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외교관 언행에 정치행보 풍겨
새누리당 반색, 더민주 거친비난 대조

반 총장 방한 5박6일
충청대망론 급부상
세련된 외교관 언행에 정치행보 풍겨
새누리당 반색, 더민주 거친비난 대조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5박 6일 방한했다. 사진은 제주포럼에서 반기문 총장이 기조연설을 한 모습. <사진=제주포럼 홈페이지>

반기문(潘基文) 유엔사무총장의 5박 6일 방한이 올망졸망 도토리 키재기식 차기 주자 행렬에 ‘충청 대망론’을 띄워 20대 국회 개원협상 정국에 파장을 일으켰다. 오랜 외교관으로 외교적 언행이 몸에 배인 반 총장이 지난 5월 25일 제주포럼에서 연말 임기를 마친 후 내년이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역할’을 딱 부러지게 말한 대목이 바로 충청 대망론에 대한 화답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

충청대망론 부상에 긴급여론 1위

반 총장의 5박 6일은 제주포럼에 이어 도쿄 G7 정상회의, 안동 하회마을, 경주 방문 등 분주한 일정 속에 가는 곳마다 ‘충청 대망론’의 환호를 받는 모습이었다. 반 총장은 자신의 발언에 대한 과대해석이나 추측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잘 계산된 정치행보의 연속으로 비쳤다.
유엔사무총장 10년 경륜을 따를 사람이 대한민국 내에 없다. 유엔을 무대로 평화와 인권을 이야기 하고 분쟁을 조정한 역할을 누가 흉내 낼 수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이 아프리카 3개국을 순방 중일 때,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가 가동 중이지만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도 거듭 강조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반 총장의 거침없는 행보를 모조리 차기 정치행보와 연관시켜 해석할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중앙일보가 지난 5월 30일, 긴급여론조사를 통해 반기문 지지율이 28.4%로 단연 제1위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16.2%, 안철수 11.9%, 박원순 7.2%에 새누리당은 김무성 4.2%, 오세훈 3.6%로 보일락 말락 했다. 지역별로는 TK가 45.1%로 압도적이고 충청 30.6%, PK 30%에 서울지역 23.9%, 호남권 18%로 전국적인 지지로 나타났다.
이를 보고 충청 대망론자 뿐만 아니라 반 총장 자신도 꿈을 안고 유엔으로 귀환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미리 잘 짜여진 5박6일의 행보

반 총장은 방한기간 중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친박계 및 황교안 국무총리를 만나기도 했지만 JP와 30분 독대, 노신영, 고건, 한승수 및 정계·언론계 인사와 만찬하고 지역인사들을 줄줄이 만난 과정이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JP는 “비밀얘기만 나눴다”고 했고 전직 총리 등과의 만남은 오랜만의 의례적인 식사모임이라고 했지만 차기 주자 빈곤증의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반 총장이 상수(常數)로 부상했노라고 반길 상황이 충분히 조성된 셈이다.
서애 유성룡(柳成龍) 대감 고택 충효당(忠孝堂)을 참배하고 우국충정 정신을 기리고 하회마을에 주목(朱木) 심고 경북도 신청사에 적송(赤松)을 심은 것도 언론이 의미 있게 보도했다. 결국 반 총장의 5박 6일 분주한 행보는 미리 잘 짜여진 일정으로 다듬은 모양새라는 소감이다.
반 총장의 정치행보에 문재인, 안철수 대표 진영이나 더불어민주당이 불편한 심기를 나타낸 것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더민주는 반 총장을 ‘우리사람’이라고 했다가 새누리당과 TK권의 반응을 보고 확연히 달라지고 말았다. 여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식이라 했다가 그의 대선 출마는 ‘재앙’이라 하고 ‘시궁창에 버릴 이름’이라는 악담까지 서슴지 않았다.
아마도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공세를 펼 모양이다. 반 총장의 충청 대망론을 메고 다니는 사람들이나 스스로도 노련한 외교관의 감각으로 이를 예견하고 있을 것으로 믿어진다. 이에 따라 한동안 반기문 관련 물밑 논란이 정계의 이슈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새누리당 폐족지경 공간의 반총장

충청 대망론은 3김시대 한 축인 JP의 집권 실패 공간에서 자연히 우러나올 수 있었다. JP는 3당 합당으로 YS 대통령 만들기, DJP연합으로 영호남 정권교체까지 헌신했지만 “정치는 허업(虛業)이야”라며 끝내 5.16 혁명 2인자로 은퇴하고 말았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은 행정수도 이전 공약으로 재미보고 박근혜 대통령은 세종시 원안고수로 득표한 반면 이회창 후보는 두 차례나 당선 직전에 실패했고 이인제 후보 출마도 DJ의 집권을 도와준 꼴이 되고 말았다.
충청 민심으로 보면 늘 집권보조역 다음에 ‘팽’ 당하고 말았는데 새누리당이 4.13 총선 참패로 폐족(廢族)지경이 됐을 때 반기문 코드가 부상하니 충청 대망론이 아니냐고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4.19 혁명 이후 윤보선 대통령이 청와대를 차지했었지만 내각책임제 하의 장면 총리시대이니 집권한 것으로 치부되지 않는다.
그동안 역대 집권자로 보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에 이어 YS와 박근혜 대통령까지 TK와 PK가 집권하고 DJP로 김대중과 노무현이 집권했으며 다시 MB와 박근혜로 TK가 재집권하지 않았는가. 또 강원도의 경우도 짧은 기간이나마 최규하 대통령이 집권했으니 충청권만 소외되고 말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반 총장의 부상은 야권의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등 예비주자와 새누리당 김무성을 포함하여 모조리 PK 출신들이 걸린다. 이 때문에 반 총장의 부상은 TK와 PK 연합구도에서 TK와 충청 연합으로 발전하게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올 수 있다.

어느 작가의 ‘99% 반기문 대통령’

지난해 10월 사닥다리 출판에서 ‘99%, 반기문 대통령’이란 책을 펴냈다. 저자는 푸른한국 대표 박종열(朴鍾悅) 씨로 현대종합상사 부장, 서울시의 새서울뉴스 주간, 국무총리실 국정여론 분석관, 산업연구원 초청연구위원, 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 강사로 소개되어 있다.
저자는 반기문 총장이 통일대통령시대, 외교안보 대통령시대 적격인물로 충청 대망론을 충족시킨다고 주장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김정은 정권이 오래지 않아 붕괴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김일성식 우상화 콘텐츠 부족 △공포정치의 시한폭탄 △경제파탄 △장마당 ‘돈맛’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에 따른 국제적 고립 △시진핑 중국의 변화 △민심이반에 따른 통치체제 약화 △휴대폰과 인터넷 및 탈북사태 등 8가지를 꼽았다.
실제 김정은 정권의 붕괴시기는 2018~ 2023년 사이로 보고 암살, 쿠데타, 민중봉기 등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반기문 통일대통령 이유로는 △북 급변사태 시 세계 최고수준의 외교력 △주변 4강국과 신뢰관계 △외교 31년, 유엔 10년 경륜의 국정운영 △국민통합의 구심력 △유엔무대 활용 △부드러운 카리스마 리더십 등을 꼽았다.
또 박근혜 대통령과는 ‘동상동몽’(同床同夢) 관계인데다가 충청도 인구가 호남인구를 능가하여 TK와 충청도 연합이면 2017년 19대 대선에서는 반기문 54.87%, 문재인 44.42%로 득표율까지 계산해 냈다. 지역별로는 서울(48.2%), 광주(7.8%), 전남(10%), 전북(13.2%) 이외는 반기문 전승으로 계산했다.
작가가 지난 대선 결과 데이터 등을 기초로 계산한 ‘99% 반기문 대통령’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번 5박 6일의 방한일정에 따른 언론보도와 일부 시중여론을 기반으로 이 책을 다시 한 번 꺼내 읽어 본 것이다. 아마도 충청 대망론에 신명을 느끼는 사람들도 이 책을 구해 읽어 봤을 것으로 짐작된다.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3호 (2016년 7월호) 기사입니다]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