번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하며 작품이 설치되는 장소마다 새로운 '상상적 건축구조'를 제안한다.

유리 위에 고정된 전기 변환기에 의해 소리는 마치 대형스피커에서 소리가 울려 퍼지듯, 진동하는 유리판 위로 퍼져나간다.

시청각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함께 일어나게 되는 유리의 투명함으로 인해, 손으로 쓰인 악보들은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음악의 주요 부분을 재현한 것으로 여겨진다. 전시는 10월 2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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