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그런 일이… 실제상황

[2030 목소리-어른들은 몰라요]

현장학습 6,000원
돈 없어 못갔어요
아직도 그런 일이… 실제상황

글/송경석 (학원강사, 27세)

6천원이 없어서 학교 현장 학습에 참석하지 못한 학생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반응 합니다. 예전에는 그런 일들이 많았대요. 옛날 일이 아니라 얼마 전까지 제가 방과 후 교실을 지도했던 초등학교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하면 요즘에도 그런 일이 있어요? 라며 놀라워합니다.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 주변에는 의무 교육인 초등학교에서 조차 기본적인 학습 지원을 받지 못하는, 아니 그것을 지원 해 줄 수 없는 가정 형편을 지닌 학생들이 매우 많습니다. 한동안 사교육 기관에서만 학생들을 만나오다가 정규 교육 기관에서 학생들을 만나니, 교육 환경의 빈부는 더욱 큰 격차를 갖고 있었습니다.
한번은 5학년 학생이 자신의 집이 얼마 전 파산을 했다면서 부모님이 매우 어려워하신다며 고민을 털어 놓았습니다. 제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이럴 때일수록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잘 해서 힘이 되어 드려라 라는 것 뿐이었습니다.
방과 후 교실 뿐 아니라 각 초등학교에는 특수반 혹은 학습 도움실이라고 해서 지체 장애나 학습 장애를 지닌 학생들을 따로 모아 보충 학습을 돕는 교실이 있습니다. 대부분 이와 같은 교실에서 학습 지도를 받는 학생들은 국가에서 장애 등급 판정을 받은 학생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각 학년의 정상적인 학습 진도를 따라가지 못해서 이 교실의 도움을 받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제가 만나 본 학생들 중에서 신체와 정신 장애로 특수반에 온 학생들 보다, 학습 장애를 안고 온 학생들의 사연이 더 안타까웠습니다. 두뇌가 발달해야 하는 시기에 적절한 자극을 받지 못해서 정체되어 있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적당한 시기를 놓친 이유는 대부분의 경우, 부모님들이 생계를 위해서 아이들에게 신경을 써 줄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학습 도움실에서 뒤늦게나마 특수 지도 교사 선생님과 함께 한글과 숫자를 익혀 중학교 입학을 준비하는 6학년 학생,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한글을 몰랐지만 4학년에 올라가서는 누구보다 자신 있게 일기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된 학생. 이들 모두는 교육 환경의 빈부 차이 때문에 ‘바보’소리를 들어야 했던 학생들입니다.
반면 바로 이웃에 위치한 사립학교는 작년부터 외국인 담임선생님을 모시고 영어와 국어를 혼용하는 수업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물론 경제적인 여력이 되는 부모님들께서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을 하시는 것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아닙니다. 공립학교 학생들에게 사립학교와 똑같은 환경을 제공하라는 글도 아닙니다.
정부는 지금까지 빈부 격차를 줄이겠다면서 많은 공약을 펼쳐 왔습니다. 부동산 땅 값을 잡아서 집 없는 서민의 설움을 덜겠다고 했습니다. 실효성 보다는 귀를 즐겁게 하기 위한 공약들이었을 뿐 정작 실제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미래의 유권자인 청소년들의 교육 환경은 방치해 두고 있던 것은 아닌가 합니다.
미국의 유명한 토크쇼인 오프라 윈프리 쇼에 세계 제1위 부호인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빌 게이츠가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그 자리에 자신의 업적을 알리기 위해 출연한 것도, 자신의 회사 신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나온 것도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사회 환원 활동을 하고 있는 현장을 보여주었습니다. 그곳은 바로 미국의 학교들이었습니다. 교육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도 교육 환경의 빈부 격차는 극심했습니다. 몇 년째 물이 새는 지붕을 방치할 수밖에 없었고, 학생들이 감전을 당할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리를 하지 못하고 있는 한 학교의 모습은 마치 제3세계 어느 빈곤국의 학교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우리나라 어느 교실에서 공부하고 있을 어려운 형편의 학생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빌 게이츠 뿐만 아니라 많은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교육 환경의 빈부차를 개선하고자 앞장서고 있으며 정부 역시 말 뿐만이 아니라 지역 사회와 더불어 방향을 모색하고자 행동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지금은 방학을 맞은 학교들이지만 학교가 아니면 친구들도 공부도 따스한 관심 조차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아직도 우리 주변에 많이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시는 방법도 있겠지만 적어도 교육 환경의 격차로 아직 어린 아이들이 미리부터 자신의 가능성에 한계를 두고 미리 좌절하는 일이 없도록, 개선되어야 할 사항이 많다는 것을 잊지 말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90호(2007년 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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