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퓨터
국가경쟁력의 뇌세포

글/ 나경수 (사) 전자정보인협회 회장

우리가 흔히 ‘슈퍼컴퓨터’라고 말하는 초고성능컴퓨터의 개발을 앞두고 세계 각국이 다투어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인공지능(AI)의 구현 및 활용의 산업적인 측면과 감염병과 재난의 예측 및 방지와 같은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동시에 크게 부각되고 있는 현실이다.
슈퍼컴퓨터(supercomputer)는 계속 속도가 빠르고 많은 자료들을 동시에 그리고 장시간 동안을 꾸준히 저장,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를 지칭한다. 대량의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 중 가장 크고 빠르며 비싸다. 기상 예보, 원자로 등의 설계·해석, 컴퓨터 그래픽 등에 쓰인다. 현재, 1초간에 40억 회의 계산이 가능한 것도 등장하였다.
원자력 개발이나, 항공우주 연구 및 탐사, 기상변화 예측, 자원 탐색, 계량 경제 모델, 화상처리와 같은 복잡다기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을 처리하기 위하여 주로 응용된다. 이와 같이 슈퍼컴퓨터는 산업경쟁력 제고와 복잡한 사회 문제 해결은 물론 과학기술혁신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증폭·증대시키는 데에도 큰 몫을 할 수 있다.
세계의 최초 슈퍼컴퓨터는 50여전 전 1964년에 미국의 세이무어 크레이가 개발한 CDC 6600으로 알려져 있다. 1초에 300만개의 명령을 실행할 수 있으며, 당시 CDC 6600 개발자는 이를 십분 이용해서 “야구와 달 착륙”과 “스페이스 워”와 같은 게임을 개발하여 제작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컴퓨터는 1988년 서울 올림픽 경기 개최와 관련하여 도입된 크레이-2s 시스였다. 초당 20억번의 부동소수점 처리능력 즉 2기가 플롭스를 가진 당시 최고의 슈퍼컴퓨터였다. 구입가는 2400만 달러로 당시 한화로 273억원에 달했고 무게는 2톤이 넘었다고 한다. 정부는 현재 이공학적 연구, 중소기업 등 산업체의 제품 설계, 빅데이터를 분석해 활용하는 딥러닝과 제품설계의 가시화 등으로 사용 분야를 계속 확장해 가고 있다.
정부는 세계 상위 10위 수준의 초고성능 컴퓨터를 도입하여 운영하는 계획과 더불어 초고성능 컴퓨팅 시스템 자체개발 역량 확보 사업을 그동안 꾸준히 추진해 왔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괄목할 만한 진보를 못 이루어 아직도 우리나라의 슈퍼컴퓨터는 양과 질이라는 두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에 크게 뒤쳐져 있다. 또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에도 격차가 벌어져 있고 인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하위권의 러시아와 브라질에 약간 앞서 있을 뿐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최근 보고서에 의하면 현재 미국의 슈퍼컴퓨터 보유 대수는 우리나라의 약 20배 가량이고 중국도 10배가 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세계1위는 중국이 보유한 슈퍼컴퓨터 ‘톈허-2’의 성능은 우리나라 1위 ‘누리’와 ‘미리’의 성능의 물경 15배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국 국방과학기술대가 개발한 ‘톈허-2”는 1초에 3경(京) 3860조(兆)번의 연산처리가 가능한 33.86 페타플롭을 기록한다. 2위는 미국 오크리즈 국립연구소가 보유하고 있는 ‘타이탄’이고 그 뒤를 이어 역시 미국 국가핵안보국의 ‘세콰야’가 3위를 마크하고 있다.
슈퍼컴퓨터 공급업체로는 HP가 1위로 전 세계시장의 30%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그 뒤를 크레이가 10% 상회하는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슈퍼컴퓨터 제조업 시장도 미국과 중국이 양분하다 시피 주도하고 있으며 현재 우리나라의 슈퍼컴퓨터는 모두 미국에서 제조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슈퍼컴퓨터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확대할 필요가 절실한 시점에 와 있다.
특히 세계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터를 자체 개발하여 운용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슈퍼컴퓨터의 도입에 의존하여 이에 대한 투자 확대에만 집중할 경우 단기적으로 보아서 우리나라 슈퍼컴퓨터의 수준은 당분간은 높아진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해외의 선진기술에 의존도가 심화될 것이다. 수입된 선진기술에 대한 의존이 높아질수록 우리나라 자체개발은 그 만큼 뒤쳐질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특히 경계해야 한다. 뭐니뭐니해도 우리의 자체 개발 역량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여야 한다. 그래서 빨리 미국과 중국의 선진대열에 합류하여 그들과 같이 세계시장을 이끌어 가야 한다.
특히 인공지능, 자연재해, 항공우주산업과 관련하여 슈퍼컴퓨터는 관문의 역할을 하며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뇌세포’와 같은 것이다. 슈퍼컴퓨터에는 정보통신분야의 제반 핵심기술이 집약되어 총망라되어 있어 IT산업에서는 매우 간과할 수 없는 중차대한 분야이다. 이 방면에 기술수준 향상은 다양한 관련산업에 파급효과가 막대하다. 전·후방 산업에 파급되는 효과가 커서 자체 기술 개발의 필요성이 요구되며 독자적인 기술확보가 절실하다. 우리나라도 이제 최고 수준의 성능을 확보하는 것을 지상 목표로 삼고 슈퍼컴퓨터의 개발에 총 매진할 시점에 와 있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4호 (2016년 8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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