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20대국회, 기대 실망 교차
1년짜리 위원장 ‘일자리 나눔’ 인가

부끄러움 모른 ‘특권’ 꼼수
국회직 감투 나눠먹기
여소야대 20대국회, 기대 실망 교차
1년짜리 위원장 ‘일자리 나눔’ 인가

▲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20대 국회 의장으로 선출되어 동료의원에게 축하받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여소야대(與小野大) 20대 국회 원구성 협상이 소수 여당으로 전락한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직 사수론을 철회함으로써 무난히 타결된 점은 다행이다. 그러나 18개 상임위원장 선출에서 국회법상 2년 임기를 1년짜리로 쪼개 나눠먹기로 했으니 독선과 특권의식에 젖어 있는 국회의원들만의 나쁜 행태를 부끄러움 없이 국민 앞에 버젓이 내보인 참으로 웃기는 노릇이다.

원구성 및 의장단 선출까지 무난

국회의장은 관례상 집권당 몫이라고 하지만 총선에 참패한 새누리당이 끝까지 고집할 상황이 아니었다. 당내는 물론 20대 국회 유일한 8선인 서청원 의원이 미련 없이 의장 도전욕을 포기함으로써 매듭을 풀어줬다고 평가한다.
이에 따라 더민주 정세균(丁世均) 6선 의원이 의장으로 선출되고 부의장은 새누리당 심재철(沈在哲) 5선 의원, 국민의당 박주선(朴柱宣) 4선 의원이 나눠 맡았으니 균형을 이뤘다고 보여진다.
정 의장은 전북 진안에서 첫 당선 후 서울 종로구에서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를 꺾으면서 자천·타천 의장후보로 부각됐었다. 그동안 6선에 이르기까지 당대표를 여러 차례 역임하면서 부드러운 카리스마 이미지를 쌓고 국회 출입기자들이 뽑는 ‘백봉신사상’ 대상도 반복 수상했으니 여소야대 국회를 무난히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정 의장은 지난 13일 개원국회 사회에서도 ‘미스터 스마일’ 상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다만 개원사를 통해 개헌론을 제기함으로써 3당체제 하의 여소야대 국회가 개헌론에 휩싸이게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20대 국회의장단이 모두 호남 출신으로 구성된 점은 사전에 의도하지 않은 우연이라고 보지만 지역편중 문제는 지적될 수 있는 상황이다. 심재철 부의장은 광주 출신으로 서울대 총학생회장, MBC 기자를 거쳐 경기 안양 동안에서 5선, 박주선 부의장은 전남 보성 출신으로 대통령 법무비서관을 거쳐 광주에서 4선을 기록했으니 풍부한 의정활동 경륜으로 평가된다.

대통령과 국회의 소통, 협치기대

▲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국회 본회장에서 제20대 국회 개원 연설을 하기 전 정세균 국회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개원 국회에 참석, 연설을 통해 국회를 국정의 파트너로 존중하고 소통과 협치(協治)를 약속한 대목도 평가 할만 했다. 여야 의원들이 기립하여 대통령을 맞고 연설 관련 박수를 치는 장면도 종전과는 달라진 모습으로 평가된다.
박 대통령은 당면한 주요산업 구조조정과 노동개혁 관련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구조조정은 시장논리에 따라 투명하게 추진하되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로 자구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선산업 구조개혁과 관련, 스웨덴의 코콤스가 골리앗 크레인을 단돈 1달러에 현대중공업에 매각했던 ‘말뫼의 눈물’을 인용한 것은 구조조정 이해 당사자들의 고통분담을 호소한 것으로 이해된다.
박 대통령의 소통과 협치 약속에 대해 야권이 흔쾌히 평가해 주지 않은 점은 야당의 오랜 관행과 체질로 볼 수 있다. 대통령의 본회의장 입장과 퇴장 시 예우하는 자세에 차이를 보인 것도 우리정치의 여야 관계 오랜 속성으로 보아 넘길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연설을 마친 후 국회의장실에서 여야 지도부와 환담시간을 가진 것은 여소야대 국회와의 소통과 협치의 자세가 아니겠느냐고 느껴진다.

▲ 새누리당은 배정된 8개의 상임위원장 자리 가운데 5개의 위원장 자리를 임기 1년짜리로 채워 ‘ 상임위원장 자리 나눠먹기’ 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운영위원장에 정진석 원내대표를 내정하고 법제사법위원장에 권성동 의원, 정무위원장에 이진복 의원,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장에 신상진 의원, 국방위원장에 김영우 의원, 정보위원장에 이철우 의원이 각각 선출되었다. <사진=새누리당>

위원장 감투가 나눠먹는 장물인가

국회 개원 직후 18개 상임위원장 선출 대목이 가장 꼴사납고 지탄받을 망측한 꼴이었다. 새누리당과 더민주 각각 8명, 국민의당 2명으로 배분된 상임위원장의 내정단계부터 추태가 노출됐었다.
더민주당은 큰 잡음 없이 위원장 후보를 내정한 반면 새누리당은 끝까지 당내 경선을 치루기도 하고 2년 임기를 1년씩 쪼개 나눠 먹기로 했으니 도대체 무슨 꼴인가. 새누리당에 배분된 정무위의 경우 1년짜리 2명이 전반기를 맡고 후반기 2년은 아무개가 맡는 식으로 흥정됐다고 한다. 또 6개 위원장은 모조리 1년짜리로 나눠 갖기로 자기네들끼리 담합했노라고 한다.
더민주당의 경우도 예결위와 윤리위를 1년짜리로 쪼개 2명이 맡기로 했으니 전체 18개 위원장 가운데 절반인 9개 위원장이 1년 단명으로 소관 입법관련 실태 파악하다가 후임에게 자리를 넘겨줄 판이다.
새누리당의 경우 위원장 감투는 8개 밖에 안 되지만 3선 이상이 수십 명이라 어쩔 수 없이 1년짜리로 쪼갰다고 하지만 국회라는 특권지대가 아니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추잡한 꼼수 아니고 무엇인가. 장관급 위원장 감투의 위세와 권위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상임위원장 자리가 사사로운 친목 단체직인가, 어디서 훔쳐온 장물인가. 이를 1년짜리로 쪼개 나눠 맡는 것을 노동계가 말하는 ‘일자리 나눔’이라고 우길 참인가.
그동안 국회상임위원장이 회의소집에서부터 특정 법안 상정까지 전권을 행사해 온 독선을 지켜봤지만 국민세금으로 지급되는 월 수백만 원의 특별수당을 영수증 없이 사용할 수 있어 생활비로 전용했노라고 고백한 악례도 있지 않았는가.
국회와 협치를 약속한 박 대통령이 김재원 정무수석 편에 18개 위원장에게 각각 축하 난을 보냈다. 또 상임위 소속이나 관할 각계에서 보내오는 축하 난도 넘치게 되어 있다. 그러니까 상임위원장은 전문성이나 국정경험 여부는 안중에도 없이 선수(選數) 위주의 감투싸움 대상이 되고 말았으니 어찌 이를 두고만 볼 수 있겠는가.

언제, 무슨 수로 국회를 개혁하나

20대 국회의 원구성 협상 결과를 보고 종전과는 다소 달라진 모습을 예측했지만 상임위원장 선출 꼴을 보니 싹수가 노랗다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이 판국에 국회의원들의 특권이나 독선, 군림 등 국회개혁은 언제, 누가 할 수 있겠는지 국민의 처지가 딱하고 처량할 뿐이다. 국회에서는 당선되자마자 수백 가지 특권을 누리는 초 VIP로 아무도 말릴 수 없는 헌법기관이라 자부하지 않는가.
국회에 국회법이 있고 국회의장을 비롯한 지도부가 있으면 무슨 소용인가. 법 규정에 따라 국회를 소집하거나 법안을 상정하는데도 여야 협상이란 이름으로 흥정하고 거래하지 않는가. 법안심의도 하지 않고 출석도 하지 않아도 세비를 타먹으니 ‘놀고먹는 국회’라는 지탄을 얼마나 받았는가.
돈 안 쓰는 정치를 위해 정당운영비와 선거비용을 넉넉히 지원해 주고 선진국 국회의원보다 훨씬 호화로운 사무실에 억대의 세비에다 각종 수당, 보너스까지 받으니 한 점 아쉽고 모자람이 있는가. 더구나 국회사무처 입법조사처, 예산정책처로 부터 충분한 보좌를 받을 수 있는데도 보좌관과 비서관 등 9명을 거느리니 온갖 특혜에 도취될만한 국민의 상전 아닌가.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국회개혁, 정치개혁이 시급하지만 난감하다. 그들이 입법과 예산심의권을 법으로 독점 향유하고 있으니 국민이 머슴 꼴 아니냐는 탄식과 분노를 주제할 수 없구나.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203호 (2016년 7월호) 기사입니다]

이코노미톡뉴스, ECONOMYTALK

(이톡뉴스는 여러분의 제보·제안 및 내용수정 요청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r@economytalk.kr 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톡뉴스(시대정신 시대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