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사재출연등 채권단요구 이행
공적지원 없이 자구노력 성공사례

세계최대 해운동맹 가입
현대상선 회생의 길
오너 사재출연등 채권단요구 이행
공적지원 없이 자구노력 성공사례

▲ 현대상선이 세계 최대 규모의 해운 동맹 ‘ 2M’ 과 공동운항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14일 공식발표했다. <사진=현대상선>

현대상선이 채권단이 요구해 온 자구노력이 충족되어 출자전환을 통해 경영정상화 수순을 밟게 됐다는 사실이 반갑다. 현대상선은 지난 7월 14일, 세계 최대 해운동맹 2M에 가입키로 MOU를 체결했다. 이보다 앞서 현대상선은 사업매각 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와 현정은 회장 등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 등 채권단이 요구한 5대 출자전환 전제조건을 이행한 것으로 평가된다.

해운동맹 2M 가입으로 회생발판

2M 동맹은 그동안 현대상선의 구조조정 과정을 지켜본 후 경영정상화를 통한 회생가능성을 판단하고 현대상선의 미주 노선, 구주 노선의 경쟁력을 고려하여 공동운항 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협약은 곧 동맹 가입 합의서로 세부적인 협상과정이 남아 있지만 특이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내년 4월부터 공동운항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현대상선의 글로벌 해운동맹 가입은 채권단의 출자전환 전제조건이었기에 2M 동맹 가입은 바로 경영정상화를 통한 기업회생의 길을 의미한다.
채권단은 출자전환 5대 조건으로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 사업매각 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 용선료의 하향조정 협상 및 해운동맹 가입 등을 제시했었다.
현대상선은 자구노력으로 현정은 회장이 모친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과 함께 300억원의 사재출연을 약속하고 오너 일가 및 특수관계인 지분을 7대 1로 무상 감자(減資)키로 동의했다. 또 유동성 확보를 위해 현대증권 등 금융사를 매각하고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 협상을 통해 고통분담에도 합의했다. 용선주와의 협상에서는 용선료 21% 삭감을 이끌어 낸 후 이번에 2M 동맹 가입을 이룩했으니 채권단이 요구한 전제 조건을 완전 이행한 셈이다.

고통과 희생분담 경영정상화 사례

KDB산은은 현대상선의 전제조건 이행에 따라 출자전환과 일반 공모를 통해 2조4,892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계획이다. 출자전환은 채권단, 사채권자, 용선주 등이 보유한 채권 40~60%에 해당된다는 판단이다.
이렇게 되면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400% 이하로 떨어지고 정부의 선박펀드 지원조건을 충족시켜 초대형 고효율 컨테이너 발주도 가능해 지기 때문에 경영정상화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이 같은 출자전환 방식으로 현대상선은 채권단이 지분 45%로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고 현정은 회장을 비롯하여 현대엘리베이터, 현대글로벌 등 특수관계인 지분은 무상 감자에 따라 3%대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는 계산이다. 이는 곧 현대상선이 현대가를 떠나 KDB 산하로 이전된다는 의미다.
이 같은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 방안은 공적자금 투입 없이 오너 일가와 현대상선, 사채권자 등의 고통분담과 희생으로 이룩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뿐만 아니라 STX조선의 경우 4조5천억원을 지원 받고도 끝내 법정관리 하로 넘어갔고 대우조선해양도 4조2천억원의 추가지원 방침 하에 구조조정과 자구노력 진통을 거듭하고 있는 사례와도 비교된다.
또한 현대상선 오너 일가가 경영권 고수 집착을 버리고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점에서 경영부실 관련 도덕적 해이 비판도 벗어나게 됐다.

현대가를 떠나는 현대상선의 깊은 감회

현대상선이 현대가로부터 떠나는 것은 고 정주영 회장의 창업 종목 하나가 떨어져 나간다는 아쉬운 의미를 지닌다. 현대상선은 1976년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유조선 1척을 선주에게 인도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정 회장이 이를 모태로 아세아상선을 설립한 것이 뿌리다. 그 뒤 아세아상선은 현정은 회장의 부친인 고 현영원 회장의 신한해운을 인수, 합병하여 현대상선으로 육성했다.
현대상선의 불운은 2003년 정몽헌 회장이 의문의 투신자살로 떠난 후 부인 현정은 회장이 현대그룹을 이끌며 창업가문과 불편한 관계를 맞고 최근에는 글로벌 해운경기의 장기침체로 부채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이 같은 기업사에 비춰보면 현대상선의 주인이 KDB산은으로 넘어가고 현대 오너가 소액 지분으로 떨어질 운명에 깊은 회한이 따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현대상선이 적극적인 구조조정과 자구노력으로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자율협약 중인 한진해운의 경우 아직도 용선료 인하 협상과 사채권자 채무조정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또한 STX조선을 비롯하여 대우조선해양 등 빅 3 조선의 구조조정은 노사간 합의도 도출하지 못한 채 노조의 공동투쟁을 맞고 있으니 암담하다.
이번 현대상선의 예에 비춰보면 오너의 희생과 회사의 적극적인 자구노력 및 사채권자의 고통분담이 경영정상화의 전제 조건이다. 조선업계가 이를 교훈으로 받아들여 조기 경영정상화의 길을 선택하도록 권고한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4호 (2016년 8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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